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알아가고 싶다는 호기심

세상에 태어나고 여러 해를 지나면서 지금의 ‘나’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또 앞으로 다가올 매일매일을 ‘나’라는 이름으로, 또 ‘나’라는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게 될 텐데요. 오늘은 살짝 진부하고 고리타분할 수 있지만, 우리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당신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아마 살면서 몇 번은 접해보았을 질문이지만, 여기에 확신에 찬 대답을 하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이 꼭 살아온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바쁘고 고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면 되려 자신을 알아간다는 감각과 멀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 볼게요. “당신은 자기자신을 향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나요?”

나를 탐험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스스로를 잘 아냐고 질문하기에 앞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있는지 질문해보려고 해요. 이 호기심은 스스로를 탐험하게 하는 중요한 연료가 되어주거든요. 나는 무엇을 할 때 기쁜지, 또 무엇을 상상할 때 마음이 힘든지. 어떤 색감에 눈길이 머물고, 어떤 풍경에 발길이 멈추고, 어떤 선율에 마음이 흔들리는지. 또 어떤 상황에 자신감이 솟구치고 어떤 상황에 주눅이 드는지. 그리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다른지,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무엇을 탐색하고 싶고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 이러한 유형의 나를 향한 무수한 호기심들이요. 이 호기심을 연료로 한다면, 내 안에 있는 미지의 세계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더 나아가면서 탐험의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됩니다.

친절한 안내자이자 탐험 메이트 '예술'

하지만 바쁜 일상에 떠밀리다 보면 탐험의 끈을 놓치게 되기도 하고, 살아온 시간이 늘어갈수록 자꾸 이 탐험을 게을리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꾸준히 자신을 탐색할 방법을 가까이 두어야할 텐데요. 여러가지 실천적인 방법이 있겠지만,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예술’은 우리에게 좋은 안내자이자 탐험 메이트가 되어줍니다. 예컨대, 희곡이나 소설을 읽다 보면 내 삶의 테두리 안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인물들과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고, 어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지, 내가 그 상황을 마주한 인물이라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할 것인지 여러 갈래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서 내가 가보지 않았던 영역으로 사고와 감정을 한 뼘 더 뻗어내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음악, 무용, 미술, 글쓰기 등 다채로운 예술 장르 안에서 나를 꾸준히 탐험해 나가보는 거예요. 나를 잘 알고 싶다는 정성 어린 호기심을 바탕으로요.

요즘 여러분은 책의 어떤 구절에 눈길이 머물고, 영화의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맴도나요? 그리고 어떤 음악과 미술 작품에 마음이 동했는지도 함께 떠올려봐요. 그때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나요? 지금 여러분은 나를 향한 탐색을 이어나가고 있나요? 아니면 혹시나 그 탐색을 멈췄나요? 만약 그렇다면 다시 그 탐험의 끈을 다시 잡아보아요.

눈 앞의 공포는 

상상의 공포보다는 덜 무서운 법

- 비극 <맥베스>의 맥베스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