<감비아 아동 감기약 사망 사건으로 본 아프리카-인도 의약품 산업 현황>
No.42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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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비아 아동 감기약 사망 사건으로 본 아프리카-인도 의약품 산업 현황>

+ 감비아 아동 70, 시럽 감기약 복용 이후 사망

지난 7월 말부터 감비아에서는 아동들이 줄지어 신장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입원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감비아 정부의 조사 결과, 사망한 아동들은 모두 아동용 감기약 시럽을 복용한지 3-5일 내에 급성 신장질환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0.20(목) 기준 감기약 시럽을 복용하고 사망한 감비아 아동의 수는 70명에 달한다.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10.5(수) 금번 사건에 인도 의약품 4종이 관련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문제가 된 의약품들은 모두 인도 메이든 제약사(Maiden Pharmaceuticals Limited)에서 제조된 기침감기 시럽*으로 조사 결과 많은 양의 디에틸렌글리콜**,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현재까지는 감비아에서만 오염된 의약품이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다른 나라로 유통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상기 제품의 전세계적 유통 금지를 촉구했다. 10.18(화) 인도네시아에서도 총 206건의 어린이 급성 신장 손상 사례가 발견되었으며, 이중 9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감비아에서 유통된 의약품들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유통되지 않았지만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제품명: Promethazine Oral Solution, Kofexmalin Baby Cough Syrup, Makoff Baby Cough Syrup, Magrip N Cold Syrup

** 디에틸렌글리콜(Diethylene Glycol, DEG): 부동액으로 쓰이는 화학물질로 일부 국가에서는 약의 쓴맛을 없애거나 내용물을 걸쭉하게 하기 위해 진정제나 기침 시럽 등에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체내에 들어가 신장에 옥살산칼륨을 축적하기 때문에 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식품첨가물로 금지되어 있다. 2006.9월에도 파나마에서 DEG 들어간 시럽 기침약으로 40명이 사망한 적 있다.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 EG): 부동액, 폴리에스터 합성섬유제조에 주로 쓰인다. 단맛이 조금 있으나 호흡기 과민성, 발암성 등을 가진 독성물질로 흡입 및 음용금지물질이다.


인도 정부는 문제가 된 감기약에 대한 생산 중단 명령을 내리고 10.12(메이든 제약사 공장을 점검하였다이 과정에서 총 12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일부 인도 언론은 메이든 제약사가 해당 약에 포함된 디에틸렌글리콜프로필렌글리콜등에 대한 품질 검사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 제품에는 제조날짜와 유통기한 표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 PG): 글리세린보다 용해력이 우수하며 곰팡이 번식을 방지하고 발효되지 않아 보습제, 항공기 제방빙액뿐만 아니라 커피 음료, 액체 감미료, 아이스크림, 휘핑 유제품과 같은 다양한 식용 품목에 사용된다.

+ 아프리카-인도 간 의약품 및 의료 산업 현황

아프리카의 의약품 분야(140억 달러 규모) 수입 의존도는 2019년 기준 70-9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아프리카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백신 수요 중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0.1%만을 제조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 따르면 2017-2019년 간 아프리카에 의약품을 수출한 주요 지역/국가는 유럽연합(43.8%), 인도(26.8%), 중국(7.3%), 미국(4.5%) 순이었다.

 

이 중 인도는 의약품 부문 미국 FDA 인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미국 제외)일 정도로 의약품 제조업, 특히 복제약(제네릭)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의 복제약 의약품 생산 규모는 세계 3위이며, 가치 측면에서는 세계 14위에 달한다. 인도 제약기업은 3천 개 이상이며, 제조공장은 1만 곳이 넘는다. 더군다나 인도의 의약품 생산 원가는 미국의 33%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전 세계 백신 수요의 50%, 미국 제네릭 의약품의 40% 이상, 영국 전체 의약품의 25%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인도 상공부(Ministry of Commerce and Industry)의 발표에 따르면 2019/20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의약품 수출은 미국(31.4%)에 이어 아프리카(17%)가 2위를 차지했으며, 수출 규모는 35억 1,300만 달러에 달했다. 가장 많은 수출을 기록한 국가 25개 국 중 아프리카 국가는 4개국*이었다.

 

* 남아공(2위), 나이지리아(7위), 케냐(14위), 탄자니아(22위)

 

인도 정부는 경제뿐만 아니라 공공외교에도 의약품 분야를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 19이후 2022년 초까지 인도는 41개 아프리카 국가에 2,500만 회 이상의 백신을 공급하였으며 이 중 약 100만 개는 무료 지원이었다. 또한 인도수출입은행이 2021년 발표한 ‘인도 아프리카 보건: 전망과 기회’에 따르면 매년 평균 5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 환자들이 비교적 의료비용이 싸고 믿을만 하다는 이유로 인도로 의료 관광을 떠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인도를 찾은 약 35만 명의 아프리카인 중 14.6%(약 5만명)가 치료 목적으로 의료 비자를 받았다.

 

더보기>> 2022년 2월 18일 (금) 아프리카 위클리: 아프리카의 암 치료 현황

 

그러나 이러한 의약품 산업 강세에도 명암이 존재한다. 인도 의약산업을 다룬 책

「The Truth Pill」을 집필한 인도 보건 운동가 타쿠르(Dinesh S. Thakur)와 변호사 레디(Prashant Reddy T.)는 언론 NPR과의 인터뷰를 통해 감비아와 같은 디에틸렌글리콜로 인한 사망 사건이 인도 내에서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인도 제약 회사들이 제품 출시 전 원료나 최종 제품에서 안전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도 의약품은 오염된 약뿐만 아니라 의약품이 실제로 기능하지 않는 등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으나 이에 대해 조사 및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증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인도의 주마다 사법부가 별도로 존재하여 관련 법률이 제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들었으며, 의약품을 통합 관리하는 연방 관리청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 아프리카, 저품질 의약품의 도착지?

2014년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The 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는 <의약품 품질 및 글로벌 동향(Drug quality and global trad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 내수용 혹은 기타 중저소득국에 수출되는 인도산 의약품보다 아프리카 내 수출되는 인도산 의약품의 품질이 더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도 5개 도시 및 17개 중저소득 국가 내 유통되고 있는 ‘메이드 인 인디아’ 의약품 1,470건을 조사한 결과, 아프리카에서 구매한 의약품이 적정한 의약 원료를 분석하는 박층 크로마토그래피 실험(thin-layer chromatography test)*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정부에 등록이 된 의약품은 90% 이상이 표준검사를 통과했으나, 미등록 의약품의 경우 표준검사 통과률이 아프리카의 경우 50% 이하, 인도는 67%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국가의 의약품 품질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상기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 혼합물 분석에 널리 쓰이는 연구 방식

 

이러한 경향은 최근에도 이어져,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은 기준 이하 및 위조 의약품이 평균 18.7%에 달하는 등(Ozawa 외, 2018) 전 세계에서 의약품의 품질이 가장 낮은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연구진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여전히 약하거나 부재한 의약품규제 시스템을 지목하고 있다.

 

금번 아동들이 사망한 감비아 역시 의약품관리청(Medicines Control Agency)이 존재하기는 하나, 자체 실험실이 없어, 2021년 기준 120만 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수입하면서도 실질적인 규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의약품 제조업 독립에 나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활한 백신 확보를 위해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였으나 적절한 백신을 공급받지 못했다.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현재(2022.10.21. 기준)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2.7%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의 백신 자립을 위한 일환으로 남아공 아스펜 제약사(Aspen Pharmacare) 가 현재 아프리카 유일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공장(연 4억 5천만 회분 생산 가능)을 설립하였으나 실제 백신 주문이 없어 백신 생산을 중단하였다.

 

더보기>> 2021년 6월 28일 (금) 아프리카 위클리: 아프리카 코로나와 남아공 사례


그러나 다행히 2022.9월 인도혈청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가 나서, 10년간 아스펜의 시설을 이용하여 페렴구균 백신, 로타바이러스 백신, 다가 수막구균 백신, 6가 혼합백신 등 4가지 소아백신을 제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외에도 아스펜은 빌&멜린다 게이츠재단과 감염병대비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의 지원금을 받아 아프리카 내 자체 제조 백신의 희망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감염병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해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시작된 정부, 민간, 사회복지, 시민사회조직 간 글로벌 파트너십 기관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 차원에서도 주체적인 아프리카 의약품 규제를 위해 아프리카의약품청(African Medicines Agency, AMA)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2021.11월 우간다가 협약에 15번째 비준서를 기탁*하면서 공식적인 설립 수순을 밟고 있는 아프리카의약품청은 최근 르완다 키갈리(Kigali)를 본부로 지정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AMA의 활동으로 대륙 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안전, 품질, 접근성이 더욱 진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아프리카의약품청 협약은 아프리카연합 회원국 중 15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하면 30일 후 공식 발효

[참고자료]

*김성진. 남아공 아스펜, '아프리카 유일' 코로나19 백신생산 중단 예정. (연합뉴스, 2022-08-11)

*김수진. 아프리카의약품청 설립,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호재될까? (바이오타임스, 2021-11-10)

*김영현. 인도, '감비아 아동 집단사망' 연관 감기약 생산중단 명령. (연합뉴스, 2022-10-12)

*김영현. 인니, 일부 의약품서 아동 집단사망 연관 유해성분 확인. (연합뉴스, 2022-10-20)

*김표향. "우리도 만들자"... 코로나 백신 제조 도전장 내민 아프리카. (한국일보,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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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토탈에너지스. 들어는 봤니? 부동액의 원료 에틸렌 글리콜(Ethylene Glycol). (한화토탈 에너지스,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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