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0ㅣ  구독  지난레터
지식人 지식in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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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가정서 태어나 12세에 주식 투자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 알리기 시작
쿠팡 초기 투자로 8배 이상 차익 내고
美장기국채 금리 예측으로 수천억원 수익
‘반유대주의’ 논란 게이 하버드대 총장 사임 압박
“기부 무기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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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면 투자. 정치면 정치. 뭐든지 자신이 말하는 대로 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월가의 헷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입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여러번 입증해 ‘리틀 버핏’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공격적인 투자성향과 활발한 SNS 활동으로 투자자 겸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애크먼. 이번주 ‘지식人지식in’에서는 빌 애크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캐나다 철도회사 경영권 장악으로 투자업계 ‘신성’이 되다

애크먼은 1966년 뉴욕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주선하는 사업을 운영했고 어머니는 조형 설계사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2살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애크먼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학사학위와, MBA석사 과정을 모두 거쳤습니다. 1992년 MBA 졸업 직후 1993년 ‘고담 파트너스’라는 헷지펀드를 창업한 그는 일찍이 인상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되었습니다. 고담 파트너스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헷지펀드였습니다.


10여년 뒤 애크먼은 곧 세계적인 헷지펀드가 될 ‘퍼싱스퀘어 캐피탈매니지먼트(퍼싱스퀘어)’를 설립합니다. 이후 그의 투자 스타일은 행동주의 투자로 바뀝니다. 지배구조나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 지분을 대거 확보한 뒤 경영진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방식의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가장 유명한 그의 행동주의 투자 사례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캐나디안 퍼시픽 철도입니다. 2011년 캐나디안 퍼시픽 철도의 지분 14.2%를 순식간에 매입하며 최대주주가 된 퍼싱스퀘어는 경영진에게 비용을 20% 가량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존 경영진은 ‘퍼싱스퀘어가 캐나디안 퍼시픽의 경영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맞섰습니다. 그러나 여론전까지 동원한 퍼싱스퀘어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사퇴합니다.

퍼싱스퀘어 로고 <ⓒ퍼싱스퀘어>
이후 5년여간 퍼싱스퀘어와 새로운 경영진은 캐나디안 퍼시픽에 대해 고강도의 구조조정과 기업 문화 혁신에 나섭니다. 주가도 크게 올랐습니다. 캐나디안 퍼시픽 주가는 45.39% 상승해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퍼싱스퀘어는 지분가치 상승으로 당시 기준 26억 달러라는 큰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최근에는 도미노피자, 치폴레 등 소수의 저평가 기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신도 모른다’는 장기국채 움직임 예측

그는 시장을 앞서 내다보는 시야를 지닌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애크먼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조차 금리 인상에 대한 확신이 없던 2021년10월 ‘연준이 최대한 빨리 금리 인상과 유동성 긴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춤추고 있지만 이제 음악 소리를 줄이고 진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당장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가치 상승에 즐거워하고 있지만 후폭풍에 대비해야할 때라고 일침한 것입니다.


당시는 소비자물가 지수가 5% 이상을 막 기록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빠르면’ 2022년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금리 인상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 했습니다. 실제 미국 금리는 이듬해 3월부터 인상됐고 5월부터는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6월부터는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애크먼은 미국 장기국채 금리 움직임을 예측한 절묘한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5%에 가깝게 치솟았던 지난해 10월에 앞서 장기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해 큰 돈을 번 것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해 7월 중순 3.8%에서 10월 중순 4.9%로 급등했습니다. 이후 현재는 3%대 후반으로 다시 진정된 상태입니다. 퍼싱스퀘어는 지난해 8월 미국 장기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했습니다. 국채 가격은 금리와는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니 금리가 오를 것이라 예측한 겁니다. 이유는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며 “장기 국채 금리가 5.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며 국채 금리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그가 예상한 5.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요.

최근 1년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

그러다 불과 두달여가 지난해 10월23일. 애크먼은 돌연 “장기국채 숏 표지션을 정리했다”고 밝힙니다. 미국 경기가 최근 데이터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그의 예언 이후 보름여간 다시 1%포인트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번 투자로 애크먼은 2억달러 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낙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보니 시장을 교란해 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가 SNS와 언론을 통해 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채 매수와 매도세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기부 아끼지 않는 자선가... ‘돈으로 모교 압박’ 비판도

최근 애크먼의 X(구 트위터) 계정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촉발된 미국 대학교 내 인종・민족 갈등으로 바쁜 듯합니다. 그는 흑인 최초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클로딘 게이 총장이 최근 사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SNS를 통해 ‘게이 총장이 학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고, 젠더・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총장직을 역임할 수 있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클로딘 게이 총장은 지난해 12월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총장,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과 함께 미국 의회에 출석해 교내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유대인 학살을 외치는 것이 학내 규정을 어기냐’는 질문이었는데, 게이 총장을 비롯한 세 총장은 확답을 피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캠퍼스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뜻하는 DEI 정책을 강하게 밀어부쳐왔으면서, 유대인 학생들에게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후 하버드 유대인 동문들의 기부 취소가 잇따랐습니다. 게이 총장은 그녀의 학위 논문들에 대한 표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애크먼은 X 계정을 통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기세입니다. 게이 총장이 사임하겠다고 하자마자 ’샐리는요?‘라며 콘블루스 총장의 사임도 종용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모교인 하버드대에 이렇게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건 그가 쌓은 커리어와 명성 때문도 있지만 그간 애크먼이 모교에 기부한 엄청난 양의 재산 덕분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애크먼은 수년간 수천만 달러를 하버드대에 기부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는 쿠팡의 초기 투자자로도 유명한데, 2017년 1000만달러어치의 쿠팡 비상장 주식을 하버드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특히 교육과 보건 분야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가 공동 설립한 비영리단체 퍼싱스퀘어 재단은 지금까지 수백만 달러를 말라리아 퇴치, 교육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기부했다고 합니다.

2022 여름 하버드대학교 소개 영상 <@harvard/YouTube>
그를 실제로 만났다는 국내 한 투자업계 인사는 그가 “젊은 나이에 비해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애크먼은 평소 직원들이 집보다 회사를 더 좋게 느끼게끔 하는데 특히 신경쓴다고 합니다. 여름 휴가를 멕시코 칸쿤으로 떠난 적이 있는데 직원들, 직원들의 가족들과 함께 떠나기도 할 정도입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점은 그가 자신이 죽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크게 신경쓴다고 말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그 신념에 맞게 바꾸어가려는 그의 행보가 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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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s Pick!

미국은 왜 탈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나?

오일, 반도체 말고 노동시장에 답이 있다?

피터 숏 (예일대 경영대학원, 후안 트립 경제학 교수)

세계경제 성장의 두 주요 동력인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좌절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은 가까운 미래에 인플레이션이 야기할 결과를 직면하고 있으며, 미국 중소형 은행의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요. 반면 중국은 제조업 수출 감소, 인프라 투자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글로벌 협력, 에너지 공급망, 전반적인 무역을 방해하며 리스크를 더욱 악화시켰는데요.

이러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2024 경제전망 세션에서는 저명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세계경제의 현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피터 K 쇼트는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후안 트립 경제학 교수이며,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의 연구원(Research Associate),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연구원(Research Fellow), 그리고 미국통계국의 특별선서연구원입니다. 그의 연구는 국가, 기업 및 노동자가 세계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화의 이면에는 오일이나 반도체 패권이 있었다는 주장과 서적들이 인기가 있었는데요. 피터 교수는 노동력을 중심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기에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강연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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