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Oct. vol.3

10월의 목차

🛠 vol.2 A/S + 🤔 턱 괴기 추가
⛹🏻‍♀️  문제 제기1-2.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운동하는 여자?
⚖️  문제 제기2-2. 끝나지 않는 숙제와 제도의 개입 
📚  후루루룩 읽히는 레퍼런스 추천
🗺  첫 번째 프로젝트, 어디쯤?
🎤  인터뷰이를 공개합니다! [2차]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연구팀 '턱 괴는 여자들'입니다.
달이라는 시간을 체감하는 요인은 다양해요. 0.1 충전되고 사라질 월급과 핸드폰 요금, 주택 청약과 함께 각종 보험금 빠져나가는 그리고 달에 번씩 배에서 전쟁하는 생리 주기까지. 여기에 더해 지난 8월부터 달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월 2 발행되는 뉴스레터 원고를 위해 노트북을 때면 30일이라는 시간성 앞에서 겸허해집니다. 얼마나 짧고도 굵은지. 다시 10월호 뉴스레터를 위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달의 시작점에서 턱괴녀의 뉴스레터가 작은 위안 혹은 뜨거운 응원이 되길 바라요. 

Abbreviation :
턱 괴는 여자들을 ‘턱괴녀’로 표기합니다
정수경 연구자를 MMJ, 송근영 연구자를 K로 표기합니다. 
🛠 vol.2 A/S + 🤔 턱 괴기 추가
✍🏿  K
©️ (왼) 2019-2020 WBSC Yearbook / (오) 번역본
뉴스레터에vol.2 에 실렸던 사진입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총연맹(WBSC)의 2019-2020 경기 일정에 여자 야구만 빠져있다는 것을 지적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팩트 체킹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게되어 A/S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좀 더 턱을 괴어보니 이 작은 표 안에서도 흥미로운 사실들이 유추되더라고요. 추가적인 논점들도 함께 살펴보아요.
 
☝️ 우선, A/S부터!
WBSC 2년 주기로 꾸준히 여자 야구 월드컵을 열어왔습니다. 2016년도 WBSC 월드컵은 부산 기장에서 열렸었고, 2018년까지는 여자 야구와 관련된 유일한 국제 대회였어요(*1). 원래 짚고 넘어가고자 부분은 2019-2020년에 예정된 다른 경기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데에 반해 여자 야구 월드컵만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는데요. 추가 리서치 결과 2020년 3월 이전의 대회들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어요. 2020년 8월 예정이던 WBSC 여자 야구 월드컵은 코로나로 인해 1차적으로 2021년 3월로 연기되었었고, 올 해 다시 한 번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여자 야구 국가대표들이 만날 수 있는 무대가 하루 빨리 재건되기를 바랍니다. 
(*1) 2019년 LG가 경기도 이천에서 'LG컵 여자야구국제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꾸준히 주최해오던 전국대회를 국제 단위로 확장한 것으로, 한 기업이 세계 대회를 여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LG는 국내에서 여자 야구 후원을 전담해온 기업입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턱괴녀의 모토이자 턱괴기의 시발점이죠. 지금부터는 위의 열 줄 남짓의 작은 표를 '당연하지 않게' 파 본 결과를 함께 살펴볼까요?
⚾️
표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프리미어12는 남자 야구 국제대회입니다. 프리미어12의 전신은 야구 월드컵으로, 같은 국제경기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과의 흥행 대결에서 진 뒤 2011년을 끝으로 사라졌어요. 그 후의 타임라인이 흥미로운데 -
1. 2011년 남자 WBSC 남자 야구 월드컵 중단
2. 2012년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야구 제외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 2005년 IOC 결정)
3. 2013년 국제야구연맹과 국제소프트볼연맹이 병합하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인 WBSC 설립 (대중성 보완 취지)
4. 2014년 WBSC측 새로운 남자 야구 토너먼트인 '프리미어12' 발표 
WBSC는 프리미어12를 4년마다 열 것이라고 발표하며 “새로운 프로 야구 월드 챔피언십”이라고 지칭했어요. 그리고 이는 사라졌던 야구 월드컵을 계승하는 동시에 올림픽에 재진입 하고자 하는 시도로 간주되었습니다. 결국 야구의 대중화와 국제화를 향한 열망이 남아있다는 신호인데요. 올림픽 종목 퇴출 사유를 고려해보면, 돌고 돌아 다시 남자 야구에만 집중하는 행보는 아쉬워요. ‘대중화'와 ‘확산’, ‘세계화'를 말할 때 세계의 절반인 여성을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걸까요? IOC의 아젠다2020과 혼성종목 확대 지침에서도 알 수 있듯이(뉴스레터 vol.2 참고), 세계화를 염두한다면 반쪽자리 대중화는 유효하지 않다는 공식이 적용되고 있는 시대인데 말이에요. 아니면, 소프트볼과의 성 분담 전략을 택한 것일까요?(*2) 여성이 소비자를 넘어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면, 그 종목의 한계는 명확해 보입니다.
(*2) 여성에게 소프트볼만을 계승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야구의 독립과 개방에 도움이 될까요? 반대로 남자의 경우, 소프트볼 또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다다음 꼭지에서 계속). 야구와 소프트볼의 성을 나누는 것은 결국 남자 소프트볼 저변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
모든 스포츠의 대중화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야구 플레이어가 되는 시작 또한 유소년 접근성 향상과 무대 확대에 달려있습니다. 유소년 지원은 수많은 턱괴녀 인터뷰이 분들이 입을 모아 꼬집은 부분이기도 해요. 위의 표에 나와있는 유소년 대회들 중에 여자 야구만 부재한 것을 확인하고 WBSC 주관의 대회 리스트를 찾아보았습니다. 야구 유소년 경기 중에 여자 부문이 없는게 맞더라고요. 미국, 일본,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생활 체육으로서의 접근성이 높아,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여자 야구 저변이 꽤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에요. 왜 앞서간 나라들 중심으로라도 적극적인 활성화는 이루어지지 않는걸까요? 물론, 이러한 좁고도 기울어진 상황이 리그에 부적합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소수 국가에 집중된 인프라와 그로 인해 기량의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은 남자 야구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몇 개의 국가를 중심으로 야구 스포츠 산업이 돌아가고 올림픽까지 진행되었다는걸 고려하면, 남자 야구의 양극화는 오히려 여자 야구보다 더 심화되어 있고요. 그 소수독점과 보급의 양극화가 오늘날 올림픽 퇴출 사유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 시대에 야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자 야구만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고, ‘야구라는 종목’의 문제가 존재할 뿐이라는 걸 보여줘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 남자 야구와 여자 야구의 문제점은 닮아있고 또 따로 풀 수 없이 엉켜있습니다.
©️ WBSC 남자 소프트볼 세계 랭킹(2020년 1월 기준)
⚾️
2019-2020 시즌에 열린 성인 경기 중에, 프리미어12를 제외한 다른 하나는 남자 소프트볼 월드 챔피언십입니다. 가장 앞에서 나왔던 경기 일정을 보면, 성인 경기 뿐만 아니라 유소년 경기에서도 남자 소프트볼 경기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아는 소프트볼은 여자가 하는거잖아요. 남자 소프트볼 선수를 생각해본적 있나요? 남자 소프트볼 역시 여자 야구와 마찬가지로 ‘가시화’된 적이 없음으로 인해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데요. 하지만 해외에서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그림입니다(*3). 흥미로운 사실은 2020년 프리미어12(남자 야구) 경기 결과 기준으로 상위 11에 랭크된 국가(*4)들이 모두 소프트볼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남자 소프트볼팀을 따로 보유하고 있다는거예요.  국가한국을 제외하고 말이죠.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나라는 남녀 야구와 남녀 소프트볼을 모두 통틀어 유난히 남자 야구만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남자 소프트볼도 부재한 결과 야구의 남성 중심화는 종주국 미국을 뛰어넘을만큼 한결 더 강하게 구축되었고, 소프트볼의 독립과 대중화 역시 덩달아 더뎌졌습니다. 
(*3) WBSC 2020년 세계 랭킹 기준, 전세계 49개국이 국가대표 보유
(*4) 일본, 멕시코, 미국, 대만, 호주, 캐나다,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코바, 네덜란드

🤔
그야말로 배트를 휘두르는 종목 안에서는 완벽한 남자 야구의 독주 체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한국 프로 야구가 독재 정권의 정치적 산물로 출범했기 때문으로 보여요. 여자 야구 지원에 대한 조건으로 줄곧 '상업성'에 대한 증명이 요구되는데(스스로에 대한 가치 증명은 모든 여성 스포츠가 직면하는 과제이죠), 남자 프로 야구의 초기 발달 과정을 보면 대기업을 연계시키는 자원조달과 적자를 메꿔주기 위한 파격적인 세제혜택 등의 조치가 독재 정권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의 그 정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것이죠. 1982년에 출범한 프로 야구에 대한 투자가 국제 무대에서 빛을 본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이에요. 투자 가치 평가를 얘기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봐야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꾸준히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남자 프로 야구라는 것을 상기하면, 여자 야구에게 내미는 높은 문턱은 거친말로 내로남불로 보여지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11월에 출간될 연구집 #외인구단_리부팅에서 이어지니 놓치지 마세요! 
 ⛹🏻‍♀️ 문제 제기1-2.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운동하는 여자
✍🏿  MMJ
“여성이 참여하는 올림픽은 비현실적이고, 재미없고, 추하고, 부정확할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진정한 올림픽 영웅은 성인 남성입니다. 올림픽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의 역할은 무엇보다 승자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것이어야 합니다.”피에르 쿠베르탱, 1912 스톡홀름 올림픽(*1)

뉴스레터Vol.2에서는 스포츠 공간(야구장) 내에 존재하는 성별로 구분된 미묘한 레이어에 대해 살펴봤어요. 이 스포츠 내의 보이지는 않지만 명징하게 존재하는 성별로 규정된 권력 관계에 턱을 괴어보았죠. 야구장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타자화되었지만, 또 철저하게 지갑의 포지션을 맡고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누가/언제/어디서//어떻게 스포츠에서 여성을 타자화시켰는가?’ 본 칼럼의 시작은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글로 시작합니다. 그의 말을 통해 우리는 위의 질문에 관한 답을 더듬더듬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 STEVAN, Caroline, <Ces femmes interdites de Jeux> Le Temps (le 25 Juillet 2008) consulté en ligne (https://www.letemps.ch/societe/femmes-interdites-jeux) : “Une olympiade femelle serait impratique, inintéressante, inesthétique et incorrecte. Le véritable héros olympique est à mes yeux, l’adulte mâle individuel. Les JO doivent être réservés aux hommes, le rôle des femmes devrait être avant tout de couronner les vainqueurs.”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 현대 스포츠로 이양되는 약 백여 년의 시간은 다른 말로 이 편협하고 단단한 정의에 맞서 싸우는 여성 스포츠사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운동하는 여성은 20세기 내내 각종 스포츠를 망라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니까요.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전 경기 여성 선수 참여 권리가 없었던 것에 비해,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테니스와 크로켓 종목에 여성 선수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는 양궁이 추가됐고,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수영이, 1928년엔 전체 참여선수의 10%가 여성이 될 수 있었습니다.(*2) 아주 느리고도 점진적으로 스포츠는 하는 여성들의 이미지가 구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스포츠의 확장은 ‘여자는 남자보다 운동을 아직 많이 못 한다’는 쿠베르탱적 편견에 맞서 싸운 결과입니다. 그러나, 성 평등 올림픽으로도 불린 2021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현재에도 여자가 운동하려면 여전히 ‘보이지 않는 누군가/무엇인가’에게 허락을 구하고, 좋아하는 걸 하겠다는데도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설득해야 하며, 그들의 기준에 맞는 실력의 인정을 받아야 여성이라는 이름을 벗고 ‘스포츠맨’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오묘한 기시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2) Chevalier, Andreanne, <Pierre de Coubertin et la place des femmes aux Jeux Olympiques> Métro (le 10 août 2016) consulté en ligne (https://journalmetro.com/sports/1005494/pierre-de-coubertin-et-la-place-des-femmes-aux-jeux-olympiques/)

1908/07/15 Women archers participating in the National Round at London Olympics 
©Topical Press Agency/Getty Images
운동하는 여성들은 점점 더 늘어납니다. 자신의 직업을 갖고 이름을 공고히 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체력증진을 위해서든 여가를 위해서든 스포츠 클럽의 문을 두드리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여성 체육에 관한 관심은 부재합니다. 스포츠사 연구자 최여미는 10년간의 여성 스포츠 연구 논문의 동향을 살펴본 결과 게재된 282편의 논문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66편만이 여성 체육 관련 주제를 다룬다는 점을 지적합니다.(*3) (이중 여성들의 신체 문화를 부분적 수준으로 서술한 경우를 제외하면 근본적으로 여성 체육을 다루는 논문 비율은 더 낮습니다) 연구 동향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여성 체육 분야에 대한 근본적 관심의 부재가 팽배한 것이죠.
이러한 현상 속에서 예술사회학을 다루는 필자는 대중의 사회문화적 시선과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대중문화와 제도를 비판 없이 수용하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의식의 저변을 살펴보고 대중의 인식을 견인하는 역할을 갖는 시각예술 장르에서 ‘운동하는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3) 최여미(2018), 스포츠 허스토리 : 한국 여성 체육사 연구 동향과 과제, 2007~2016, 한국체육사학회지, 29(1), p.170-185.

1) 모든 것이 소재가 되는 예술에서 예외인 (여성) 스포츠
2010년대에 이르러 스포츠를 주제로 한 국내 전시는 ⟪스포츠와 미술 놀이⟫(2018 양평군립미술관) 포함 5뿐입니다. ⟪켄 웨스만 스포츠 회화전⟫(2016, 내설악 백공미술관), ⟪스포츠 아트 국가대표전⟫(2016, 코트라아트콜라보), ⟪아시아 스포츠 문화축제 How fun!⟫(2015,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어린이 문화원), ⟪한국 스포츠 아트전⟫(2013, 스피돔갤러리).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나요? 주로 (남성) 스포츠 경기의 유희성과 운동성, 신체성을 단초로 기획된 전시들입니다.

2) 대중문화산업 = 남성의 영역
스포츠를 다루는 대중문화산업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발전해왔습니다. 소위 소년만화라 불리는 스포츠 만화와 등장 캐릭터가 전부 남성인 스포츠 게임이 그렇습니다. 게임을 즐기고 만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는 자연스레 운동장에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주변인이 누구인지를 규정짓게 됩니다. 주인공 ‘강백호’와 그를 서포트하는 ‘채소연’처럼요. 그러나 최근 대중문화의 또 다른 축인 영화와 예능 콘텐츠에서는 운동하는 여성들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 야구선수를 다룬 영화 <야구소녀>(2019), 사회인 야구팀과 연예인들이 여성 야구팀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MBC 웹 예능 <마녀들 1, 2>(2020-2021), SBS<골 때리는 그녀들(2021)>이 대표적입니다.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은 그 누구보다 소비 주체의 니즈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류를 읽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임계점이 될 것인지, 찰나의 이슈에 그치는 것인지, 우리는 대중문화 제작자들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1.5% 
의식 속에서 스포츠가 남성 영역화된 결과는 문화예술 내 여성의 주변화로 이어집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현대미술 플랫폼 ARTSY에 검색어 ‘Baseball’을 입력하면 447개의 작품이 걸러집니다. 이 중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은 단 7개입니다. 447 7, 1.5%. 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성이 ‘선수’로서 등장하는 작품은 미국 여성 야구선수의 트레이드 카드 1입니다. 나머지는 시구하는 마를린 먼로를 시작으로 ‘총’과 ‘야구 배트’를 쥐고 왕좌에 앉은 듯한 권력형 여성(스페인 작가 Gabriel Moreno의 <Hunter Queen(2019)>)이나, 사회 시스템에 분개한 여성의 무리가 ‘곡괭이'와 ‘야구 배트’를 들고 어디론가 행진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진작가 Holly Andres의 작품 <The Mothers ascending Spring Hill(2011)>) 

예술가의 다양한 역할 중 하나가 다음 세대의 의식을 견인하는 것인 만큼 이 숫자는 시각예술에서 여성 스포츠 그중에서도 여성 야구를 재조명할 필요성을 반추합니다. * 그래서 ‘턱괴녀’는 연구집 출판 이후, 여성 야구(여성 스포츠)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관련 작품을 하는 누구든지, 포트폴리오를 턱괴녀(team.tuck@daum.net)로 보내주세요! *

Holly Andres, The Mothers ascending Spring Hill, Chromogenic dye coupler print, 50.8x76.2(cm), 2011
©Holly Andres, Robert Mann Gallery(NY) 
그렇다면 그나마 존재하는 ‘대중문화 속 야구하는 여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유튜브 영화 채널(*4)에 소개된 <야구소녀>의 댓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4) 라이너의 컬쳐쇼크, 2020.06.22, https://www.youtube.com/watch?v=LM1RKeKl_GM

타 종목 스포츠가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인정하고 다른 체급의 경기를 펼치는 것에 비해, 유독 야구 종목은 한 여성의 존재를 남성들과 견주었을 때의 실력으로 증명하길 원합니다. 애초에 ‘야구하는 여성’들이 자신들만의 자리를 점유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남성을 위한) 마운드의 탈취자로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야구는 아직도 쿠베르탱 시절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본 칼럼 첫 시작 인용문 다시 읽기!) 이은경 스포츠기자는 20세기 초 쿠베르탱의 언어를 현대어로 변환합니다. 이렇게요. ‘여자는 남자보다 운동을 아직 많이 못 한다’, ‘여자는 몸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경쟁도 싫어해 스포츠에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스포츠와 어울리지 않는 여자가 남자의 영역인 스포츠를 하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5) 어떤가요, 유튜브 댓글들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나요? 
(*5) 이은경,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 서울-클(2020), p.34. 

미국의 스포츠사 연구자 Patricia Vertinsky는 ‘젠더를 스포츠 내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 관계를 지속시키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인식할 때 스포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구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운동하는 여성의 실력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 주변에 운동하는 여성이 있는가’, ‘운동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사회 속에서 존재했는가’, 좀 더 깊게는 ‘스포츠에서 여성은 왜 타자화됐는가’ 등의 질문이 논의되었으면 해요. 운동하는 여자의 이미지가 어색함 없이 대중문화, 문화예술 더 넓게는 사회 속에 통용될 때, 그때의 스포츠는 진정한 의미의 전 국민을 위한 영역이 될 거예요. 
⚖️ 문제 제기2-2. 끝나지 않는 숙제와 제도의 개입
✍🏿 K
To be continued... 
핵불닭볶음면 맛이거든요 ❤️‍🔥 
독자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 여성과 스포츠, 더 알고싶나요? 지루하지 않게 진도 쭉쭉 나가는 콘텐츠/레퍼런스 추천!
✍🏿 MMJ & K

👩🏻‍🎨  여성스포츠 전시에 관한 해외 동향 
FIFA 프랑스 여성 월드컵 2019를 기념하며 열린 ⟪The Women’s Game⟫(FIFA Football museum, Paris - 후원 현대자동차) 전시는 사회의 장벽과 고정관념을 깨고 어려움을 극복한 여성 축구 선수들을 주목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여성 스포츠를 다루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없던지 (정말 정말 없어요 여러분) 영국의 Rachel Gasdsden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그는 시각예술과 퍼포먼스를 오가며 다각도의 문화를 통한 대화로서 인간 본연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님! '턱괴녀'의 여성야구 전시도 주목/후원해주시면 안될까요?
👀 https://www.hyundai.news/eu/articles/press-releases/hyundai-motor-presents-fifa-world-football-museum-in-paris.html
👀 http://www.rachelgadsden.com/fifa_Hyundai_world_cup

🎬  <그들만의 리그(1992)>, 페미 마샬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여자가 마운드에 서는 영화는 없었다! 뉴스레터 vol.1에도 잠깐 언급되었었죠? 2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된 남자 선수들을 대신하기 위해 탄생했던 '전미여자야구리그(AAGPBL)'에 관한 영화입니다. 92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아요. 우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잘 표현됩니다. 평생에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목표를 함께 나누는 '팀'이 되어 서로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부분이 오늘날의 여자 야구와도 닮아있어요. 실제로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던 인터뷰이 분도 계셔서 그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고요(연구집에서 확인!). 무엇보다 수많은 여성들이 마운드를 누비고 관중의 호응을 받는 장면들이 굉장히 신나요.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더 제시해 드릴게요. 
  • 라디오 방송의 시사평론 장면에서 '여성 스피커'가 여자 야구팀을 아주 날서게 비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욕 없이 욕 하는게 거의 북한 방송 재질? 재밌는건 너무나 진심인게 잘 느껴져요. 인식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어떻게/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무엇이 당연지가 왜 중요한지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 실존했던 여자 야구 리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다룰 소재가 무궁무진했을텐데, 극 중 알콜 중독자 코치 '지미(톰 행크스)'가 꽤 비중 있는 인물로 그려져요.  현실 부적응자인 왕년의 슈퍼스타가 여자 야구팀 코치로 좌천 아닌 좌천을 받은 다음 여자 선수들로부터 감명을 받아 용기를 얻게 된다는 개인 극복 서사를 보여주는데요. 벌써 스토리 다 나왔죠? 굉장히 클리셰적인 설정입니다. 바로 이 지점을 영화의 한계로 비판한 논문(*)은, "이 영화가 제시하는 봉합/해소/구원의 혜택을 가장 많이 얻는 주체는 누구인지 질문하여 사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요. 아무래도 1992년도 영화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극 중 비중있는 조연이자 감초 역할인 '매'를 연기한 배우는 가수 마돈나랍니다. 마돈나인줄 모르고 영화를 보면서도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찰떡같이 자신에게 잘 맡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마돈나를 보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예요. 
(*) 서재철,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에 대한 여성스포츠역사 및 사회적 성 역할 관점의 '교육적' 읽기, 2016
🗺 첫 번째 프로젝트, 어디쯤?
✍🏿 MMJ
9월 의 뚜벅뚜벅 🐾 
  1. 인터뷰 & 리서치 : 여성 야구사를 정리하기 위해 흩어져 있는 아카이브들을 모았어요. 꼼꼼히 읽고 보고 소화한 뒤 곱게 소장자께 반납하고 있답니다.
    ⚾️ 9/3 : 선라이즈(여성사회인 야구팀 - 강효람, 강효선, 박유민) 인터뷰  
    ⚾️ 9/6 : 선라이즈 박유민 님 아카이브 제공
    ⚾️ 9/10 : KBS 박주미 스포츠기자 인터뷰 요청서 전달 (10월 초, 인터뷰 확정)
    ⚾️ 9/14 : 안희상(안향미 선수 부친) 님 미팅 및 연구용 아카이브 반납

  2. 디자인 : 여성 야구에 대한 시각적인 이미지가 전무하기 때문에 #외인구단_리부팅 의 메인 표지가 어쩌면 초석처럼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 때문에(덕분에) 레퍼런스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김지윤 디자이너님과 깊고 넓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9/3 : 연구집 디자인 회의
    🏗 9/6 : 텀블벅을 위한 디자이너 미팅
    🏗 9/10 : 디자인 시안 확정 및 텀블벅 리워드 디자인 완료 

  3. 사업 확장 : 안정적인 출판을 위해 지원 사업도 노립니다. (우리는 사냥꾼!) 턱괴녀가 입주해있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Platform-P에서 크라우드 펀딩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셨어요. 운 좋게 선정되어 텀블벅 마케터님과의 1:1 멘토링을 받을 기회도 얻었고 알차게 쓸 출판지원비도 획득! 현장에 계신 분들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값져요. 
    📊 9/17 : 크라우드 펀딩 지원 신청
    📊 9/24 : 결과 발표 - 선정
    📊 9/27: 출판사 이름 정한 날! 드디어! 출판사 이름을 정했습니다! 두둥! 다음 호 뉴스레터에 공개!
    📊 9/28 : 텀블벅 마케터 멘토링 
    10월 15일 텀블벅 오픈 예정! 많관부!!

  4. ✍🏿 원고 집필ING : 2004년, 첫 국제대회에 출전한 여자야구팀. 그들의 고군분투를 증명해줄 일본어로 쓰여진 팜플렛, 뉴스 기사 등을 모으고 읽고 번역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흩어져있는 여성 야구사를 증명해줄 아카이브를 모으는 게 ‘턱괴녀’의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 인터뷰이를 공개합니다! 
 ✍🏿 K
. 그래서 우리는 다음의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인터뷰이 리스트 2 공개

  • 여자 야구 선수 
김보미, 이빛나, 2021년 여자 야구 국가대표 선수
"처음에는 부름을 받은 선수들만 국가대표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국가대표 상비군 트라이아웃을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하고 있어요. 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20명이라면 상비군은 40-45명이나 모일 만큼요! 여자야구는 더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 김보미
"리틀야구단부터 시작한 2000년대생 유소년 여자 야구 선수들이 점점 국가대표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공에 대한 겁도 없고 체력도 좋아요. 기존에 3-40대로 이루어졌단 국가대표 여자야구가 젊어졌어요. 파이팅이 넘치는 국가대표팀, 기대됩니다." - 이빛나

  • 제도권 속 여성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
황정희, 최초 여자 야구인 출신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 
“남자는 프로랑 엘리트가 아마추어랑 구분이 되잖아요. 여자야구 같은 경우는 사회인 야구가 엘리트 역할도 하고 다 하기 때문에, 포커스를 생활체육 및 동호회로 둘 것인지 국가대표에 둘 것인지 계속 엄청 고민해요. 사실 동호회 하는데 ‘후원이나 기부를 해주십쇼’ 하면 선뜻 안 나설 것 같거든요. ‘주니어 육성과 국가대표를 위해서 후원이 필요합니다’ 하면 이해가 더 빠를 거고요. (예산이 부족하지만) 동호회 개념인데 후원이나 기부가 필요하다고 하면 이제 물음표가 생기는거죠." 

  • 여성 야구, 그 존재하지 않았던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
썩코치의 야구쑈, 최초의 엘리트 출신 야구 전문 유튜버
유독 야구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다른 종목보다 양극화가 굉장히 심한 것 같아요. 프로와 나머지의 격차가 너무 커요. 축구나 농구 등 다른 스포츠를 보면, 아마추어 쪽이랑 프로랑 그렇게 크게 동떨어져있는 느낌은 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야구가 유독 프로라는 분야랑 그 외의 나머지, 아마추어라던가 동호회 이런 쪽과는 갭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 윤석
"보통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 예시를 들 때, 10부 리그까지 있는 영국 축구 리그를 예로 들잖아요. 10부 리그부터 잘하는 선수들이 차근차근 올라와서 프로 리그에서 뛰는 이 시스템이 건강한 프로 스포츠의 예 시로 쓰이는데, 우리나라 야구의 경우에는 필요에 의해 급하게 만들어진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 양인호
턱 괴는 여자들 (2020.10~)

K
숙명여자대학교와 파리 9대학에서 문화기관에 특화된 경영학 석사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문화예술이 시대를 대변하고 다음 세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으며, 미디어 콘텐츠와 책을 기반으로 비경제적인 시대정신과 논의점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오래 이어온 독서모임, 번의 타국 살이 경험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인 아토피가 현재의 모습으로 나를 다듬는 데에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한국과 프랑스의 교차하는 상대성과 묘한 유기성을 다방면으로 경험하면서, 문화예술의 도구로 주체를 활용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른이 빠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MMJ
안녕하세요, MMJ로 활동하는 연구자 겸 기획자 정수경입니다. 파리 제1대학 근∙현대미술사 박사과정 겸 미술사 연구소(HiCSA) 연구원으로서, 역사 속으로 진입하기도 하고 현재를 톺아보기도 하고 근거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예술이 일어나는 순간을 탐닉하고, 역사관이 변화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을 즐깁니다. 과거에는 비주류였던 지점들이 현대에 이르러서 뒤틀리거나 격변하거나 격상하는 과정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며, 반대로 과거에는 주류였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있었는지 과정은 정당한지를 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턱 괴는 여자들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2길 19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3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