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더 크고 싶은데
어른들이 어린 이에게 잘 하는 말들 중 하나. "아이고, 이제 다 컸네." 삑삑이 신발 신고 한 걸음 떼는 돌쟁이에게, 보조 바퀴 떼고 두발 자전거 굴리는 아이에게, 등짝만한 가방 메고 학교 가는 1학년에게,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무언가를 해낸 순간을 축복하는 어른들의 말입니다. 어쩌면 키우고 보살펴야하는 자신의 몫이 점점 줄어듦을 이리 표현하는지도 모르죠. 흔하디 흔하게 쓰는 말인데 오늘은 괜히 골똘합니다. '사람이 다 클 수 있을까.' 몸은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춰도 몸의 완성이 성장의 끝은 아니니까요. 닫히는 성장판이 있다면, 움직이는 성장판도 있지 않을까. 백오십, 백육십, 백칠십, 백팔십, 뼈와 뼈 사이에서 나를 늘이는 성장판 말고.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간지러운 마음, 어렵게 문 밖을 나서는 발걸음, 첨 보지만 참 닮은 이들과 말 나눔, 괜히 했다는 후회, 버티면 새로운 기회. 이 수많은 처음과 다음 사이에서 나를 키우는 움직이는 성장판이요. 안 믿으면 없고, 믿으면 수없고. 씨, 다 컸습니까. 아니면, 더 크겠습니까.
04 책 두 권, 시 한 편쯤 매듭달의 열린책방 ─ '책'과, 책이 들어있는 '책장'과, 책장이 채워진 '책방'을 사랑하는 쓰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 책 좀 봐요'라고 말 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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