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 식구들의 가을 이야기

잠잠한 계절이 찾아오면

나무에서 무언가 툭 떨어지기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어요. 감이더군요. 노을 색을 가득 머금은 주홍빛 감을 보다가 ‘가을이 왔구나.’ 생각했어요. 새파란 대추가 붉어지는 계절, 무화과를 말리기에 알맞은 계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공기가 아직 매섭지 않아 기꺼운 계절, 가을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을 지나 살그머니 차분해진 이 계절은 짧아서 붙잡고 싶고, 금방 지나가서 더 잘 누리고만 싶어져요. 초록이 사그라진 잎사귀가 붉게, 또 노랗게 물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가을에 깃든 이야기를 상상해 봅니다. 이 잔잔하고 침착한 계절, 님은 어떤 이야기를 그러모으고 있나요? ‘이야기가 깃든 영상’을 주제로 《AROUND》 86호를 바지런히 준비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86호 소식에 앞서 어라운드 식구들의 가을 이야기를 전해 드릴게요.

10.13.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식구들의 가을 이야기


10.27.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11.10.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숨 쉬는 땅을 자박자박 밟으며

지금 님의 옷장은 무슨 색깔인가요? 반팔을 개놓고 긴팔을 꺼내 입으며 옷장의 표정도 제법 차분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외투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일 이 계절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 중입니다. 누군가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했죠. 찬바람에 외로워지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고, 가을 햇빛에 포근해지는 계절이기도 해요. 마음먹기에 따라 가을의 표정을 또다른 각도에서 즐길 수 있을 테니, 오늘은 어라운드 식구들의 이야기를 엿보며 이 계절을 만끽할 힌트를 얻어 보세요.

Drama

〈연애시대〉


김이경편집장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감성적인 OST와 주옥같은 대사로 나의 마음을 뒤흔든 드라마. 남녀가 헤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주연 배우 감우성과 손예진 둘의 분위기에서 가을이 느껴져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 사랑이 뭘까, 어느 정도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까, 많은 시청자에게 물음을 주었던 드라마. 16년 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자주 떠오르는 장면들.

Movie

김태용 〈만추〉(2011)


양예슬—디자이너

살에 닿는 공기의 온도가 차가워질 무렵엔 영화 만추가 생각나곤 하죠. 침잠하게 전개되는 훈과 애나의 서사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아스라한 시애틀의 안개와 맨 얼굴의 탕웨이, 훈의 음성까지 모든 게 그저 좋아요.

Music

기리보이 ‘Hook송’


지정현—브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가을 탄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가을이란 계절이 주는 싱숭생숭하고 멜랑콜리한 감정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이 노래에서 기리보이는 제대로 가을을 타고 있어요. 추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다가 팔짱 낀 연인들을 보고 "춥네…." 하고 중얼거리는 그런 가을을 말이에요. 겉옷에 손을 푹 찔러 넣고, 한강 공원을 휘적휘적 거닐다가 벤치에 앉아 꽁냥꽁냥하는 커플을 곁눈질로 바라보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나요? 어쩌면 저도 가을을 타는지도 모르겠네요.

가을은 충만한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쓸쓸한 계절이라고도 해요. 저는 가을은 쓸쓸한 계절에 한 표를 던지는 편인데요. 이 책에서 최유수 작가는 수만 번의 여름, 수만 번의 겨울 사이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아무도 없는 바다에 빗대어 단문으로 풀어내요. 쓸쓸함, 외로움, 그리고 고독함 따위의,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우리가 온몸으로 익히 겪어 온 어떤 감정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어요. 가을의 쓸쓸함을 느끼고 싶을 때 이 책, 《아무도 없는 바다》를 추천할게요.

나 홀로 가을밤에  

밤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계절이어서일까요. 밤이면 자꾸 뭔가를 하고만 싶어집니다. 낮은 조도가 어울릴 것 같아 스탠드 밝기를 낮추고 어울리는 음반을 뒤적여 보아요. 스트리밍보단 아날로그가, CD보다는 LP가 어울릴 것 같아 손끝에 닿는 몇 장의 앨범을 꺼내봅니다. 문득 AROUND 71호에 실린 〈아주 한밤의 소리〉 가 떠오르네요. 그때 귓가를 간질인 음악이 마침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을 닮아 있어 이 편지에 사계절을 담아보자고 생각합니다. 오늘 종일 가을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또 다른 계절을 들려드릴게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올곧은 취향이 담긴 계절 음악을.


글·사진 이주연

봄 | 9와 숫자들 [유예]

보드라운 색상이 곱게 어우러진 이 LP를 꺼낼 때면 손끝부터 아름다워지는 기분이에요. 촉촉한 꽃잎의 감각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벚꽃잎을 닮은 투명한 판을 바라봅니다. 눈언저리가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끼면서요. 안온한 밤을 귓바퀴에 담을 준비를 마치고 레코드판 위에 가만히 바늘을 올립니다. “언제부턴가 내 등 뒤론 자꾸 시린 바람이 따라붙어 도망쳐봐도 이미 내 눈은 함빡히도 젖어 있었네”

피시만즈는 언제든 쉬이 여름밤을 데려옵니다. 흐르는 선율 틈새로 스며오는 공기를 곱씹으며 이 밤을 붙잡는 것이 오늘의 할 일처럼 느껴지네요. 한 면에 한 곡밖에 들어 있지 않은 이 가벼운 LP엔 모름지기 여름에 어울리는 곡 ‘나이트 크루징’이 실려 있어요. 잠깐의 시간을 들여 음악의 표정을 마주하는 순간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 “창문은 열어두는 거야 좋은 소리가 들려올 것 같아”

찰리 브라운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죠. “이 멍청아!” 스누피에게 무시당하는 아이, 연날리기만 하면 연줄에 칭칭 감겨버리는 아이, 100번째 손님까지 초콜릿을 준다고 하면 101번째에 줄을 서는 아이, 투수로 있는 야구팀은 백전백패인 아이. 어린 패배자 찰리와 마음을 나눠 가지고 싶은 쓸쓸한 밤이 있어요.피너츠의 주제를 굳이 찾는다면 항상 패배하는 찰리 브라운이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 아닐까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의 말을 자그맣게 읊어봅니다.

이 계절의 안부

어라운드 식구들이 전한 가을 콘텐츠와 에디터의 가을밤 음악 어떠셨나요? 님의 가을 안부도 궁금해지네요. 선선한 이 계절, 어떤 포근함으로 온기를 덧대고 있는지 들려 주세요. 님은 이번 뉴스레터에 수록된 어떤 콘텐츠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궁금해요.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어라운드 식구가 있다면 편하게 답장해 주세요. 님이 누리고 있는 가을의 콘텐츠를 전해 주셔도 좋아요. 다음 뉴스레터에 님의 답장을 살며시 소개해 드릴게요. 어라운드는 우체통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답니다.

옷이 도톰해지는 만큼 님의 마음도 두터워지기를 바라는 계절, 오늘은 가을 이야기를 담뿍 담아봤어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A Piece Of AROUND’ 콘텐츠로 기억할 만한 매거진 이야기를 안고 올게요. 또 어떤 소식이 편지봉투 안에 잠자고 있을까요? 이달 말 발행될 86호도 잊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그럼, 다다음 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뵐게요. 안녕!

'케이크가 놓인 자리(With Dessert)’를 주제로 한 《AROUND》 85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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