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TI가 그렇게 잘 맞는다면서?

질문지가 너무 많아 끝까지 해보지는 못했지만 대표적인 질문지만으로 내 성향을 찾아보긴 했는데 얼추 맞는 것 같아.

지구 상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그들의 모양도 성격도 다를텐데 달랑 16가지 인성으로 정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방을 알아두면 좀 더 이해하고 인정해 줄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래보았자 "아, 너는 그렇구나..." 정도겠지만.

특히나 가족은 잘 맞는 여부를 떠나 함께 맞춰가야 하는 상대라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희생도 필요한 것 같아. 그로 인해 가정 생활이 원만하고 화목함 사람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적응 잘하고 자기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가정 내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절대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 가족들과 맞지 않는 점이 있고 그래서 힘들었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날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가족이 있어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올 수 있었어. 그런데, 결혼하면서 생긴 새로운 가정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했지만 괴로움도 주었고, 가족 수만큼이나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 가정은 사회 안의 작은 사회라고 하는가봐.

내가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 그래서 내 속에서 태어난 아기들일지라도 나와는 성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슬프지만 진리 아니겠니? 그 속에서 자기의 성향 중 각자 딱 50%만 양보하고 살면 아무 문제도 없을텐데 맘대로 안되더라. 결국 어느 한 사람의 99% 희생으로 가게 되면 결과가 썩 좋자 않더구나.

내 성향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ISTP인 것 같아. 한 마디로 내 성향은 (개쌍) My Way~ 인 것 같아서 나와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을 생각도 없고 혼자서라도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심보인 것 같아. 그저 바라는 것은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와주는 사람, 실패하더라도 같이 울어주고 다독여주고 함께 일어나 새롭게 길을 닦아줄 사람.

아마도 내가 그동안 나 하고 싶은대로 못하고 살아서 그런거 아닌가 싶어.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다음 생에는 "나무"가 아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엄마는 내가 어릴 적부터 늘 '알파걸'이 되라고 가르쳤지. 똑똑하고 능력있고, 남자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멋지게 살아가기를 원했었고 그렇게 살라고 늘 가르쳐왔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20대를 보냈는데, 결국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없구나, 하는 거였어. 난 오히려 엄마처럼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 옆에서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안아주는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 내 인생이 치열해지는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불안정해지고 나도 불행해졌던 것 같아.

엄마가 원하던 알파걸과는 조금 다르지만, 근본적인 가치관은 동일하다고 생각해. 집중하는 목표는 다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은 건 똑같으니까 말이야. 나에겐 그 목표가 성공이나 명예가 아니라 지혜와 포용심이더라고. 그래서 난 내 곁에 나보다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사느라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안아주면서 나의 가치를 느껴. 나는 상대에게 존경심을 느끼고, 상대는 나에게 안정감을 느끼는 관계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계야.

나를 알아가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어. 난 그 누구보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모두를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껴왔던 것 같아.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향해 차근히 걸어가고 싶어.

엄마 말대로 내가 선택한 사람과 가정을 꾸린다 해도 막상 현실은 다를 가능성이 높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과 괴로움, 외로움을 가져다주는 세상을 택하고 싶어. 혼자서는 평온할 수 있지만, 결국 인생의 기쁨과 슬픔은 가까운 관계 속에서 찾아오니까, 나는 결속력이 강한 관계를 더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이 배우고 깨닫고 싶어. 그 깨달음이 전부 다 부질없다는 결론이라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순 없잖아?

물론 엄마 말대로 일방적인 희생은 견딜 수 없겠지. 방식은 다를지라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줄 수 있다면 난 그 어떤 위기도 실패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

적고 보니 난 엄마같은 사람이 좋은가봐.ㅋㅋㅋ 나를 알게 해줘서 고마워 엄마! 다음생에는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서 엄마가 큰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더 많이 안아주고 다독여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