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밤> (감독 최창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54 〈여섯 개의 밤〉
4월 19일 오늘의 큐 💡   
Q. 여행 가기 전 필요한 준비물은? 🛫
님은 여행 갈 때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신가요? 저는 여행지에서 당황하기 싫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목록을 짜두고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세세하게 챙기는 편인데요. (가기 전에 지치는 편..) 선크림부터 선글라스, 옷가지와 세안도구까지 다 챙겨도 제일 빼먹지 말아야 하는 건 같이 가는 사람과의 들뜬 마음인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해 드릴 독립영화 〈여섯 개의 밤〉은 뉴욕행 비행기를 제대로 타지 못한 여섯 인물의 '준비물 덜 챙긴' 하룻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각자의 일로 뉴욕에 가려는 (오늘 처음 만난!) 남녀🙋‍♂️🙋‍♀️, 곧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중요한 일을 치르러 가는 모녀👵👩 세 커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여섯 개의 밤〉은 독립영화의 파수꾼! 최창환 감독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준비 안 된 마음으로 뒤숭숭한 밤을 보내는 여섯 명은 과연 무사히 여행길에 오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들뜬 마음이 필수 준비물은 아닐지도 모르는 이번 여행..! 인디즈가 준비한 리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함께 보며 든 생각, 최창환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여섯 개의 밤〉으로 좀 더 깊이 여행해 보세요. 🛫

동안에 선뜻 체류하려는 의지

 〈여섯 개의 밤〉



“한 번 들어온 징그러움은 영원한 협력자다” (김승일, 「조합원」)

 

  소원한 마음은 몸과 몸의 간격만큼이나 현장의 동안에서 크게 비롯된다. 나의 여기와 네 여기의 시가 얼마나 다른지 말이다. 하물며 포옹을 하는 와중에도 시차는 발생한다. 〈여섯 개의 밤〉은 여섯 명의 범람하는 동안을 지킨다. 영화는 쇠는 행위와 잘 어울리기에 앞을 수호성이 든 단어로 끝냈다. 이 말은 으레 기념으로 종일을 넘길 때 쓰인다. 


(중략)

 

  같은 사유로 멈춰 온 객실에서도, 그들은 지금을 정렬하기 위해 이동한다. ‘수정’과 ‘선우’는 일시적인 신호를 교환하며, ‘지원’과 ‘규형’은 목전인 결혼을 점검하고, ‘유진’과 ‘은실’은 질병과 돌본다는 행위에 관해 말한다. 고백으로 한껏 밭아진 숨을 고르기는 어렵다. 도로 ‘쇤다’를 보면, 과채가 크게 자라 빳빳해짐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은 쇤 마음으로 결렬되면서도 다시를 원한다. 이 차원에서 인용구를 가져왔다. 상이한 이해를 목도하는 일은 징그럽기도 하다. 그러나 밤에 우리에 속하며 협력한 마음은 복기될 수밖에 없다.

 

(중략)


  내가 사이에서의 무사한 이륙을 바란 건, ‘유진’과 ‘은실’이었다. 나는 가족이란 집단에서 요구되는 친연성이 문득 섬뜩한 시점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수행을 정확히 통과하여서, 염려와 별개로 잘 반영되었다고 느꼈다. ‘유진’과 ‘은실’에게 무리한 각별을 권하는 게 아니다. 둘은 유일하게 서로의 통증을 대면한 후에, 옆을 염려했다. 그것이 좋아 기인한 마음일 뿐이다. 어디에 당도할지 모를 고백을 무사히 게워 항행하길 빈다. 이는 둘을 포함한 만인의 밤에 끼운 말이다.



인디즈 김해수


〈여섯 개의 밤〉

감독 최창환│81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엔진 고장으로 예정에 없던 도시에 
불시착한 뉴욕행 비행기 
 
레이오버 호텔에 묵게 된 여섯 명의 여행객들은 
낯섦과 설렘, 비밀과 진실, 폭로와 고백 사이 

저마다의 이유로 요동치는 
잠들 수 없는 밤과 마주한다.


증발한 물방울들이 향하는 곳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와 함께


*〈여섯 개의 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엔진 고장으로 부산에 불시착한다. 승객들은 임시 숙소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고 자리에 앉아 소리 없이 창 밖을 바라본다. 도시의 불빛과 함께 차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투명하게 굴러간다. 동이 트면 이 물방울들은 어디로 가 있을까? 〈여섯 개의 밤〉은 세 쌍의 인물들이 레이오버 호텔에 머무는 하룻 밤 동안 겪는 관계의 변화를 담아낸다. 창문에 잠시 떨어졌다 사라지는 빗방울과 이들의 행로는 어쩐지 맞닿아있다. 그렇다면 빗방울을 떨어트릴 수 밖에 없었던,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진 먹구름과 인물들 내면에 숨죽이던 잿빛 응어리 역시 나란히 둘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이 질문을 손에 쥔 채 그들 사이 심연을 엿듣는다. 어둠 속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함께.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배낭여행 차 미국을 방문하는 '선우'와 아버지 장례식으로 잠시 귀국했던 '수정'의 조우로 시작한다. 둘은 '선우'의 방에서 스킨십을 나눈 후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수정'은 '선우'의 방문을 나서며 그와는 몰랐던 사람이 된다. 마치 '선우'의 마음에 잠시 들어왔다 빠져나간 듯이. 그러니까 '수정'에겐 소나기같은 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이튿날 아침, '선우'는 '수정'의 속옷을 발견한다. 축축해진 지면이 간밤의 폭우를 증명하는 것처럼 그녀의 속옷은 '선우'가 도달한 곳이 '수정'의 표면뿐이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두 번째 에피소드와 세 번째 에피소드는 비교적 분명한 결말을 맺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규형'과 '유진'은 예비 부부로 결혼을 앞두고 있고 세 번째 에피소드의 '지원'은 엄마 '은실'의 수술을 위해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네 인물이 겪는 갈등은 서로 공유하지만 어긋나게 바라보는 일화들과 여태 밝히지 않았던 비밀들로 인해 촉발된다. 날카로운 말들을 주고 받던 그들의 관계는 사뭇 다르게 끝이 난다. '유진'이 결혼 취소를 선언하고 숙소를 떠나며 두 사람의 결합은 잠정적으로나마 실패에 이른다. 반면 '지원'은 자신이 자궁경부암에 걸렸던 사실을 처음으로 고백하며 모녀 사이의 결속은 더욱 단단해진다.


  아침이 되고 '유진'을 제외한 다섯 인물이 비행기에 오른다. 간밤에 어디론가 기화한 물방울처럼 그들 역시 이전과는 다른 상태가 되어 저마다의 방향으로 날아간다. 한바탕 빗줄기를 쏟아내고 떠오르는 비행기. 그 뒤꽁무니 바라보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생각했다. 이 영화와 〈여섯 개의 밤〉은 모두 액체적 속성이 엿보이고 이는 곧 인물들 간의 관계와 연결된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에서 '수경'과 '이정'은 모녀사이며 둘은 '수경'의 속옷을 함께 입는다. 그리고 속옷을 빠는 일은 늘 '이정'의 몫이다. 젖은 속옷들이 마르고 도로 물에 잠기는 동안 두 인물 역시 다가서고 찢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정전이 일어난다. 엔진 고장으로 불시착한 비행기처럼, 기기의 결함으로 집안의 모든 열들이 내려 앉은 밤이 그들에게 찾아온다. 둘은 서로를 향해 휘두르던 칼날같은 말을 잡시 집어 넣고 냉동실의 아이스크림을 꺼내 나눠 먹는다. 전력 덕에 강제로 응고 되어 있는, 결국은 액체로 흩어질 아이스크림을 말이다. 그렇게 뱃속으로 삼켜진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린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이정'은 집을 떠나고 자신만의 속옷을 구하러 간다. 건조하고 빳빳한 새 속옷을 입을 '이정'의 발걸음을 응원하며 엔딩 크레딧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인디즈 김채운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감독 김세인|140분|드라마|15세이상관람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투던 중, 마트 주차장에서 ‘수경’이 탄 차가 ‘이정’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수경’은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이정’은 고의라고 확신하고 있는 상황. 
 
이제, ‘이정’은 ‘수경’으로부터
마땅히 받았어야 할 마음을 돌려받고자 한다. 

각기 다른 사이즈의 마음 대신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세계


주인공은 여섯 명, 균형있게 다루는 방법?
〈내가 사는 세상〉, 〈파도를 걷는 소년〉, 〈식물카페, 온정〉 그리고 〈여섯 개의 밤〉까지! 최근 몇년간 독립영화계에 짙은 인상을 남긴 작품들을 발표한 최창환 감독을 인디즈가 만나보았습니다. 강길우, 강진아, 김시은, 변중희, 이한주, 정수지 배우와 함께한 이번 작업에 대해 최창환 감독이 직접 밝히는 소회를 잠깐 엿들어볼까요? 긴 대화의 전문은 아래 '인터뷰 전문 읽기'를 통해 만날 수 있답니다. 

관계가 얽히기 위해 필요한 밤의 개수
〈여섯 개의 밤〉  최창환 감독 인터뷰



우연한 불시착으로 예상 밖의 도시에 경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여섯 개의 밤〉을 두고 최창환 감독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정말 나에게도 이런 불시착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여섯 개의 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최창환 감독을 만나 〈여섯 개의 밤〉이 헤아려온 시간을 들어봤다.


〈여섯 개의 밤〉에는 6명의 인물이 등장하는게 중요한데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인물들 이야기의 순서를 어떻게 정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시나리오의 순서에서는 원래 '규형'(강길우), '지원'(김시은) 커플이 제일 처음이었고요. 그다음이 '은실'(변중희), '유진'(강진아) 모녀. '선우'(이한주)와 '수정'(정수지)은 제일 마지막이었어요. 첫 번째 편집을 하면서 가족적인 측면으로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맨 처음 '선우'와 '수정'은 서로 남남이잖아요. 두 번째는 결혼하기 직전의 커플이고, 세 번째는 아예 피로 연결된 모녀죠. 이렇게 관계에 중점을 두고 봤을 때, 관계가 맺어져 가는 그 순서대로 배치하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었고, 영화적으로 봤을 때도 '선우', '수정'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쉽게 와닿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시작하는 관객들에게도요. 그래서 순서의 배열을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규형', '지원' 커플을 했던 이유는 마지막에 넣었다가는 영화가 너무 한숨 쉬면서 끝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싸움에 최고조로 달하는 커플의 이야기를 두 번째 배치했고 좀 뿌듯한 마음을 주기 위해서 '은실'과 '유진'을 마지막에 배치했습니다. 세 커플의 분량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되게 힘들었어요. 어느 한 에피소드로 치우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제가 생각한 편집본은 2시간 반에서 3시간짜리 영화였어요.


인물들이 각자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불시착이 필요했던 인물들은 아닐까, 그래서 결국 공통점이 있는 인물들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그런 공통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을 수도 있어요. 혼자 여행을 가보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잖아요. 내가 말하는 게 진짜든 거짓이든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는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근데 거기서 되게 위안을 받아요. 얘기를 하면서도 내일의 우리는 당장 헤어져야 하고, 모든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니까요. 어느 장소에 여행을 가서 우연히 하루 정도 머무르게 됐을 때, 그곳에 있는 식당이라든지 커피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사람을 만나게 되잖아요. 


인디즈 안민정

'같이' 영화 찍어요! 최창환 유니버스🌏
강길우 배우부터 김시은 배우까지, 최창환 감독의 곁에는 오랜 호흡을 자랑한 배우들이 있는데요. 특히나 많은 독립영화 배우들이 최창환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며 최창환 유니버스🌏를 만들어가기도 했지요. 유니버스의 초기작(!)이라고 해도 좋을,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팬분들이라면 자주 들어보셨을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파도를 걷는 소년〉 속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멋진 연기 변신을 감상해보세요. 
〈내가 사는 세상〉
감독 최창환│67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출연 곽민규, 김시은, 유지영, 박지홍, 김영삼 등

일은 부당계약! 사랑은 정리해고! 꿈은 열정페이!

꿈은 DJ 밍구스! 현실은 퀵 알바 ‘민규’
꿈은 아티스트! 현실은 새끼강사 ‘시은’

오늘도 비겁하거나 내일이 겁나거나

그래도 사는 진짜 요즘 애들의
둠-칫 둠-칫 청춘 스케치


〈파도를 걷는 소년〉
감독 최창환│97분│드라마│15세이상관람가
출연 곽민규, 김현목, 민동호, 김해나, 강길우 등

제주에서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 2세 김수. 폭력전과로 출소한 수는 사회봉사로 해안을 청소하다가 바다에서 서핑하고 있는 서퍼들의 모습에 빠진다.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주운 보드를 가지고 무작정 바다에 뛰어든 수. 그런데 제주 서퍼 해나가 위험하다며 수에게 태클을 건다. 수는 서프숍을 운영하는 똥꼬와 서퍼 해나에게 천천히 서핑을 배우게 되고, 서핑에 빠져들수록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은 점점 잊게 되는데….

수의 새로운 제주 서핑라이프는
무사히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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