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_그래도 사랑을 믿는 나와 모두에게

6월을 맞이해서

처음 <망고네 슈퍼>를 시작했을 때에는, 정말 그 주에 좋아했던 다양한 것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 주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 그 주에 갔던 매력적인 공간, 그 주에 찍은 평화로운 사진 등등 직접 겪었던 것들을 기록해놓으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러나 2020년은 적극적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에 적절한 해가 아니었을 뿐더러, 언제든 마음 편히 발걸음을 옮겼던,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자주 갔던 공간들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줄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은데,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즐거움보다는 익숙한 것들에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방구석에서 좋아했던 영화, 유튜브, 글, 음악을 담는 편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 편지도 저의 단조로운 빛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를 나눠야 오프닝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지는데, 요즘은 비슷한 나날의 연속이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오프닝에 쓸 말이 없는데?' 싶을 때도 많았거든요. 갈수록 점점 더 이야기가 좁아지고 소소해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또 이런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점점 더 이야기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때도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익숙해지고 싶은 공간을 몇 개 발견하기도 했고, 여름을 기대하게 하는 일들이 몇 가지 생기기도 했고 - 하반기에는 조금 더 신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직 하반기는 아니고 6월이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은 5개월이었기에, 이런 비하인드(?)를 써봤습니다. 방구석에서 좋아했던 이야기로만 가득찬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쓴 글이기도 하고요. 사실은 제 자신에게 건네고 싶었던 말을 많이 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지낼 수 있었어요. (쓰다 보니 무슨 시상식 수상 소감 같네요) 그냥 6월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사랑 고백 같은 걸 좀 해보고 싶었습니다! 6월도 잘 부탁드려요🍊

오랜만에 막힘없이 오프닝을 쓴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쿠키 한 조각🍏

입금완료 - 뚝딱이 쿠키 만들기...

뚝딱이에도 쿠키 만들기에도 관심없지만, 뚝딱이 쿠키 만드는 영상을 13분 동안 봤습니다. 분명 뚝딱이 쿠키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기다리는 쪽의 시간은 유난히 느리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풀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사람과 만나서 대방어에 소주 한 잔' 같은 자막이 등장합니다. 설거지 철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생 철학이 들어간 뚝딱이 쿠키 만들기... 제목에 점 3개 찍은 것도 조금 제 스타일... 대방어와 초콜릿을 동시에 먹고 싶게 만드는 신기한 베이킹 영상이자, 어느새 커버린 꼰대 뚝딱이의 멘트를 만날 수 있는 신묘한 베이킹 영상입니다. 이 영상 이외에도 봉지과자 개론과 깡 패러디가 공존하는 신기한 채널이니, 다른 영상을 구경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 주의 컵라면 한 컵🙆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남긴 것... 불운은 있어도 악인은 없는 세상

무엇보다 생사를 가르는 결정의 중압감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다급한 호출에도 병원 사람들이 입맛을 잃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율제병원의 의사와 간호사가 보여주는 '먹방의 향연'에는 언제든 미련 없이 젓가락을 놓고 응급실로 내달려야 하는 자들의 순수한 탐식이 있다. 보기만 해도 척추가 내려앉고 눈알이 빠질 것 같은 수술방을 나와서도, 송화와 준완, 익준과 석형, 정원은 씩씩하게 노래하고 사랑하고 먹는다.

배달된 삼겹살을 상추에 싸먹고, 칼국수를 끊지 않고 '면치기'해먹고, 야간 수술 후 식은 라자니아를 데워 먹고, 컵라면에 나무젓가락을 꽂아 열반에 든 것 같은 표정으로 먹는다. 어쩌면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 그토록 먹는 장면이 많은 것은, 씹고 삼키고 식도를 타고 창자로 이동하는 유기물의 촉감과 온기가 그들에게 주는 생명의 감각 때문이리라. '카르페디엠'. '먹고 수술하고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의 순전한 몰입.

-[조선비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남긴 것... 불운은 있어도 악인은 없는 세상, 김지수

언젠가 '씩살모'를 결성했던 적이 있었어요. 씩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이었는데, 여전히 저는 '씩씩하다'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씩씩한 사람들도, 씩씩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도 너무나 좋아하고요. 씩씩함의 정의는 다 다르겠지만, 저에게 씩씩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마음인 것 같아요. 어떤 땐 다시 웃을 수 있는 마음, 어떤 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 어떤 땐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어떤 때에는 그저 버티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씩씩하고 멋지다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으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씩씩함을 갖고 살아가기에 이 드라마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곤란한 일들이 발생하곤 하지만, 그들은 마냥 절망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씩씩하게 노래하고 사랑하고 먹는 사람들이거든요. 갈등하고 걱정하는 장면을 빠른 호흡으로 쳐내는 대신, 이 드라마는 다섯 명이 쌓아가는 음악과 먹방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해도, 그냥 가끔은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Ps. 저는 장겨울 선생을 가장 애정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봤다면) 어떤 인물을 가장 응원하면서 보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이 주의 핫초코 한 잔🌲

강아솔 - 어느 봄날 & 들꽃

어느 해 겨울, 강아솔의 공연을 처음 보러갔던 때가 생각나요.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작은 카페 겸 바에서 열린 공연이었는데,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따뜻한 음악을 듣던 그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편지 받는 걸 좋아하고 받은 편지를 소중하게 간직한다는 이야기에, 공연이 끝나고 나서 관객 분들이 다 편지를 쓰고 있었던 풍경도 기억이 나고. 그때 제주도에서 사 온 노트를 들고 가서 싸인을 받았던 기억도 나고. 싸인을 받으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눴는데, "밥은 먹었어요?" 하는 다정한 질문에 별 말도 못하고 돌아왔던 기억도 나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편지를 써서 건넨 것도, 또 밥은 먹었냐는 안부 질문을 들은 것도 처음이라 -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것 같습니다. 그땐 따뜻함을 잃어가는 계절의 가장 따스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슬슬 더워지는 요즘에도 여전히 그때의 온기가 그리워서 오랜만에 꺼내들었어요.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앨범 소개를 함께 소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고 싶었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슬픔이 있을지라도 계속 사랑하자고, 사랑을 놓지 말자고.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가장 찬란한 사랑의 시절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시절이 영원하기를. 그래도 사랑을 믿는 나와 모두에게.

-강아솔, '사랑의 시절' 앨범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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