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어제 하루도 무사히 잘 보내셨나요? 식사는 잘 챙겨 드셨고요? 혹시, 저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발만 닦고 옷을 훌렁 벗어던진 후 침대로 뛰어들어, 머리맡의 충전기에 스마트폰을 꽂은 채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탐색하다 보니 어느새 잠들 시간이었다고요? 그렇다면 님은 완벽하게, 저와 동족이십니다😂

사연의 주인공 예지씨는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1인가구여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고 해요. 출퇴근이 없어져 생활 리듬도 엉망이 되고, 밖에 나가지 않으니 날짜 감각도 무뎌졌고요. 예지씨의 편지를 받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다정한 ‘언니’ 반유화는 그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무대를 떠나고 어느새 나 혼자만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기분, 다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노랫소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내 목소리만 남게 된 느낌. 예지씨의 현재는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과정에서 끌어안게 된 상황인 것이었어요.

지금은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땅이 좀더 단단해진 뒤에 파내야 속에 묻힌 것들을 잘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요.

다음으로 저자는 시간의 흐름과 신체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해요. 현실감을 획득함으로써 나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말이죠. 해가 떠 있을 때는 커튼을 걷고, 재택근무를 할 때는 잠옷이 아닌 다른 옷을 입고, 책상 위에 일력을 두어 매일 한장씩 뜯어내고, 산책을 하며 주변의 소리와 발바닥이 땅에 닿는 촉감을 의식해보는 거예요.

『언니의 상담실』은 예지씨를 비롯한 여러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편지에 대해 저자가 쓴 답장을 엮은 책이에요. 각각의 사연들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의 상황에 대입해보고, 고민을 풀어나가는 데 유용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지요.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마음을 담아 아래와 같은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미우나 고우나 내가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어쨌든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나라면, 지금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기력함, 우울, 완벽주의 등 개인적인 문제는 물론 여러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나아가 비혼, 직장 내 성차별 등 사회‧제도적 문제와 연결된 고민까지, 2030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 어려움에 친절하게 답해주는 책이에요. 사려 깊고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