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 2편을 뜯어보자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지난 5월 6일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뒤 개막된 2023년 전국국제영화제는 다시 예전의 활력을 찾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티켓 오픈 당일에는 온라인 예매 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예술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저도 이날만을 고대해 왔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이번에 상영된 두 작품을 골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난해해 보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작품의 매력과 의미를 짚어봅니다.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식스틴
스트리밍보단 아직도 영화관 🎥
오늘의 이야기
1. 독립예술영화의 매력
2. 경험적 영화란 무엇인가? :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
3. 영화와 동화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막달라⟫

독립예술영화의 매력 ✨

영화제 포스터 (출처: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00년 출범한 전주국영화제는 올해로 24회차를 맞았습니다. 출범 당시 모토는 자유, 독립, 소통으로 필름이 살아있던 시대 당시로서는 새로운 물결로 여겨졌던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는 ‘대안영화제'로 시작됐습니다. 대영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대안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이 보다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고, 일반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4월 27일부터 5월 6일간 이어진 영화제 거리에는 평소 전주에서 보기 드문 인파의 사람들이 영화제 에코백을 메고 돌아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사실 저도 예술, 독립영화와 거리가 멀었던 사람입니다. 아이언맨, 어벤져스 같은 마블 영화의 스펙터클을 즐기러, 또는 무난한 데이트 코스 중 일부이거나 친구들과 무료한 주말을 달래러 향했던 곳이 영화관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4년 여름, 가족여행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천영화제는 가수들의 음악 콘서트 행사가 영화제 중 열리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제 트레일러 (출처: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라고는 가본 적 없는 저는 영화제에 온 김에 영화 몇 편을 끊어 보게 되었는데요. 당시 개막작이었고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서칭 포 슈가맨⟫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서칭 포 슈가맨⟫미국에서는 무명가수였지만 지구 반대편 남아공에서는 대인기를 누렸던 ‘슈가맨', 단 두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사라진 미지의 인물 ‘슈가맨'을 찾아 떠나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웨이브, 티빙, 네이버 시리즈 온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시골의 어린 소년이 역사적인 음악 페스티벌인 우드스탁을 향해 떠나는 고군분투 로드트립 ⟪우드스탁으로 가는 길⟫을 본 것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그렇게 전 우연한 기회로 독립예술영화의 세상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 트레일러
 OTT(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중화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독립예술영화를 보는 것이 과거와 같이 수고롭지는 않습니다. 과거 독립예술영화는 영화제에서 ‘특별하게' 관람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습니다. 그중 소수의 독립예술영화는 극장 개봉을 하기는 했지만, 독립예술특별관에서 관람하거나 공동체 상영을 통해 접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을 통해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럼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두 편의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하며 그 매력을 더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경험적 영화란 무엇인가? :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삼사라⟫

영화는 그 역사를 거듭하며 새롭게 발견되고 정의되어 왔습니다. 영화과, 영화이론과 등이 탄생하며 영화의 학문도 계속해서 발전되어 왔죠. 영화 인류학은 영화를 매개로 인류학적 연구와 조사를 이어가는 학문이고, 이외에도 영화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 감독 루이스 파티뇨는 오랫동안 영화를 매개로 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온 예술가입니다. 순수예술 분야에 몸담고 있던 감독은 자신의 작업을 영화로 확장하며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여진 영화 ⟪삼사라⟫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특히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이 이룬 성과이기에 전주국제영화제로써는 더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트레일러 (출처: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여기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을 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전 세계 영화감독을 대상으로 독창적인 작품을 발굴하여, 직접 영화에 투자하고 완성작을 영화제를 선보이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요 사업 중 하나입니다. 한국 영화로는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가 있었습니다. 단연 추천해 드리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유플러스tv를 통해 시청 가능합니다). 


로이스 파티뇨 감독은 이미 단편영화 ⟪별을 심는 자들⟫로 칸 영화제에 진출한 경험도 있습니다. ⟪별을 심는 자들⟫은 도쿄 야경을 배경으로 이미지들을 중첩시키면서 관객에게 묘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작품 중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작품은 ⟪붉은 달의 조류⟫로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갈리시아 해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입니다. 마치 연속된 회화를 보는 것 같은 영화 장면들이 관람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로이스 파티뇨 <별을 심는 자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삼사라⟫는 불교 윤회 교리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환상 동화입니다. 영화는 라오스의 불교 사원에 거주하는 10대 소년과 스님의 시점에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어촌마을의 소녀 가족과 염소의 시점으로 이동합니다. 티벳 불교 ⟪사자의 서⟫에서 영향받은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 언어를 찾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영화한다면?’는 미션을 수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삼사라⟫이죠.

로이스 파티뇨 <삼사라>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는 라오스 불교사원에서 잔지바르 어촌마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약 20여 분간 플리커와 사운드를 내뿜습니다. 20여 분간의 윤회 체험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순간이 시작되기에 앞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눈을 가려달라고 요청하죠. 우리 모두 영화란 시각 매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시선에서 벗어난 실험을 ⟪삼사라⟫는 감행합니다. 3D, 4DX에서 VR까지 기술의 발전을 접목시킨 스펙터클 형 영화들이 난무하지만, 개인적으로 ⟪삼사라⟫의 경험은 그 어느 것보다도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와 동화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막달라⟫
다미앙 매니블 <막달라>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얻은 것은 다미앙 매니블이라는 감독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영화제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보석을 선사해주기도 하죠. 새롭게 발견되고 발굴되는 감독들, 영화제가 아니였다면 국내에 소개되지 못할 뻔한 작품들을 영화제에서는 만날 수 있습니다.


보통 영화제 티켓팅이 시작되기 전, 방문객들은 어떤 영화들이 상영될 것인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합니다. 트레일러, 스틸컷, 줄거리 등을 살펴보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저는 ⟪막달라⟫, ⟪삼사라⟫ 이 두 편의 영화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고 다행히 티켓팅에 성공했더랬습니다. 

다미앙 매니블 <막달라> 스틸컷
영화 ⟪막달라⟫는 성경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막달라 마리아가 죽기 며칠 전의 이야기를 담고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그녀는 예수님의 제자이자 예수님이 부활했을 적 그것을 가장 처음 목격한 성녀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회개한 창녀라는 이미지로 읽혔던 존재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오래도록 대중 미디어는 그녀를 젊은 여성으로 등장시키거나 성적인 캐릭터로 소비하고는 했습니다. 감독 다미앙 매니블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가 납작하게 소비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다미앙 매니블 <막달라> 스틸컷
그럼 영화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막달라⟫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는 성경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마지막 기록으로 시작됩니다. 예수님의 죽음 이후 막달라 마리아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집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막달라는 그 이후 깊숙한 숲 속, 동굴로 향했다는 막달라의 말년을 비춥니다.

화면에는 노년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막달라를 연기하는 이 여성은 숲 속을 걷고 있습니다. 지친 모습이 역력한 노년의 여성은 아주 천천히 발을 뗍니다. 카메라는 그녀의 동선을 따라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모습을 비칩니다. 영화에 대사는 극히 드뭅니다. 대사는 영화의 10% 정도를 채우거나 그보다도 적은 분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어느 새 영화의 템포에 동화되어 그간 우리가 얼마나 스펙터클에 몰입되어 있는지를 반추해 볼 수 있습니다. 릴스, 숏츠와 같이 정신 마취제에 각성되어 있는 우리를 아주 느린 시공간 속으로 초대합니다.
다미앙 매니블 <이사도라의 아이들> 스틸컷
다미앙 매니블 감독은 무용수 출신입니다. 그의 이전작은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2019년 전주프로젝트 선정작이기도 했습니다.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무용수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감독만의 독특한 연출법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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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이렇게 웃플수가. 더이상의 말은 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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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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