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우울계를 아시나요?

#우울계하는 10대

우울계란 우울감을 공개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뜻합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긍정적 효과를 먼저 떠올렸어요. 우울감에 잠식되어 침잠하기보다는 외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행위 자체가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비슷한 마음상태에 있기에 더 많은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음으로써 치유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고요. 실제로 씨리얼에서 제작한 영상 ‘우울계하는 10대들’에 출연한 분 중에서도 이런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자기는 스물다섯인데 열여섯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고 너만큼은 조금 행복하게 해주고 죽고 싶다, 이 말을 듣고 그날 되게 많이 울고 조금 응어리가 풀어진다는 느낌. 그 댓글을 캡쳐해서 계속 봤어요 힘들 때마다.”

"그래도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조금이나마 안도가 돼요."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우울계가 확산되는 현상에도 명암이 있었습니다. 타인의 우울을 평가하거나,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울감이 증폭되거나, 성희롱 등의 범죄 상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네 우울은 8점, 네 우울은 3점 이런 느낌”

"다른 사람의 우울이 감염되고 그러면서 더 세상을 비하하게 되고" 

“만약 제가 너무 우울해서 오늘 옥상에 올라갈까 고민을 한다 얘기를 하면 너 가슴 몇 컵이야? 이렇게 물어봐요”

#우리 사회가 우울을 대하는 자세

예일대 정신과 나종호 교수님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고 하셨어요. 암과 같은 병으로 사망한 경우엔 ‘투병’했다고 하는데 정신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는 ‘선택’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고 유가족의 죄책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우울, 은둔, 고립을 향한 시각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자살을 외면하려는 자세가 반영된 신조어일지 모른다.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 나종호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중 -

#스스로 행복해질 방법을 처방하다

저는 노션에 ‘About myself’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쭈욱 써 내려가고 있어요. 레이첼 맥아담스, 유지태처럼 응원하고 있는 연예인부터, 진한 아메리카노에 버터 프레첼 먹기, 잔잔한 노래 들으면서 집안일하기, 실내 인테리어 사진 구경하기 등 아주 소소한 활동들까지 정말 다양해요.

나종호 교수님도 제일 중요한 게 자기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기분이 좋았던 날, 스트레스를 받았던 날 무엇을 했는지를 적어봄으로써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우울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올 때 행복해질 방법을 스스로에게 처방해 줄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 말씀을 듣고 보니 다행히 저는 스스로에게 꽤 괜찮은 의사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님도 우울계와 같은 채널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 마음의 방향키를 조금 돌려 스스로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기록해 보면 어떨까요? 그 기록이 쌓이면 전자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품 설명서를 먼저 찾아보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 빨간 불이 켜질 때 활용할 수 있는 내 마음 설명서가 되어줄 거예요.

언젠가 우리 마음은

글쓴이. 사단법인 공감인 오혜민 PM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내 안에서 툭, 튀어나올 때 있으신가요?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이 새어나온 경험 말이에요. 누군가와 싸울 때 나도 모르게 심한 말을 했을 수도 있고, 꼭 하고 싶어 맴돌던 말이 어느새 흘러나왔을 수도 있겠죠. 이전에는, 나쁜 쪽의 경험들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 말아야 했었던 말을 홧김에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그런데 공감인에서 치유활동을 하면서는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치유의 말들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했어요. "OO님에겐 정말 큰 힘이 있으시네요"라며 다른 사람의 심리적 자원을 찾아주거나, "방금 하신 말 정말 멋진데요!" 하고 그 사람의 어떤 조각을 빛내주는 일. ’치유활동가’라는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만나지 못했던 장면들이죠. '사람은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만 언어화할 수 있다'고 하는 제 편견이 그렇게 부수어져 갔습니다. 

공감인의 치유활동가 중에서는 고립이나 은둔 상태를 겪었던 청년들도 있습니다. 청년재단을 통해 2019년부터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들을 만나온 결과죠. 이 치유활동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들을 만납니다. 그렇게 '상처입은 치유자'로서, '치유활동가'로서 또 자신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고립·은둔 상태에 있든, 그렇지 않든 누구에게나, 언제나 치유가 필요한 일들은 존재합니다. 치유라는 말이 너무 무거운 개념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치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하나에, 진심 담긴 한 마디 말에, 혹은 언젠가의 반짝이던 기억 하나를 떠올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하죠. 우리의 마음은 때론 우리가 절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니까요.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이라니. 저는 그동안 ‘재미’라는 단어를 어렵게 생각했더라고요. 마치 행복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행복이라는 기준이 높거나 막연해 쉽사리 답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수준이라면 저도 직장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재미있는 순간들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각 맞춰 정리한 사무실 책상🪑, 맞은편에 앉은 동료와의 은밀한 눈빛 대화👀, 새로 주문해 본 다과가 생각보다 맛있었을 때 번쩍 뜨이는 눈🍭, 공들여 준비한 프로그램의 참여자가 보내온 감사 인사💌

“네 인생은 편집본, 내 삶은 원본”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우리는 타인의 편집본 인생을 기준으로 내 삶의 아기자기한 재미의 순간들을 간과했던 것은 아닐까요? 일할 때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내 삶을 치열하게 그리고 애정을 담아 들여다보며 나만의 재미를 차곡차곡 수집해나가는 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아도 괜찮아

"마음을 힘들게 하는 무수한 감정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도 괜찮아."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아." "그냥 다 괜찮아."

이번달 추천 노래는 가수 아이유가 '반복 재생해놓고 소리 줄여놓고 자면 잠이 오고, 작업이 안풀리거나 사람들이 보고 싶은 그런 밤. 그럴 때마다 듣는 노래' 라고 언급하기도 했던 힐링곡,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입니다. 중저음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편안한 멜로디는 가사의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요.

나를 힘들게 하는 다양한 순간들에 대해 모두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는 듯한 말들에 울컥, 하고 감정이 올라옵니다. 마음을 숨기는데에 익숙해져버려도, 앞만보고 달리다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도,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된 마음도 전부 괜찮다고 말해주죠. 그 어떤 좋고 슬픈 일들도 매일같이 뜨고 지는 태양과 달이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줄 것이고, 늘 같은 속도로 흐르는 시간이 결국 하나의 과거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하나도 괜찮지 않은 여러분의 어떤 날, 이 노래가 전하는 나지막한 위로가 여러분께 닿아 '그래도 별일은 아닌, 괜찮은 하루'였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마무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별이 그랬듯이 언제나 같은 자리 제 몫의 빛으로 환하게 비출 테니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괜찮아도

.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 깊게 상처 난 자리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언제나 그랬듯이 씻어내줄 테니 흐르듯 살아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도

.

- 디오 <괜찮아도 괜찮아>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