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계감사
재무제표는 틀릴 수 있습니다.
이를 회계에서는 멋있는 말로 ‘왜곡표시가 존재한다’라고 합니다.
재무제표가 틀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영진이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주로 회사의 실적이 안 좋을 때, 회사의 실적을 부풀리는 식의 거짓말이 동원되겠죠. 이를 부정(fraud)이라고 합니다.
또는 경영진이 재무제표를 만들다가 실수할 수도 있겠죠. 회계는 어려운 분야이므로 실수로 인해 재무제표를 잘못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 오류(error)라고 합니다.
즉, 재무제표는 ‘부정’이나 ‘오류’로 인해 틀릴 수 있습니다. 이를 회계에서는 ‘재무제표에는 부정이나 오류로 인한 왜곡표시가 포함될 수 있다’라고 멋지게 표현합니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올바른지 확인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공인회계사(CPA)입니다. 즉, 공인회계사는 회사의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가 올바르게 작성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이를 회계감사(Audit)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수단을 써 감사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재무제표가 올바르게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를 감사의견이라 합니다. 즉 공인회계사는 재무제표에 왜곡표시가 있는지 확인하고 감사의견을 제공할 책임을 집니다. (덧 : 공인회계사는 회계감사 이외에도 세무업무, 컨설팅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3. 중요성
감사의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회계의 ‘중요성’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회계에서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누락 등 왜곡표시가 개별적으로 또는 집합적으로 재무제표에 기초한 이용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될 수 있는 경우 중요하다고 간주된다.”
이 어려운 문장을 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지갑 속에 현금 100만 원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 지갑에 100만 원이나 있다~” 하고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지갑을 실제로 열어보니 현금이 10만 원밖에 없는 겁니다. 90만 원이 어디론가 사라진 거죠. 90만 원이 사라진 건 여러분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90만 원의 행방을 찾을 겁니다. 돈을 다른 곳에 둔 건 아닐까 옷장이나 서랍을 뒤져보고,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써버렸는지 고민해보고, 내 동생이 훔쳐 간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겁니다. 왜냐면 90만 원은 여러분에게 큰돈이기 때문에 중요하거든요.
사례를 바꿔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현금 90만 원이 사라졌다고 해봅시다. 이게 삼성전자에 중요할까요? 삼성전자는 2021년 말 기준으로 현금만 39조 원이 있는 회사입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삼성전자에 현금이 39조 원 있다고 보고, 재무제표에 ‘현금이 39조 원이 있다’라고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39조 원이 아니라 ‘39조 빼기 90만 원’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게 중요할까요? 삼성전자의 현금이 실제로는 90만 원 모자란다는 걸 두고 뭐라 할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현금 90만 원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현금이 90만 원이 더 있든 덜 있든 그 누구도 삼성전자에 관한 생각이 변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건실한 회사라고 생각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던 투자자가 삼성전자의 현금이 ‘39조 원’이 아니라 ‘39조 빼기 90만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여 삼성전자에 관한 생각을 바꾸고 사려던 삼성전자 주식을 안 사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사는 현금 90만 원이 모자란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갑니다. 현금이 90만 원 모자란다는 것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든 안 하든(즉 재무제표를 수정하든 안 하든) 여전히 삼성전자 주식을 살 사람은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현금 90만 원이 모자란다는 사실(=누락 등 왜곡표시)은 재무제표에 기초한 이용자(=주식 투자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삼성전자 주식을 살지 말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합리적으로 예상되므로, 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계감사는 중요성의 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즉,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회계감사는 100% 완벽하게 올바른 재무제표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회계감사는 재무제표에 재무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사항이 틀리게 표시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즉 공인회계사는 재무제표에 대한 ‘절대적 확신’을 제공하지 않으며, 다만 ‘높은 수준의 확신’을 제공할 뿐입니다.
얼마부터가 중요한 금액인지는 공인회계사가 산정합니다. 물론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으며, 되도록 보수적으로(적은 금액으로) 산정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