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고 잘 말하면 생기는 일들

내가 할 수 있는 말, 들을 수 있는 말
지난주 일요일인 3월 8일, 특별한 독서 모임을 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화상 회의 시스템인 구글 행아웃에 모여 서로 소개하고 싶은 책의 다섯 가지 문장을 낭독하고, 생각을 나누었어요.
소개하는 책들의 문장을 읽다 보니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이 문장을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 문장 - 묵묵
타자에게 책임 있게 다가간다는 것은 타자가 이미 내게 다가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타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다만 내게 들리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임이란 단지 ‘들을 수 있음‘을 통해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들으려 함‘에서 성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타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청취 능력이 아니라, 타자의 말을 들으려는 의지, 욕망, 노력이라는 것이다.
-"묵묵", 고병권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듣는다는 것의 어려움을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타자를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책임 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력하려는 그 태도 자체가 중요하구나. 소통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진짜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문장 - 일하는 마음
그 분은 동의나 반대, 이해와 의문을 표시하기 전에 늘 "I hear you"라고 말했다.(...) 너의 말을 '소리'로서가 아니라 '메시지'로 내가 들었어, 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 순간 내가 제시한 의견이 더이상 나의 것만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 내 말이 관철되느냐 마느냐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은 마법의 말이었다. 그녀는 내 말을 들었고, 그 말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그렇다면 잘 들어줄 때 듣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위 문장이 그 심정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 제현주님은 첫 사회생활을 컨설턴트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상사인 분이 의견을 들어주었을 때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음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신뢰감으로 인해 자신이 무엇인가를 수행해가는 힘을 가진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온전히 내 말이 받아들여졌을 때의 깊은 만족감이 느껴지는 문장이었습니다.
세 번째 문장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읽기와 쓰기의 고독이 지닌 깊이가 나를 반대편에서,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게 했다. 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을 거야."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힘이 생길까요? 위 책의 주인공인 홍승은 작가에 의하면 꽤 큰 효과가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쓰기 덕분에, 작가님은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과 연대가 가능했다고 해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내가 그래서 남들의 문장을 읽는 걸 좋아하더라. 우리는 남의 글을 읽음으로써 내가 몰랐던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공감해볼 수 있는 거구나. 우리는 쓰기 시작하면서 남에게 판단 받는 내가 아닌 고유한 내가 되고, 남들에게서 공감을 얻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주운 문장을 연결해 보는 재미

이번 레터를 쓰면서 독서 모임에서 위 문장을 주울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습니다.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주운 문장이 여러분들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듭니다.
좋은 문장을 저와 나누어주신 M님과 S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보태봅니다.  그리고 세 개의 문장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도 재밌더라고요.
미리 공지했던 것처럼 독서모임에서,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에서도? 저는 문장을 열심히 줍고 있으니, 여러분도 좋은 문장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문장을 소개해드릴게요!
지인들에게도 이 뉴스레터를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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