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 #모르텐알베크 #이상원기자

[주말에 뭐 읽지]  2021-07-08 #64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unsplash

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당신에게
모르텐 알베크 지음/이지연 옮김
김영사 펴냄

‘워라밸’은 최근 생긴 신조어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줄인 말이다.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말은 ‘일을 덜 (열심히) 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일을 등한시하고 취미 생활만 즐기던 사람이 제 업무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한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문제라는 게 워라밸의 문제의식이다. 덴마크 철학자이자 경영자인 모르텐 알베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일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행하는 무수한 활동 가운데 행복 수준이 가장 낮은 상태가 일하는 때이다. ‘병으로 몸져누운 것’ 바로 위 순위가 ‘일’이다. 사람들은 청구서 납부나 줄 서서 기다리기, 집 청소 등에서 일보다 훨씬 큰 행복을 맛본다고 답했다. 알베크는 일이 고통의 근원이라면 일과 삶 사이 건강한 균형은 정의부터 불가능하다고 썼다. 답은 인생에서 일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남은 대안은 일이 ‘삶의 반대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직장생활이 돈을 벌기 위해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일에서 의미를 느끼게 하는 4가지 요소로 저자는 목적, 소속감, 개인 성장, 리더십을 꼽는다. 조직 경영의 힌트이기도 하다.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조직, 직원들의 관계가 유기적인 조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조직, 관리자가 올바른 체계를 세우는 조직이 사람을 떠나지 않게 한다.

평범한 경영 지침서·자기계발서와 가장 다른 대목은 책 말미에 있다. 좋은 일과 조직을 논하는 저자는 책 말미에, 일이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적는다. ‘건설적 반기’를 들거나, 떠나는 것이다. 우리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시가 “그만두겠습니다”일 때가 있다는 것.

이상원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나이 듦-유한성의 발견
최은주 지음, 은행나무 펴냄

“우리는 늙기 싫어하며, 늙음의 경험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늙기 시작한다. 늙음은 처음이다. 일상적인 두통, 복통, 감기부터 어느 날 새삼스럽게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과 주름을 발견하면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 저자는 이런 나이 듦을 ‘유한성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시, 소설, 영화, 그림 등 우리 삶을 묘사하는 예술 작품에 나타난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분석해 기존 인식을 비판한다.
저자는 나이 듦이 경험에 따른 숙련과 성숙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나이 듦의 장점인 것처럼 과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나이 듦의 풍경이 부정과 상실의 어휘로만 수식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관조하기 좋은 책이다.

관부재판
하나후사 도시오·하나후사 에미코 지음, 
고향옥 옮김, 도토리숲 펴냄

“한·일 양국의 양심 세력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진심과 상처를 함께 생각하고 나누길 소망하는 메시지.”

1992년 부산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와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10명이 일본 시모노세키 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첫 소송을 제기한다. 1998년 1심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일부 승소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던 이 재판은 2심과 최종심에서 일본 정부에 패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관부재판으로 불린 이 소송 뒤에는 평범한 일본 시민들과 변호사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전후 책임을 묻는다.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한국인 할머니들을 만나며 재판 지원을 시작했다. 그 중심에 하나후사 도시오와 하나후사 에미코 부부가 있었다. 두 사람이 주축이 된 지원모임은 28년 동안 재판 지원 외에도 전후 책임과 보상을 위한 입법운동 등 다양한 일을 했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창비 펴냄

“고기 이전에 돼지가 있고, 돼지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채식을 ‘지향’하고 싶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도시 직장인에게 하루 한 끼만이라도 채식을 실천하는 일은 꽤 큰 동기부여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동물복지, 건강한 삶 등 채식을 하려는 데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들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20대 후반 귀촌을 택한 뒤 채식주의자가 됐다. 지역 축산업의 현실을 목격하고 생긴 문제의식 때문이다. 고민과 실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1년 동안 돼지 세 마리를 직접 키우고, 잡아먹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물복지’ 사육은 가능한 일인가. 인간의 육식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질문을 품은 ‘비건’(혹은 비건 지향인)들이 반가워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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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무관심
한승혜 지음, 사우 펴냄

“개인주의자는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다르게 오히려 공동체를 소중히 여긴다.”

저자는 스스로를 ‘이름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인, 여성, 엄마, 아내, 가사노동자, 마감 노동자, 독자, 작가 그리고 개인주의자. 그는 개인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잘못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개인주의자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강변한다. 특정한 카테고리에 묶어 타인을 단순화하기보다는 인간의 복잡성과 입체성을 인정하고 읽어내려는 노력이 개인주의자의 자세다. 나와 다른 타인의 개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적당한 무관심의 사회. 그러면서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서로에게 다정한 사회. 개인으로 우뚝 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저자는 바란다. 한국 사회의 만만치 않은 문제들을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프레임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그림의 영토

<두 갈래 길> 중에서,살림어린이 제공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자기만의 방을 나와 길을 걷는다. 길 위에서 여자는 신기한 것에 마음을 놓기도 하고, 남자는 두려운 것으로부터 헤쳐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인생은 끊임없이 선을 그어가며 길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  김지혜(그림책 서점 ‘소소밀밀’ 대표)

내비게이션을 끄고 길을 떠나보는 용기 전체 글 보기 >>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안내해드린 이벤트 기억하시나요? [주말에 뭐 읽지] 독자들이 여름휴가 때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벤트였는데요. 편집자 마음대로 급작스레 벌인 이벤트이긴 했습니다만, 하길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보내주신 추천 책과 추천 사연 읽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종합적인 이벤트 결과는 다음주 뉴스레터에서 밝혀드릴 예정입니다만, 그중 하나만 맛보기로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닉네임 ‘다름바름’ 님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심채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를 추천하면서 남겨주신 사연입니다. 
“여름 하면 시원한 바다 생각부터 나지만 보통은 찜통 더위에 시달릴 때가 많듯, 매일 하늘의 별만 볼 것같은 천문학자도 사실은 연구 관련 영수증을 더 오래 바라본다는. 삶의 진실에 가까운 책이라 추천합니다. 허상보다 사실을 똑바로 볼 용기를 갖는 여름 보내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속으로 움찔 했어요. 흔히 휴가철 하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떠올리죠. 장르소설, 웹툰, SF 등등…. 그런데 ‘허상보다 사실을 똑바로 볼 용기’를 주는 책과 함께 보내는 휴가라니, 뭔가 허를 찔린 느낌을 받았던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오늘의 추천책도 휴가에 나름 어울리는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에서 도피하려고만 들 게 아니라 일 그 자체의 의미를 직시하는 시간을 갖고 나면, 글쎄요, 거친 현실을 헤쳐나갈 용기가 또 새롭게 솟아날 수도 있을테니까요.
 
여름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은 7월12일까지 추천받습니다. 독자들의 여름 서가가 풍성해질 수 있게끔 평소 아껴 보던 책, 눈여겨 보던 책 추천 부탁드릴게요. 아, 그리고 휴가용 팁 하나 더💡 번잡한 휴가지 말고 조용한 서점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분이라면 전국에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는 북스테이 서점🏡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마침 (주)동네서점지도에 전국의 가 볼만한 북스테이 21곳이 소개됐으니 참조하시길요.
     
     
" 여름, 휴가철에 읽기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
책의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청량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강력추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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