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최근 재미지게 보고 있는 유튜브 토크쇼가 있습니다. 바로 ⟪바퀴 달린 입⟫인데요. 패널 모두가 최고의 입담을 자랑합니다. 그중에서도 저의 최애는 풍자님 입니다. 최근 유튜브 예능을 휩쓸고 있는 주역이죠. 풍자님이 익숙한 분들은 그녀가 트랜스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트랜스 여성인 하리수님도 과거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두 분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대중들은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의료 접근성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호르몬 치료, 성확정술 등이 앞두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의료 정보의 부족과 국내의 취약한 의료 접근성은 큰 벽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출간된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는 의료 시스템에 취약한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환자로 마주하는 의료진을 위한 가이드북입니다.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의 출간 의의는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성소수자를 위한 ‘유별난' 의료 가이드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출처: Unsplash 
👋 오늘의 에디터 : 식스틴
얼마전 암스테르담을 다녀왔어요. 벌써 다시 돌아가고 싶군요.
오늘의 이야기
1. 의료 시스템의 진화와 발전
2.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feat. 최근에서야 바뀐 국제표준)
3. 트랜스젠더 호르몬치료와 성확정술

🏥 의료 시스템의 진화와 발전

출처 : 노네임 No-name

최근 대중문화 산업에서 ‘퀴어'는 매우 매력적인 소재로 읽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예능 프로그램 ‘루폴의 드랙 레이스'는 시즌을 거듭하며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 콘텐츠로 부상했죠. 그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퀴어 아이⟫ 등 퀴어를 소재로 삼은 예능, 드라마, 영화 등이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죠. 하지만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진실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퀴어 당사자에게는 당장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 당신의 존재를 매 순간 증명해야 하는 사회가 눈 앞에 있습니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성 건강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하는 필수 인권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성 건강을 '성적 측면에서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한다. 건강은 단지 질병이 없거나 기능 이상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전인적으로 본인의 삶을 충만하게 영위할 수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는 단순히 의료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법적, 문화적 영향이 성소수자의 삶에 미치는 맥락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밝힙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시민의 기본 권리 중 하나인 의료 서비스에서 성소수자라는 키워드는 깊이 다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성소수자 의료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할 때이죠. 윤정원 전문의의가 언급한 것처럼 개개인이 평등해지기 위해선 이러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논의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시스템이란 시간에 따라, 사회적 맥락에 따라 진화합니다. 과거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사적화되어 감춰진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의료 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적 맥락과 결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다 포용적으로 개개인의 질병, 더 나아가 개인들의 건강한 의료 권리를 확대하여 시스템의 진화를 담보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면 시스템도 이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 것이죠.

🏳️‍🌈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feat. 최근에서야 바뀐 국제표준)

과거 성소수자에 대한 성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를 위한 성교육은 거의 없으며, 이들의 성 건강에 대한 의학 정보나 의료인 교육 역시 부족하다"고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말합니다. 더 나아가 “많은 의료인과 환자가 여러 이유로 이를 피한다. 임상의는 시간 제약, 불충분한 교육과 보상, 환자의 거부감, 성적 주제를 다루는 개인적 불편함 등을 장벽으로 꼽는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의료분야를 떠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에서도 성소수자는 배제되어 왔죠. 점차 논의가 확대되어가고는 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정보를 얻는 곳은 유튜브, 인터넷 웹서핑을 통한 불확실한 정보들이 많습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현실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요.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성소수자 의료와 관련된 수업이 개설되었고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당사자와 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북이기에 더더욱 의미가 크죠. 

출처 : 닥터 결희킴TV

그렇다면 국제적 표준은 어떨까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는 국제질병분류 ICD-11(11판)은 2018년 발표되어 202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ICD-11에서는 더 이상 성별정체성을 병리적인 것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성별정체성이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결정은 이렇듯 굉장히 최근의 일입니다. ICD뿐만 아니라 2013년 발행된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제시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DSM 5판을 통해 동성애는 더 이상 진단 분류체계에 포함하지 않음을 밝혔습니다. 

최근에서야 성별정체성이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게 됐지만, 이 과정에 도달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1886년 정신 의학자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은 동성애가 다윈 이론의 관점에서 정상적이 않은 행동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이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질환으로 보았습니다. 이후 우리에게 익숙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905년 동성애를 부도덕하거나 질환으로 보지 않았고 영유아기의 양성애적 감정 중 동성애적 감정이 고착화되어 성인기에서도 지속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자들은 병리적으로 보았죠.

🏳️‍⚧️ 트랜스젠더 호르몬치료와 성확정술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가 기획한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에서는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의 진단 분류 체계의 변화,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호르몬 치료, 물리적 수술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를 전제로 한 기존 의료의 한계를 인정하고 최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당사자 혹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책이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를 통해 성소수자 친구를 둔 성소수자 주변인,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성소수자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들에게도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를 위한 호르몬치료>, <트랜스젠더의 성확정수술>을 다루고 있는 챕터에서는 트랜스젠더 의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은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이자 젠더클리닉 주치의는 “진료실에서는 호르몬치료를 처방하는 동안 혈중 호르몬농도를 모니터링하면서 용량을 조절한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약을 구입하고 다른 사람이 알려준 대로 투약하여 과한 용량을 투여한 경우를 종종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트랜스젠더에게 의료 접근성과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파트너는 호르몬 치료와 병원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해왔는데요, 검증되지 않은 소스에서 비전문적인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개개인의 체격과 대사활동이 다름에도 개인의 경험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이드북을 통한다면 보다 정확하고 검증된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 그리고 트랜스젠더 환자를 다루게 될 혹은 다루고 있는 의료인에게는 더더욱 귀한 자료겠죠.

출처 :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에서는 트랜스젠더 성확정수술에 관한 자세한 내용도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높은 비율의 국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성확정수술(성기제거 혹은 재건 수술 등)을 받기 위해 태국으로 향합니다. 국내는 아직 성확정술에 대한 기술과 연구가 부족했거든요. 반가운 사실은 이제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0년과 2021년 국내 두 곳의 대형병원에서 LGBTQ+ 센터, 젠더클리닉이 개소했습니다. 이로써 국내에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강동성심병원까지 총 세 곳의 대형병원이 성소수자 전문 의료시설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성확정수술을 받기까지는 몇가지 규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 전문의로부터 환자의 성별위화감과 성별불일치가 지속되었다는 F64.0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F64.0은 환자가 성별 위화감과 성별불일치를 지속적으로 느낀다는 진단 코드이죠. 또한 성기재건 성확정술에는 최소 1년간 호르몬치료를 받고 선호하는 성역할에 따라 생활한 뒤에 수술받기를 권고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1년간 선호하는 성역할에 따라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야 하고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취업이 어려우니까요. 

출처 : KBS 1라디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트랜스젠더에게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적 접근성이 부족합니다. 생식기 수술에는 다양한 방법론들이 있고 이 방법론들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환자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에서는 결장을 이용한 방법, 소장을 이용한 방법 등 질성형술에 이루어지는 여러 집도 방식을 설명합니다. 또한 내부생식기 절제술과 가슴 절제수술 및 흉부 재건수술, 외부성기 재건수술에 대한 정보들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별 없는 병원 : 진료실을 바꿀 성소수자 의료 가이드⟫는 이뿐 아니라 성소수자의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챕터, 성소수자 건강검진, 아동·청소년 성소수자 상담과 의료인을 위한 성소수자 의료 교육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이드의 출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은 국제적 의료 시스템의 진화와 변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내 의료 시스템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구체적 정보들을 나열하고 있어 성소수자 당사자와 의료인들에게는 기본적인 정보들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  오늘의 콘텐츠 추천

영화 [본즈 앤 올] 메인 예고편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단연 올해 손가락에 꼽는 작품입니다. 물론 티모시 살라메 덕분! But, 티모시 뿐만 아니라 콜마넴 감독과의 재회라는 점. 이 점이 바로 영화를 간절히 기다리게 하는 이유죠. 11월 30일 런 투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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