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건축가는 대칭, 균일, 중심, 비례에 큰 힘을 쏟았습니다. 갤러리의 시작은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소장품 뽐내기었지만, 오늘날엔 작품 판매를 위한 전시 공간을 뜻하죠. 공공예술, 더 구체적으로 건축물 미술작품(구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품)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칠이 다 벗겨져 뭘 그렸는지 모르겠는 벽화나 건물 사이사이 좁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덩치로 ‘까꿍’ 하는 아찔한 조각이 눈앞에 스치나요? 이번 레터를 계기로 최소한 건축, 갤러리, 공공예술에 대한 그간의 인상은 그만 놓아줍시다. 

오늘 전하는 소식에는 몇십몇백 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건축이 아닌 긴급한 용도를 위한 건축전시, 삶과 예술의 경계를 지우기 위해 매번 다음 단계로 떠날 준비에 바쁘고 바쁜 팩토리의 큰 그림, 그리고 공공예술을 명칭 그대로 공공(public)으로 되돌리기 위해 3년을 면밀하게 준비한 팀팩토리 이야기 등으로 채웠습니다.

✉️ 전시 / Assembly of Air
2021. 7. 6. – 7. 12.

팩토리2의 다음 전시는 짧은 기간 동안 매우 강렬한 메시지와 물음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참여 건축가인 바래(BARE)는 그간 역동적인 도시의 환경과 시간에 조응하는 리서치 기반의 작업들을 통해 매번 놀라운 프로젝트들을 선보였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팩토리가 기획 중인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에서 소개하는 파빌리온 작업과정과 거기에서 파생된 설치물을 소개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대, 특히 전장이나 불모지 등 병원이 본래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곳에서 ‘모바일 병동’의 역할과 공간 연구, 그리고 그 주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Assembly of Air (어셈블리 오브 에어)》는 도시와 접속하는 가벼운 건축, 사물 혹은 장치에 관한 이야기다. 이 전시는 건축스튜디오 BARE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회적 결과물로 제안한 <에어빔 파빌리온>에서 출발한다. 긴급한 용도를 다하고 한여름에 사라진 거대한 공기막 구조물은 건축의 생산과 순환의 문제를 환기한다. <에어빔 파빌리온>과 연장선에 있는 <에어캡 파빌리온>, <에어팟> 그리고 이번에 팩토리2에 새롭게 선보이는 공기 설치물은 그간 도시에 개입하는 크고 작은 여러 장치들을 실험해 온 바래의 건축 방식을 ‘Assembly’라는 설계/제작 방법론과 ‘Air’로 표상되는 비건축적 재료의 결합으로 강조한다. 본 전시에서는 <에어빔 파빌리온>에서 영감을 받은 사운드 작업, 그곳의 생성과 소멸을 기록한 비디오 영상, 공기막 구조물과 대응하는 식물 작업 등을 소개한다. 이들이 한 데 어우러진 모습을 통해 관람자는 건축이 다양하게 확장하는 새로운 단면들을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명  Assembly of Air (어셈블리 오브 에어)
기간  2021년 7월 6일 (화) - 7월 12일 (월)
관람시간  전시기간 중 휴관 없음. 11시-19시 
기획  CAC @cac_seoul
그래픽디자인  Gute Form @guteformseoul
사운드  장성건 @satanikmetal666
비디오그래피  배한솔 www.hansolbae.com
식물 작업  정성규 @gyucity 
참여작가 & 주최  바래 www.bare.kr  @bareseoul 
후원  팩토리2

✉️ 전시 연계 / 
Doubt Is My Boyfriend 
박승혁 작가 Instagram LIVE!
2021. 6. 29.

현재 전시 중인 박승혁 작가의 아티스트토크를 위해 지난 화요일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인사드렸습니다. 전시와 개별 작품의 감상 및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시간엔 홈그라운드 대표이자 팩토리 콜렉티브 멤버이기도 한 안아라 님이 함께 해주었지요. 박승혁 작가는 전시장 1층의 두 작품, <예감>과 <빙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긴 바 있습니다.

“하나는 투명한 레이어로, 다른 하나는 투명하되 색색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다. 각 레이어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들은 내가 평소 관심 가지던 창구의 창문에서 유래한다. 이는 대체로 공공대화 자리의 매개체이며, 투명하지만 동시에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지점이 인간이 내재한 양면성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의심을 전제로 계속해서 관계를 맺는다면 그사이에는 수많은 레이어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대화의 가능성 또는 우회적 이해도 열리게 할 것이다. 대화를 통해 타자를 이해하거나 납득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곧 나를 열리도록 하는 일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 곧 언어를 확장하게 하는 방식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박승혁 작가는 이번 전시명을 어느 노래의 가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는데, 더 거슬러 가면 오스카 와일드의 ‘의심이 믿음의 시작’이라는 코멘트에 닿는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의심이나 의문을 전시장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며 자신만의 감상과 이야기로 가져가길 바랍니다. 본 전시는 이번 주말로 마무리됩니다.

작가  박승혁
진행  안아라 @ara_ian_amon

전시명  Doubt Is My Boyfriend
기간  2021년 6월 16일 (수) - 7월 4일 (일)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11시-19시

✉️ 프리뷰 1 /
Coming Home to Seoul #2
2021. 7. 21.- 9. 10. (예정)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로컬(Lokal)과 팩토리2의 《Coming Home to Seoul》 전시에 앞서, 이번에는 로컬이 어떤 곳인지 가늠해보실 만한 인상을 간략히 준비해보았어요. 

헬싱키의 중심부에 위치한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걷다 보면 헬싱키를 대표하는 갤러리이자 아트숍, 로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가이며 아티스트인 캇챠 헤이글스탬(Katja Hagelstam)이 2012년 설립한 이곳은 헬싱키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어 핀란드 아티스트, 디자이너, 공예가의 ‘집’으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2017년에는 캇챠와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미감과 뛰어난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으로 무려 핀란드 정부가 수여 하는 디자인상을 받기도 하였고, 이제는 헬싱키를 넘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공간이자 브랜드가 되었지요. 예술과 디자인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로컬이 소개하는 작업은 생산 지역의 단단한 크래프트맨십에서 출발해 더 많은 공감과 쓰임을 지속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로컬 컬렉션(Lokal Kollektion)은 아름답고 기능적인,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오브제들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팩토리가 추구하는 심리스 플로우(Seamless Flow) 메시지와 조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로컬과 팩토리2가 함께 만들어 선보일 7월의 《Coming Home to Seoul》 전시에도 지속적인 관심 바랍니다.

✉️ 프리뷰 2 / 오늘의 날씨 
                               
팩토리의 역량은 전시, 교육, 공간운영, 아트컨설팅, 스페이스브랜딩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사업 중 팩토리가 주력하는 꼭지 중 하나는 예술 기획입니다. 

예술에서 새로움과 아름다움에 더욱더 깊고 따뜻한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팩토리는 '팀팩토리'라는 전문 기획팀을 만들어 지난 3년간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를 진행해왔고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7월 설치 완료를 앞둔 본 프로젝트의 사이트는 광명 KTX 앞, 오피스, 스트리트몰, 호텔, 공연장, 방송국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로, 여기에서 팩토리는 전체 건축물미술작품에 대한 기획과 실행을 맡았습니다. 인류 공동의 조건이자 보편적 주제인 '오늘의 날씨'를 바탕으로 국내외 15인(팀)의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구현하였습니다. 

8월부터는 해당 사이트에서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경험할 수 있으며, 9월 말에는 팩토리2와 바로 건너편 온그라운드_막에서 《오늘의 날씨》의 주제와 과정,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아래 텀블러 링크에는 지난 3년의 기록이 주제연구, 작품, 작가, 참고자료, 작업과정, 워크숍 등을 통해 촘촘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팩토리의 퍼블릭아트 프로젝트와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보다 많은 분을 곧 있을 전시 및 연계프로그램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 팩토리 다이어그램 2021

‘팩토리’ 하면 떠오르는 여러 이미지가 있지요. 사실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언제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이 있답니다. 이번 꼭지에서는 팩토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팩토리2는 2002년 문화예술 기획자 홍보라가 문을 연 갤러리 팩토리에서 출발한 공간입니다. ‘함께 지속할 수 있는 방법’, ‘협업’, ‘문턱 없는 경험’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전시, 교육, 에디션 제작, 공공예술, 스페이스브랜딩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해왔지요. 2018년부터는 명칭을 팩토리2로 바꾸고 팩토리 콜렉티브를 구성하여 프로젝트 별로 전문화와 다각화를 꾀하며 예술과 삶의 연관성, 구체성과 동시대성을 담는 기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팩토리는 ‘(예술) 감상과 (일상 속)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 - 심리스 플로우(Seamless Flow)’를 주요 운영방향으로 삼아 다양한 창작자와 긴밀하고 유연한 관계를 지속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① 공간운영 - 팩토리2 - 전시 및 다양한 프로그램
② 프로덕트 개발 - 팩토리숍 - 팩토리에디션 
③ 컨설팅 - 팀팩토리 
④ 기획단 - 팩토리 콜렉티브

✉️ 팩토리2 친구들

안녕하세요. 《Coming Home to Seoul 전시의 홍보를 맡은 백솔입니다. 저는 자연과 감각적 경험에 관심이 많아요. 변화하는 계절을 온전히 누리는 것은 큰 행복이자, 제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지금 이 계절이 주는 선물들을 늦지 않게 열어보는 일은 어느 정도의 부지런함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니까요. 20대 모두를 핀란드에서 보냈고, 현재는 한국에서 교육 콘텐츠 분야의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전시기간에는 뉴스레터를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백솔 @sssolb

✉️ Serendipity

2021년 뉴스레터에서는 2018년 말, 갤러리 팩토리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글로서리 북, 『Serendipity』 중 뉴스레터 소식과 함께 전하면 좋을 키워드를 하나씩 보내드리고 있지요. 이번 레터에서는 무언가를 하나의 이름, 역할, 쓰임으로 정의 내리는 것에 매번 신중을 기하고 때마다 의심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골라본 키워드입니다. 더 풍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 주세요. 

“다양한 사람들이 위계 없이 만들어 내는 협업의 결과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전시? 공공프로젝트? 워크숍? 클래스? 마켓? 놀이터? 그렇다면 그것에 함께 한 이들은 또 자신을 무엇이라 포지셔닝 할 수 있을까. 기획자? 에디터? 행정가? 기록자? 조정자? 조연자? 관람자? 사실 행위와 역할을 특정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자신과 공동체의 확장 가능성을 애써 한정하고 축소해버리기도 한다.” (후략)

이 레터를 휴지통으로 보내지 않고 (감사합니다 ☺), 지금 이 나가는 인사말까지 읽고 있는 당신은 (또 한 번 감사합니다 ☺) 아마도 ‘팩토리는 어떠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나’하는 궁금증이 마음에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평소 품었던, 언제고 놓아주고 싶었던 생각이 있으시다면 다음, 다다음의 팩토리의 뉴스레터도 계속해서 펼쳐봐 주시길 바랍니다.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