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아프리카에 대한 오명과 낙인
No.27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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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아프리카에 대한 오명과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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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원숭이두창(Monkeypox)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5.2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회의를 통해 당시 원숭이두창 상황이 공중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바 있으나,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오는 7.18(월) 국제적 공중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는 긴급회의를 다시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 따르면 7.6(수) 기준 54개국에서 총 7,243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되었다. 영국 감염사례가 총 1,351건으로 가장 많고, 독일 1,304건, 스페인 1,256건으로, WHO는 유럽이 현재 발병의 진원지이며,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사례의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6.21(화) 독일에서 입국한 한국인 34세 남성이 국내 첫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6.22(수) 위기경보단계를 ‘주의’로 상향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한 상황이다. 
 미국 CDC 홈페이지 2022 원숭이두창 발병 지도 캡쳐 ⓒ2022 TomTom, 2022 Microsoft Corporation
+ 원숭이두창의 역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1958년 싱가포르에서 덴마크의 연구시설로 운송된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천연두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람이 원숭이두창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 첫 사례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9개월 된 유아에게서 확인되었을 때였다. 이후 대부분의 발생은 DR콩고 내 콩고분지(Congo Basin) 지역 열대우림과 농촌에 한정되었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아프리카 중서부 11개국*에서 사례가 보고되었다. 원숭이두창은 대개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 베냉,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가봉,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콩고공화국, 시에라리온, 남수단 등

 

당시만 해도 원숭이두창의 치명률(fatality rate)이 낮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수두 바이러스(varicella virus)에 의해 감염되는 수두(chickenpox)가 원숭이두창과 동시 발병하면서 천연두 및 원숭이두창을 일으키는 오르토폭스바이러스(orthopoxvirus)에 변이가 발생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후 2017년 나이지리아는 200건 이상의 감염사례와 500건 이상의 의심사례(치사율 약 3%)를 경험했다.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최초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2003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가나에서 수입한 감비아 주머니쥐가 반려동물(개)과 접촉하며 감염이 진행된 사례였으며, 70건 이상의 감염으로 이어졌다. 그 외 2019년 이스라엘, 싱가폴 등 여러 국가에서 주로 아프리카 여행자를 중심으로 감염사례가 확인되었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두창의 발병을 추적해온 감염역학자들은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의 발병 확산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원숭이두창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던 국가(영국,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 미국, 스웨덴, 캐나다 등)에서 현재 발병사례가 다발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감염자들도 이전과 다르게 아프리카에 여행한 적 없는 젊은 남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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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숭이두창, 아프리카의 새로운 낙인


5.17(화) 아프리카외신기사협회(Foreign Press Association, Africa)는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북미, 유럽 지역 내 원숭이두창 관련 기사에서 아프리카인을 포함한 흑인 환자의 이미지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협회는 유럽, 북미 내 원숭이두창 사례를 다루는 기사에 현지 환자 사진이 아닌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이는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강화하고, 다른 인종에게 특권이나 면제를 부여하며, 흑인 환자들의 존엄과 고통을 무시하는 공감이 결여된 행위라고 비판하였다. 

이어 6.10(금) 아프리카 국가들과 스위스 등을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 29명이 공동으로 “차별과 낙인 방지를 위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질병명 변경 긴급요구(Urgent need for a non-discriminatory and non-stigmatizing nomenclature for monkeypox virus)”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2022년 이전 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원숭이두창 감염사례는 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된 결과였으며, 현재와 같은 사람 간 감염에 대한 사례는 거의 없었음을 강조하며 현재 사람 간 전파되고 있는 원숭이두창이 마치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풍토병이라는 인식이 국제언론과 과학문헌에서 널리 퍼져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국제언론과 과학자들이 원숭이두창 발병 현황을 다룰 때 끊임없이 아프리카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기원지라고 언급하며 아프리카 환자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차별적이며, 아프리카에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위 성명은 WHO의 현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적 분류)가 △서아프리카 계열(West African clade)과 △중앙아프리카 또는 콩고분지 계열(Central African or Congo Basin clade)임을 언급하면서 바이러스 계통명의 경우, 지리 명을 피해서 사용해야 하는 WHO 감염병 명명 지침에 위배됨을 지적하였다. 추가로 최초 바이러스 발견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질병 명명법은 매우 제한된 감시(surveilance)와 진단능력으로 인하여 부정확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이름에 그리스 알파벳을 할당한 것과 같이, WHO가 원숭이두창 및 여러 변종의 이름을 숫자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시에라리온 은잘라대학(Njala University)의 복카리(Moses John Bockari)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흑인을 원숭이와 비교했던 암울한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질병명 변경을 촉구했다. 또 케임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전염병학자인 레스티프(Olivier Restif)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논쟁이 아프리카를 질병의 근원으로 낙인찍는 거대한 문제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 원숭이두창, 새로운 이름을 얻을 예정


WHO는 2015년 질병 이름을 정할 때 특정 지역 이름 또는 동물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명명 지침*’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지침은 당시 ‘신종 인간감염질환을 명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best practices for naming new human infectious disease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는데, 신종 감염질환을 명명할 때 특정 민족, 경제, 인구집단에 불필요하게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을 지칭한 돼지독감(Swine flu), △지역을 명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메르스)과 같은 명칭이 특정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한 종종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질병명이 한번 설정되면, 명칭의 적절성을 떠나 변경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동 지침은 새로 식별된 인간감염병의 경우 과학을 기반으로 하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적절한 병명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6.14(화)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WHO가 원숭이두창 병명을 변경하기 위해 전 세계의 파트너 및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혀, 원숭이두창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이름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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