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세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


052. 2022/4/7 목요


안녕하세요, 00님!


요즘은 정말 봄이 오는 듯, 봄꽃이 피기 시작한 요즘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저는 드디어 코트를 벗고

자켓을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네요...🧚‍♂️


오늘은 예전부터 아껴두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제목으로 예상 하셨겠지만, 

00님, 혹시

영화 <포레스트 검프> 좋아하시나요?

만약 아직 안 보셨다면-

인생이 무심한 운명처럼 느껴지거나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봉현

누구에게나 애착 인형 하나쯤은   


내 침실엔 인형이 하나 있다.


이 하얀 강아지 인형은 ‘틴틴의 모험’에 나오는 밀루 캐릭터다. 친구들과 ‘누구나 애착 인형 하나쯤 있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없다는 말에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인스타그램에서 투표를 통해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따온 ‘조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건, 조엘이 아니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건 ‘포레스트’ 다. 맞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이름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나열하자면 라이프 오브 파이, 이터널 선샤인, 허, 빅피쉬… 등등 끝도 없지만, 단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포레스트 검프”를 꼽는다. 1994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오래된 명작. 이 영화는 깃털 하나가 하늘을 날다가 버스 정류장에 앉은 누군가의 발치에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그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 포레스트, 포레스트 검프. 그는 옆에 앉은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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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는 늘 엄마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신발을 보면 어떤 사람인 줄 알 수 있다고, 바보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지 자신은 그냥 지능이 조금 떨어질 뿐이라고, 엄마가 해준 말들을 생각한다.


아이큐도 낮고 허리가 굽어 다리가 불편했던 소년은 계속 달리라는 제니의 말에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재능을 깨닫는다. 그냥 달리다가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하게 되고, 누가 시켜서 해봤을 뿐인데 국가대표 탁구 선수가 되기도 한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와 스치듯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잡이 배를 탔다가 엄청난 부를 쌓게 되고, 전쟁에서 생명을 구해줬지만 다리를 잃어 피폐한 삶을 살던 댄 중위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처음으로 버스 옆자리를 내어준 제니를 만난 첫 순간부터 평생 동안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 기구한 삶을 살던 제니 또한 포레스트로 인해 행복한 삶을 잠시나마 경험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포레스트 같은 사람이고 싶어진다. 그는 단순하다. 지능이 떨어져서 눈치가 없고 생각이 짧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단순함은 언제나 순수한 진심이기도 하다. 달리고 싶으면 달리고, 약속했기에 약속을 지키고, 사랑을 느끼기에 사랑한다. 마음이 시키는 데로 행동하고 삶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래서일까. 포레스트는 정말 다양한 삶을 경험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제니가 갑자기 말도 없이 떠난 날로부터 시작된다. 집 앞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달리기 시작하더니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작정 달린다. 그는 여러 마을과 도시, 바다, 사막을 건너-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와 석양 등을 본다. 사람들은 달리는 포레스트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왜’ 뛰고 있느냐고. 그냥 뛰고 싶으니까 뛰는 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자아 성찰, 세계 평화, 인류 평등 등 분명 대단한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를 위대한 인물로 추종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데로 믿고 영감을 받으면서, 각기 다른 삶의 계기와 깨달음을 마주한다.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포레스트는 단 한 번도 그런 걸 의도한 적이 없다. 그는 그냥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다.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하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해 나가는 것. 명예, 성공, 돈, 그런 게 아닌 우정, 사랑, 시간, 행복 같은 것에 더 집중한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어떤 순간도 쉽게 지나치지 않는 동시에 과거는 흘려보낸다. 그렇게 수많은 우연은 마치 운명인 것처럼 이상하리만치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포레스트에게는 늘 운이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갔을 뿐이다.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we are.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 like a breeze. But I think it's the both.


저마다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바람 따라 떠도는 건지 모르겠어.

내 생각엔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거 같아.



종종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거나 세상 살이가 낯설어질 때, ‘운명’에 대해 생각했었다. 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인생은 이미 정해져 있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연이 아니라 불가항력으로 예정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마치 트루먼쇼같이.  

I happened to believe you

make your own destiny.

You have to do the best with

what God gave you.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란다.

신이 네게 주신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뿐이지.

  


그렇다면 내 운명이란 뭘까. 80년대 부산에서 평범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여자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서울로 미대를 갔다가 계속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사는 지금까지의 여정이 그저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 같은 무난하고 심플한 인생론이라면.


그렇다면 세계 30개국을 히피처럼 떠돌던 2년의 여행은 운명의 일탈이었을까? 그림만 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글도 쓰고 있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미래였는데 이 또한 예정된 운명이었을까? 사랑했던 연인을 우연히 마주쳤던 낯선 장소와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과의 시간들 또한 모두 운명의 장난이었던 걸까?



Also does our life select how to follow.

There is possibility also

the result of life changing.


우리 삶도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


Now, It used to be,

I ran to get where I was going.

I never thought it would take me anywhere.


난 가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 뛰었는데,

그게 삶의 기회가 될 줄은 몰랐어요.


정해진 운명은 운명이고, 살다 보면 정말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나의 말과 행동, 만남과 장소- 선택에 따라 결국 나비효과처럼 영향을 받아 삶이 수십 번 뒤흔들렸다. 그 시간들 속에 내가 했던 수많은 고민과 선택들은 어떤 힘이 있었을까. 거대한 운명론 앞에 서면 나는 너무나 작아지지만, 결국 내 삶은 결국은 나에게 달려 있다. 운명은 알 수도 없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가 삶을 계산하며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손해 보지 않으려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망설이는 시간은 길어지고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포레스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저 달리고, 연습하고, 여행하고, 사랑하고.. 그의 삶의 태도에는 언제나 엄마의 말들이 새겨져 있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란다.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몰라.


가장 유명한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 포레스트는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엄마의 사랑으로 살았다. 철제 다리를 뚝딱거리던 어린 포레스트는 어느새 집 앞 나무 아래 묻힌 엄마를 그리워하고, 제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똑같은 뒷모습을 가진 아버지가 된다.



지난 겨울, 나의 엄마는 서울 집에서 머무는 2주 동안, 매일 밤마다 조엘을 안고 잠드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엄마에게 조엘을 데리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조엘은 엄마 품에 안겨 부산 집으로 갔다. 나는 밀루 인형을 하나 더 구입했고 나의 포레스트는 내 품에서 잠을 자고 엄마의 조엘은 엄마 품에 안겨 잠을 잔다.


포레스트의 엄마에겐 초콜릿 상자가 있고 나의 엄마에겐 애착 인형이 있다. 포레스트는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을 때마다 달콤함과 함께 엄마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의 품이 그리운 날이 왔을 때, 조엘은 다시 우리 집에 와서 포레스트와 같이 살 것이다. 엄마의 냄새와 온기가 가득 베인, 세상 하나뿐인 나의 애착 인형으로.


조엘과 사랑하는 나의 엄마.

What's my destiny, Momma?

내 운명은 뭐죠 엄마?


You're gonna have to figure

that out for yourself.

그건 너 혼자 힘으로 스스로 알아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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