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일상을 돌보는 삶의 기술
"'엄두를 내볼 만한 일'이 늘어나고, '해볼 만한 일'은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이보현, 완주숙녀회(지음), 자기만의방
님, 안녕하세요. 책 속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픽입니다.
5도 2촌, 4도 3촌… 닷새 혹은 나흘은 도시에서, 이틀 혹은 사흘은 도시 외곽에서 보낸다는 뜻입니다. 단 며칠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꾸리기 위해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요. 비청년 비혼 1인 가구도 귀촌할 수 있을까? 텍스처 픽 29호는귀촌하는 법』,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을 펴낸 작가 이보현 님과 일상을 돌보며 나답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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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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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이 밑줄 그은 문장 +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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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신간 소비

읽기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추천하는 책과 문장을 만나보세요

하고 싶으면 하는 것
작가 이보현

 이보현
7년 차 귀촌인. 서울을 떠나 전북 완주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글을 쓰고, 소소하지만 재밌는 일들을 벌이며 산다. 여성을 위한 시골살이 정보 팟캐스트 ‘귀촌녀의 세계란’을 기획·진행했고, 『귀촌하는 법』, 『안 부르고 혼자 고침』, 『나 혼자 발리』를 썼다. @slowbadac
"해보니까 아닌 생각보다 많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이게 중요하지 않을까?"
- 『귀촌하는 법: 도시에 없는 이유와 나다움을 찾아서』는 귀촌 생활의 낭만과 환상 대신 현실을 말한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야기를 절대 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 건 아니었다.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잘 쓸 수 있는데, 좋으면서도 싫은 마음이나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진심을 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자기 있는 자리만 남들보다 대단하다는 듯 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으니까. 나 역시 움직이거나, 그대로 남아 있거나 둘 중 하나지만 늘 흔들린다. 지금 내 자리는 지금까지의 내가 만든 거고, 열심히 감당하고 책임지며 살아갈 뿐이다. 근데 책에서 충분히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모습, 여기 살아 좋은 마음도 마음껏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 귀농이 아닌 귀촌, 다양한 일을 하며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버는 삶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싫었다. 다들 힘들다,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거다, 지나면 괜찮다고들 하는데 나는 버틸 힘이 부족해서인지 잘 안됐다. 1-2년씩 다니다가 맨날 회사를 옮기니까 스스로 너무 끈기없고 적응 못하는 사람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될 용기나 능력은 없지만 비용을 줄이면서 사는 실험은 재미있게 해볼 만하더라.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인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서 2011년에 다음 회사를 정해놓지 않고 퇴직을 했다. 그 이후로 4년 정도 돌아다니면서 사는 사람으로, 여러 인연에게 신세를 지면서 지냈다. 그 이야기를 첫 번째 책 『나 혼자 발리』에 담았다.
 
- 전국의 귀촌·귀농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귀촌녀의 세계란’, ‘여성을 위한 생활기술 워크숍’ 등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친구를 찾고 만나고 싶어서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회사 다니기 싫었던 건 해야만 하는 일, 시켜서 하는 일을 해서 싫은 거였더라.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업들, 그러니까 계획하고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해서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는 재미를 느꼈으니까. 그때그때의 관심사에 따라 조건에 맞게 타협도 하면서 일을 벌인 거다. ‘여성을 위한 생활기술 워크숍’은 당시 재직하던 회사가 적정기술교육사업을 했던 곳이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론 저소비생활자이자 자립인간이 목표였던 내 정체성과 이어지는 기획이기도 했다. '귀촌녀의 세계란' 팟캐스트는 본격적으로 공존이나 연대를 고민하면서 시작한 일이다. 나는 여전히 외롭고 불안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멋진 언니들이 이미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우리가 듣고 싶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날 거고, 우리 같은 마음으로 여자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 그중 ‘여성을 위한 생활기술 워크숍’은 책으로 엮었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완주숙녀회, 이보현 지음, 자기만의 방)은  1인 가구를 위한 필독서로 불리기도 한다. ‘자립인간’이 되어보는 경험은 왜 필요할까?
해보니까 별 거 아닌 게 생각보다 많더라. 비단 집 수리에 관련된 기술만이 아니다. 어려운 부탁의 말도 거절의 말도 처음이 어렵지 한두 번 해버릇하면 필요할 때 할 수 있게 된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을 쓸 때는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좋지 않나, 꼭 필요한 건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꼭 필요하다는 건 뭐고, 반드시 직접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 뭘까? 좀더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인 듯하다. 그럴 수 없는 조건들이 있을 테니까. 여전히 으레 할 수 없다, 할 필요 없다,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요되는 것들이 진짜 그런가 하는 질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이게 중요하지 않을까? 망치질 하고 전등 만지고 가구 조립하고, 요리하고 청소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일하고 등등. ‘자립 인간’이든 '연립 인간'이든 스스로를 돌보고 평등하게 서로를 돌보면서 살아야 할 테니 말이다.
*연립하는 인간 개념은 『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 김원영 지음)에서 가져왔다.
 
- 보현 님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내 삶을 책임지고 돌볼 줄 아는 자립인간인 것 같다. 계속해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아직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내게 필요한 것. 당신에게 다정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서도 혼자서도 씩씩한 멋진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려면 멋진 사람이 먼저 돼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걱정 때문에 먼저 스스로를 책임지고 돌보는 자립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래야만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남 얘기하는 것 같은데, 자기 얘기하는 중이다. (웃음) ‘외롭지 않을 권리’에 안심하는 걸 보면 내가 강렬히 원하는 건 '연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명랑한 은둔자'인 나를 어떻게 잘 돌보면서 살 수 있을까, 계속해서 방황하는 그런 마음들을 지켜보고 있다. 나라는 인간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면서 살고 싶고, 삶을 재미있게, 편안하게, 해롭지 않은 존재로서 이어가고 싶다. 앞으로도 쭉 그런 이야기를 할 것 같다. 
  📚 이보현의 문장들
따뜻한 위로는 아닐지라도 어쩐지 친근한 이야기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지음), 김명남(옮김), 바다출판사

나답게 살고 싶어서, 솔직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나를 돌아보는 일에 몰두하다보면 금세 실망과 불안이 가득 찬다. 그럴 땐 냅을 떠올린다. 모든 순간에 치열하게 자신에게 집중했던 사람.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이 실패하고 때때로 성공했던 시간을 선명한 문장들로 채웠다. 따뜻한 위로와는 거리가 멀지만 어쩐지 친근함을 느껴버리고 마는 책. 
오늘보다 더 나다운 내일을 위해 늦은 오늘은 없다
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리사 콩던(지음), 박찬원(옮김), 아트북스
자립과 자기 돌봄의 시작, 운동을 합시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가쿠다 미쓰요(지음), 이지수(옮김),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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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가 추천한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문장들을 제안합니다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운동의 ‘운’ 자도 모른 채 살다가 마흔이 되어 운동을 시작하고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 책상을 박차고 나가 운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설 『종이달』을 쓴 가쿠타 미쓰요는 복싱, 헬스, 마라톤, 요가, 등산, 하이킹 등 다양한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쌓인 운동 시간은 삶의 모든 것을 바꿉니다. 숨만 쉬며 책만 들여다보며 25년을 에디터로 살아온 이영미 작가는 전형적인 저질 체력 사무직 노동자로 살다가 하나씩 운동을 도전해, 마침내 철인 3종을 완주합니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마녀체력』은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지만 수없이 구르고 넘어지는 동안 조금씩 단단해지는 이야기예요.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든다죠. 운동 한번 시작해볼까요?

        • 그때 나는 뭔가를 깨우쳤다고 생각한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 40대 중반쯤 되면 대개는 자신이 대충 하는 것과 대충 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노력해도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청소를 대충 하든 혼자 있을 때 저녁식사를 대충 만들든 그건 이제 일상적인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물건을 살 때 하는 암산도 자동차 운전도 ‘못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안 한다. 안 하려 하는 자신을 부끄럽다고도 비겁한 녀석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제목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저자/역자 가쿠타 미쓰요/이지수
          출판사 인디고
              • 처음엔 마음에 작은 파문 하나가 일었을 뿐이다. 그것은 자꾸만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고, 그로 인해 몸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 이런 희열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지구는 돌고 내 인생은 마냥 흘러갔을지 모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얌전히 출퇴근만 반복하며, 오늘도 어제처럼 밥 먹고 잠자는 이랑. 무난한 삶에 만족하며 한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내 몸에 가득한 잠재력도 깨닫지 못한 채, 고작 30퍼센트의 에너지만 끼적대면서 말이다.

                제목 마녀체력
                 이영미
                출판사 남해의봄날

              두근두근, 이 주의 신간 소비

              문 밖에 펼쳐진 거대한 읽을거리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
              명판은 그 명판이 설치된 도시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전한다. “항상 명판을 읽자”는 준칙은 주변 건축물들을 관찰하고 건물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철판에 새겨진 모든 이야기가 진실만 다루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명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명판에 실린 작은 글자들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 어크로스

              🍋 큐레이터 L
              팟캐스트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도시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신호등, 공원 벤치, 건물 명판 등에 숨겨진 아이디어와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더 깊게 경험하고 사유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일상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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