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지향적인 사람이 '나'를 돌보는 방법

저희 엄마는 본인의 시간과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남이 한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런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도 많지만 그 성향을 이용 하고 싶어 하는 나쁜 사람들도 언제나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 저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말했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좋지만, 자기 자신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지는 말라고요.

엄마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지 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남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지 못할까? 왜 본인이 본인의 마음을 챙기지 못할까?' 하는 걱정 섞인 의문은 곧 화로 변했고, 저도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그로부터 얼마 후, 엄마는 제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부탁을 되도록 거절하지 않는 것은 그게 나에게 기쁨이어서도 아니고,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야. 그건 '부탁을 거절하기 위해 고민하는 스트레스'가 그냥 부탁을 들어준 뒤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크기 때문이야."라고요. 천성적으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하고, 용기 내 거절할 때마다 마음이 편하기는커녕 적절한 거절 멘트와 뒷걱정으로 힘들어하던 엄마는 두 가지 상황 속에서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선택한 거예요. 결국 엄마는 본인을 더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고, 관점을 바꾸니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알게 된 엄마의 마음을 요즘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저도 사실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마음도 유전이 되는 걸까요? 적어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고, 나의 노력은 그들을 위해 쓰고 싶었어요. 덕분에 타인과의 관계에 큰 비중을 두면서도 저는 기쁜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과연 나는 나를 그만큼 신경 쓰고 배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나를 살펴보고 마음을 토닥이는 행위는 잘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문득 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힘든 점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알아서 잘 헤쳐나가고 있는데도 쓸데없는 걱정과 배려로 저를 조금 더 뒷순위에 두는 편이더라고요. 이것이 오지랖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사정을 고려하는 행동은 생각하기 전에 습관처럼 나오곤 했어요. 제 마음과 상황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것은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마음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나를 최우선으로 두고 싶다'는 뜻은 다시 말해 우선순위를 내 몸과 마음에 두고 싶다는 뜻이고, 그건 곧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의 환경을 고려한다'는 뜻이라고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구성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편안한 환경인지를 체크하는 것 역시 저에게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배려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그 마음이 닿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시 나를 풍족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대신 그 범주 안에 의도적으로 저 자신도 넣어보려고 합니다. 관계 지향적인 사람은 관계 안에서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연습이 제일 하기 쉬운 도전이더라고요. 기쁘게 저의 마음을 살펴보는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다정이 병이 아닌 세상에서 살고 싶은, 
이주하 드림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 

문학동네_김금희 작가의 보이는 라디오

문학동네에서 김금희 작가와 함께 진행한 보이는 라디오를 보다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만났습니다. 나의 일이 즐겁지 않은 사람들에게 김금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산문을 낭독하는 부분을 꼭 보시길 추천해요. (10:20) 읽어주신 모든 문장이 다 좋지만, '이 일을 이제 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이 일을 건강하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고.'라는 부분에 특히 공감했어요. 일이든 관계든, 무언가 고민이 되고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어디서부터 파생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무엇이든 결국 건강하게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니까, 한발 멀리서 바라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고요.

다음 주부터 [디어뉴먼]이 조금 달라집니다. 
팀선샤인이 일하는 방법,
일하며 배운 것, 사용하는 업무 도구 등에 관해
더욱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새로워질 [디어뉴먼]도 기대해주세요!

빌라선샤인 소식

모닝뉴먼스클럽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디지털 리포트 

"아직 리더가 아닌 우리에게는 리더가 될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니저십은 결국, 나를 위해서 조금 더 나은 기회를 확보하는 기술이자 태도, 관점, 역량 등입니다." (한성은 씨프로그램 러닝펀드 총괄/거꾸로캠퍼스 운영 총책임)

"'나는 회사에서 어떤 것들을 건져서 어떤 맥락으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개인의 업무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정리돼야 오래오래 일할 수 있어요." (옥지혜 라인비즈플러스 서비스 기획)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부족한 부분은 동료들과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 그것이 프로젝트를 '나답게' 장악하는 방법입니다." (신지혜 빌라선샤인 커뮤니티 디렉터)

빌라선샤인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모닝뉴먼스클럽은 이번 시즌 '매니저십'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성은 님과 옥지혜 님, 신지헤님과 함께 한 세 차례의 모닝뉴먼스클럽은 현재 빌라선샤인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리포트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자신만의 업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회사 밖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모닝뉴먼스클럽 디지털 리포트는 빌라선샤인 시즌 4에 가입한 멤버들에게만 제공됩니다.
* 전체 공개 여부는 시즌 4 종료 후 내부적으로 논의하여 다시 공지할 예정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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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오리지널] 개발자 사용법 (6/13 토, 오후 4시) 
나와 다른 업무를 하는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0년 차 개발자 조경숙 님과 함께 할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개발자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신청하기

[뉴먼 밋츠 뉴먼] 기록의 쓸모, 쓸모의 기록 (6/16 화, 오후 8시) 
배달의민족에서 6년 동안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최근 책 <기록의 쓸모>를 펴내기도 한 이승희 작가는 기록이야말로 자신의 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의 바깥에서 수집한 재료가 기록을 통해 내 것이 되는 과정을 알고 싶다면, 이승희 작가를 만나보세요. '기록'이라는 일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가 될 테니까요.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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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는 친구보다 얕고 사무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서로 믿고 때론 부딪히고 때론 의지해가며 함께 일하는, 친구와는 전혀 다른 관계를 뜻하는 말이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아요.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되지 않아도, 좋은 동료가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에요." (빌라선샤인 황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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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디어뉴먼을 만든 사람

메인 글. 이주하
기획&책임 편집. 황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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