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작은 집에서 업무를 하고, 시를 짓고, 글을 끄적인다. 가장 중요한 일과로는 매일같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것이다. 집안 공기가 답답해지면 환기를 한 후 그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그래도 마음의 환기가 되지 않을 때는 배달 앱을 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한다. 일상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니 삶에 권태를 느끼는 건 당연한 건지 모르겠다.  어느 날은 내가 사람인지 가구인지 싶을 때가 있다. 매일매일 식탁이나 침대에 붙어있는 우리 모습이 피어날 수 없는 꽃 같기도 하다.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에서 돌연 이방인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 우리는 게임기를 작은 모니터에 연결한다.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캐릭터들과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해지는 BGM은 24인치 모니터를 이 방보다 더 편한 공간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집을 나와 눈길을 걸을 때면 눈 밟는 소리가 생생해 충분히 행복해진다. 침대에 나란히 앉아 뽀득이는 소리를 들으며 마을을 누빈다. 마을 주민인 동물들과 안부를 묻고 가끔은 선물도 주고받는다. 그 순간만큼은 권태와 외로움의 응어리를 뱉어내는 기분이다. 이 시대에 우리는 이렇게나마 풍요로워지고, 회복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희망을 품는다.

허구의 세상에 위로를 받는 내 모습이 낯설지만 우리는 지금대로의 낭만을 찾아가는 거라 믿는다. 외로움, 아픔 그리고 권태마저 잊게 될지 몰라도 그리운 얼굴만큼은 잊히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