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소말릴란드 양해각서 체결과 아프리카의 뿔 지역 정세
No.13(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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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소말릴란드 양해각서 체결과 아프리카의 뿔 지역 정세
2024년 1월 1일,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소말릴란드의 해안을 이용하는 대가로 소말릴란드를 독립국가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자국 주권 침해를 문제 삼는 소말리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아비 아흐메드(Abiy Ahmed Ali) 에티오피아 총리와 무세 비히 아브디(Muse Bihi Abdi) 소말릴란드 대표는 양해각서 서명 당일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에티오피아*가 소말릴란드로부터 베르베라(Berbera) 항구 사용권과 항구 부근의 20km 해안에 해군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50년간 임대하는 조건으로 소말릴란드의 주권을 공식 인정키로 예비 협의한 사실을 발표했다.**

*에티오피아는 1993년 에리트레아가 독립하면서 내륙국이 되었다.
**동 양해각서에는 소말릴란드가 에티오피아 국영 항공사인 에티오피아 항공(Ethiopia Airlines) 지분 일부를 확보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다음날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Hassan Sheikh Mohamud) 소말리아 대통령은 의회 합동 연설에서 “우리는 나라를 지키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며, 우리를 기꺼이 도와줄 동맹국의 지원을 구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자국 헌법에 따라) 소말리아 영토의 일부로 존재하는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인정하는 이번 협정은 소말리아 국가주권 및 영토권에 대한 에티오피아의 불법적인 침해”라고 규탄했다.

한편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Aljazeera)는 이번 에티오피아-소말릴란드 양해각서 체결에 대해, “정확한 문언이 공개된 바 없으며 동 양해각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말릴란드가 에티오피아에 바다로 나가는 출구를 열어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분석했는데, 실제로 아브디 소말릴란드 대표는 2024년 2월 2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와의 양해각서 이행 의지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과연 에티오피아와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해 접근성 회복 및 국제적 국가 지위 승인이라는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금주 아프리카 위클리는 에티오피아-소말릴란드 양해각서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 내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국제사회 반응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아라비아해로 돌출되어 있는 동아프리카의 반도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동쪽에 돌출되어 있고 코뿔소의 뿔과 닮아 있어 아프리카의 뿔이라 부르며,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부티가 여기에 속한다. 넓게 수단과 케냐를 포함시킬 때도 있다.  
+ 에티오피아의 오랜 홍해 접근에 대한 열망
1952년부터 1993년까지 에티오피아의 일부였던 에리트레아가 주민투표를 거쳐 분리·독립한 후 1998년 양국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국경은 폐쇄되었다.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는 해상 무역을 위해 에리트레아 항구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대신 지부티 항구를 이용해오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지부티 항구를 통한 해상 무역에 연간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사용료를 지불해오고 있으며, 이는 에티오피아 해상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해상 무역 의존도가 한 국가에 편중된 상황을 부담으로 여기며, 해상 운송 경로의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2022년 세계은행이 집계한 지부티의 GDP는 약 35억 달러(한화 약 4조 7,280억 원)임을 감안하면 지부티 GDP의 절반 이상이 에티오피아의 지부티 항구 사용료로부터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티그레이 반군으로부터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 항구를 연결하는 도로가 공격받아 물류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해상 운송 경로의 다각화 필요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2023년 10월 아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에티오피아의 홍해 접근권이 에티오피아의 발전/쇠퇴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라고 설명하며 “2030년이면 1억 5,000만 명에 달할 에티오피아 인구가 바다와 맞닿지 않는 내륙이라는 지리적 감옥(geographical prison)에 살 수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서 그는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 지부티, 에리트레아 등과 함께 홍해 접근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에티오피아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항구 접근과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비 총리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 국가 간 민족적·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며 에리트레아, 지부티가 에티오피아와 연방을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국제연합(United Nation; UN)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해상 접근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활동이 어떤 국가의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에 기여하는 정도는 평균적으로 25~30%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네게라 구데타(Negera Gudeta) 아디스아바바대학교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 국가들은 안보적으로 취약하고 국가 간 상호 신뢰가 부족한 불안적한 지역이며, 에티오피아는 홍해에 접한 국가들이 자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홍해 접근권을 사용할 것을 우려하기에 안정적인 홍해 접근권을 확보하여 안보를 강화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아비 총리의 2023년 10월 발언에 대해 이웃 국가는 냉담하고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리트레아 정부는 홍해 접근권과 관련된 논란이 지나치고 당황스러우며 이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고, 알리 오마르(Ali Omar) 소말리아 외무부 장관은 “소말리아의 주권과 영토 통합은 신성한 것이며 소말리아는 홍해 접근권 문제에 대한 논의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모하메드(Alexis Mohamed) 지부티 대통령 외교자문관 역시 영토 주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는 1977-1978년, 현재 에티오피아의 영토로 남아있는 소말리(Somali)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며 영토 분쟁을 겪은 바 있다.
+ 소말릴란드의 불확실한 국제적 지위
1991년 5월 소말릴란드는 옛 영국령 소말릴란드 지역을 중심으로 소말릴란드공화국을 선포하며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어느 나라도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소말릴란드는 국민·영토·정부뿐만 아니라 헌법·통화·경찰력·외교적 자주권 등 독립 국가의 모든 기본 요소를 갖춘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국가임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 독립 국가 승인을 촉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지 3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말릴란드는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해 국가 승인을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다.*

*2023년 기준으로 소말릴란드와 대만이 상호 수도에 대표 사무소를 둔 것이 유일하다.

소말리아는 소말릴란드의 독립 주장이 다른 씨족으로 이어져 분리·독립 운동이 확산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사크(Isaaq) 씨족이 주도하는 소말릴란드가 독립을 인정받게 되면, 다로드(Darod) 씨족이 다수 거주하는 자치구역인 푼틀란드(Puntland)도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푼틀란드 자치정부는 “독립 국가와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소말리아 내부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더욱 확신될 위험을 높였다. 이러한 상황은 UN과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을 포함한 국제사회 여론 사이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의 씨족 기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 지역 안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소말리아와 유사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 국제적 반대를 결집시키는 소말리아
소말리아 정부는 에티오피아와의 정치적·경제적 관계 단절이나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대신 동맹국과 국제기구를 통해 에티오피아에 대한 국제적 반대를 모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말리아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국제사회에 지지를 적극 요청하며 이번 협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UN을 포함한 대다수 국제사회는 소말리아의 주권과 영토보전 지지를 잇달아 선언하며,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한 소말리아의 요청에 호응했다.

※ 소말리아의 교섭 현황 및 국제사회의 반응

① (UN/EU) 1.10.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실시하며 주권 및 영토보전에 대한 국제법 준수의 중요성 논의 / 1.11. 아네테 베버(Annette Weber) EU 아프리카의 뿔 특별대표와 회동하여 소말리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재확인하는데 대한 EU의 지원에 대해 사의 표명

② (미국) 1.16. 존 커비(John Kirby)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소말리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지지한다고 언급하며 동 양해각서가 역내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 / 1.30. 몰리 피(Molly Phee)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는 온라인 언론 브리핑을 통해 소말리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AU 및 동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Intergovernmental Authority on Government; IGAD), 여타 국제기구들의 견해를 공유한다며 동 양해각서가 소말리아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데 있어 진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언급

③ (AU) 1.17. 평화안보리는 성명을 통해 모든 회원국들의 단결, 영토보전, 독립 및 주권 존중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양국이 ‘아프리카 문제에 대한 아프리카해결’ 정신에 입각하여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고 대화할 것을 촉구하고, 양국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올루세군 오바산조(Olusegun Obasanjo) 나이지리아 前대통령을 임명한 것에 대해 환영 입장 표명

④ (아랍연맹) 1.17. 소말리아의 요청에 따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에티오피아-소말릴란드 간 양해각서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관계를 긴장시켰을 뿐 아니라 소말리아와 소말릴란드 간의 대화 재개 전망을 위태롭게 하며, 주정부들에 대한 잠재적인 안보문제로도 이어진다고 언급. 현지 언론은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Ahmed Aboul Gheit)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동 양해각서가 국제법과 소말리아의 통합 노력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고 보도

⑤ (IGAD) 1.18. 개최된 제42차 IGAD 특별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에티오피아 불참)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소말리아의 영토보전과 주권에 대한 지지 표명

⑥ (중국) 1.11.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페이 성차오(Fei Shengchao) 주 소말리아 중국 대사와 회동하였으며 동 대사는 소말리아의 주권, 단결, 영토보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 전달. 한편, 소말리아 외교부는 1.14. 대만 선거와 관련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언론성명 발표

⑦ (기타) ▲ (이집트)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1.7. 이집트 고위급 대표단 접견 / 1.20.-1.21. 이집트 방문 당시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은 소말리아 주권과 안보에 대한 위협은 이집트와 아랍 세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집트와 소말리아 간 연대를 확인한다고 언급 ▲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1.28.-29.) 참석 계기 에티오피아의 국제법 위반 행위 비판 ▲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에리트레아(1.8.-1.9.) 및 카타르(1.22.) 등 방문하여 소말리아측 입장에 대한 지지 확인
+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아프리카의 뿔
아프리카의 뿔 지역 국가들은 실질적 손익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 지부티는 에티오피아의 대규모 해상 물동량이 지부티 항구를 지속적으로 경유할 것이라 가정하고, 중국으로부터 큰 규모의 대출을 받아 자국 항구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도로를 개선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에티오피아가 이번 협정에 따라 소말릴란드의 베르베라 항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큰 차질을 빚게 되므로, 지부티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23년 12월 29일 지부티가 소말리아와 소말릴란드 간 분쟁을 중재한 직후 소말릴란드가 에티오피아와 이번 협정을 체결한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로 여겨지므로, 지부티의 비판적 입장은 앞으로도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나일강의 수자원을 놓고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 GERD) 건설로 수년간 에티오피아와 대립해 온 이집트는 소말리아의 안보에 대한 위협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을 초청하여 “소말리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소말리아의 안보와 안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에리트레아는 이번 협정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Isaias Afewerki)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조심스러운 자세로 “다양한 도발적 의제에 반응적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권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에티오피아의 오랜 홍해 접근에 대항 열망과 소말릴란드의 불확실한 국제적 지위라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 내 고질적인 문제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역내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정이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며 아비 에티오피아 총리가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여 국내 지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설사 이번 협정이 결렬되더라도 깊이 뿌리박힌 이러한 문제들이 언제든 재발해 지역 내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024년 4월 4일 소말리아는 에티오피아의 내정 간섭 및 주권 침해를 이유로 자국 주재 에티오피아 대사의 추방과 반자치 지역인 소말릴란드 및 푼틀란드 내 에티오피아 영사관 폐쇄를 명령했다.
  1. 주요 발간물 ( 「아프리카 비즈니스 가이드」,  「아프리카 주요이슈 브리핑」,  「이야기로 만나는 아프리카」,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 - 세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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