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이스라엘 '건국' 75년을 맞아, 팔레스타인 강탈과 저항의 역사를 살펴보며

** 2023년 5월 발행 **

<이달의 갈피> 구독자 여러분, 한 달 만에 다시 인사 드립니다. 😀

이번 호 <이달의 갈피>에는요~

1.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이스라엘 '건국' 75년을 맞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와 팔레스타인인들의 단호한 저항의 역사를 살펴보며, 팔레스타인 해방 전략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두 책을 소개합니다.

2. "이달의 독자 소감"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여성의 지위가 급격히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차별이 만연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는 책 《멈춰 선 여성해방》에 대한 독자들의 소감을 공유해 드립니다.

3. 올해는 책갈피 출판사가 창립한 후 첫 책을 발행한 지 30주년되는 해입니다.
"이달의 책갈피 이야기"에서는 책갈피의 첫 책 《소련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책갈피의 역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팔레스타인 강탈과 저항의 역사

* "이달의 큐레이션" 코너에서는 혼자서 또는 독서 모임에서 여럿이 함께 읽을 만한 책갈피의 책을 주제별로 추천해 드립니다.

5월 2일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카데르 아드난이 87일간의 옥중 단식투쟁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는 1999년 이래 12번이나 체포됐으며 도합 8년간 구금 생활을 했습니다. 별 혐의나 재판 절차도 없이 체포해 구금하는 것에 항의해 수차례 단식투쟁을 벌였고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그의 마지막 단식투쟁이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나자 수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4월 현재, 이스라엘에서 기소나 재판 없이 구금된 사람은 1016명으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으며 그중 압도 다수가 팔레스타인인입니다. 팔레스타인인의 집과 토지를 빼앗고 강탈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인은 벌써 100명이 넘습니다(5월 10일에도 이스라엘은 저항 세력의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 지구를 두 차례 폭격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사실들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에게 2종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를 살펴보고 시온주의자들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알아보려는 독자라면 《강탈국가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저항의 역사를 돌아보고 해방의 전략을 모색하려는 독자라면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책갈피 추천 책 01📕

《강탈국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

요즘 한국의 우익 시위에서 성조기, 태극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온주의자들이 하는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며 이스라엘 국가를 옹호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원래 주인이 없거나 계속 바뀌어 온 땅이다.”

“유대인은 홀로코스트를 당했으니 팔레스타인으로 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정당하게 돈을 주고 땅을 사들인 것뿐이다.”

“유엔이 유대인 땅과 아랍인 땅을 공평하게 나눠 따로 살게 해 주려 했지만 아랍인들이 거부했다.”

“이스라엘 국가는 성경에 근거한 것이다.” …

주인 없는 땅?


유대인 사회주의자 존 로즈가 쓴 이 책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를 살펴보며 위와 같은 주장들이 거짓임을 하나하나 속 시원히 밝혀냅니다.


예컨대, 시온주의 지도자들이 제2차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피해 고향을 떠난 유대인 난민들이 팔레스타인으로 향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려고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 정부들에게 유대인 난민을 받아 주지 말도록 설득한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한편,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미국 같은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을 편들고 지원하는 것을 단순히 유대인 세력의 로비 때문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이런 시각이 상황을 거꾸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동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통제하려고 이스라엘 국가 건설을 도왔고 지금도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이 책의 원서 부제는 “미국의 중동 경비견”입니다). 한국의 친미 우익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가를 옹호하는 것도 (유대인의 로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미국의 패권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강탈국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강탈의 역사
존 로즈 지음 | 이정구 옮김  |  184쪽 | 9,000

📕책갈피 추천 책 02📕

팔레스타인의 저항: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맞서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팔레스타인인들은 단지 강탈과 억압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좌절해 무력하게 눈물만 흘리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과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강탈하기 시작한 이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들에 맞선 위대한 투쟁을 거듭 벌였습니다.


1936년에는 영국의 식민 지배와 시온주의 운동에 맞서 거대한 파업이 벌어졌습니다.


1987년에는 이스라엘의 식민 정착촌 확대에 맞서 1차 인티파다(봉기)가 벌어졌고, 이어 2000년에는 전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스라엘의 강탈을 정당화하기만 한 ‘평화 프로세스’에 분노해 2차 인티파다가 분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용기 있고 단호한 저항이 여러 차례 벌어졌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적당히 영역을 나눠 살면서 서로의 국가와 영토를 존중하고 평화를 지키기로 약속하면 되는 것일까요? 서방 정부들을 설득해 이스라엘에 양보하라고 압력을 넣을 수는 없을까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만으로 해방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다른 아랍 국가(특히 미국·이스라엘과 대립하는 이란 같은 나라)의 정부들과 손잡아야 할까요?

마르크스주의자의 팔레스타인 해방 전략


이 책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이런 질문들에 답합니다.


이른바 ‘아랍 세계’라는 것이 계급적 차이와 제국주의에 대한 태도 때문에 하나의 동일한 집단이 아니라는 뼈아픈 현실을 알려 주는 반면, 오히려 아랍 지배자들과의 연대는 혼란과 배신만 낳을 뿐 아랍 노동계급과 연대하는 것이 더 현실적 방안임을 2011년 아랍 혁명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주장합니다(2011년 아랍 혁명을 불러일으킨 요인 하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수수방관하고 협조하는 자국 지배자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맞서 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필립 마플릿 지음 | 이정구 옮김  |  440쪽 | 20,000

멈춰 선 여성해방

: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직장에서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는 가사 노동과 육아에 시달리고, 일과 가사를 잘해 내면서도 예쁘고 섹시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이중, 삼중의 괴로움을 겪는 여성의 삶.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고되고 힘들까요?

이 책은 지난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 과정을 검토하면서 오늘날 여성이 처한 진짜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아직까지도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여성해방을 이루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남긴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진정한 여성해방을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미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남겨 주신 생생한 소감을 공유 드립니다.

비교적 쉬우면서도 오늘날 여성과 남성의 삶의 여러 측면들을 유물론적으로 분석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

— 최** 님

표지 그림과 제목이 절묘하다. ‘유리 천장’이 깨지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되긴 하겠지만 너무 힘겹고 위태로워 보인다. ‘멈춰 선 여성해방’은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까?

— 오** 님

여성 차별의 현실과 해방 전략을 잘 다룬 책.

— 3c**** 님

진영이 아니라 논리에 충실해서 가독성이 훌륭했다. 참정권이 단순히 권리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혁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관계를 설명해 줬다.

— A**y 님

멈춰 선 여성해방

: 150년간 여성과 남성의 삶에 일어난 변화와 여전한 차별

린지 저먼 지음 | 이장원 옮김  |  340쪽 | 17,000
책갈피의 첫 책 발행 30주년

1992년에 창립한 도서출판 책갈피는 1년 뒤인 1993년 3월 1일 첫 책을 발행습니다. 바로 《소련 국가자본주의》(토니 클리프 지음)인데요. 이 책이 나온 지 올해로 꼭 30년이 됐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소련과 동구권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사회라고 주장합니다. 소련이 붕괴하며 많은 좌파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혁명이라는 전망을 차츰 잃고 있던 터에 나온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소련이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면 도대체 사회주의는 무엇일까? 소련이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라는 관점은 마르크스의 주장과 양립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역사


《소련 국가자본주의》는 토니 클리프(본명 이가엘 글룩스타인, 1917~2000)가 쓴 책입니다. 원서 초판은 1948년에 나왔어요.


국제 좌파의 역사를 좀 아는 독자들은 1956년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두 개를 기억할 겁니다. 소련이 헝가리를 침공해 혁명을 분쇄하고 소련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가 전임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의 악행을 폭로한 사건을요. 두 사건은 서구에서 소련에 비판적인 사회주의자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는데, 《소련 국가자본주의》는 그보다 무려 8년 전에 나온 겁니다.


냉전이 고착된 상황에서 클리프는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국제사회주의라는 구호를 내놨습니다. 국제 노동계급에게는 미국도 소련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 구호는 냉전의 양 진영 중 한쪽을 편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센 시절에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이라는 마르크스주의의 정수를 보존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클리프가 이 책에서 개진한 국가자본주의론은 그 뒤로 여러 논쟁과 토론을 거치며 더 다듬어지고 발전했습니다. 1949년 민족 해방 혁명으로 탄생한 중국을 포함해, 쿠바나 북한 같은 사회를 분석하는 기본 틀로 확장됐죠.

한국에서 《소련 국가자본주의》는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로 지정돼 한동안 판매되지 못했습니다. 책갈피는 2011년에 소련 붕괴 20주년을 맞아 번역을 다듬고 부록을 교체추가해,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으로 다시 출판했습니다.


오늘날의 의미


요즘 신냉전얘기가 많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프레임을 주장하며, 가장 중요한 적수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동맹을 결집하려 합니다. 경제적·군사적 경쟁과 갈등이 심화하는 세계를 반영하는 일이죠.

그런 갈등 속에서 좌파들 측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권위주의보다는 낫지 않냐며 미국과 서방을 옹호하는 입장과 미국을 유일한 제국주의로 보며 중국과 러시아를 두둔하는 입장으로요.

그렇기 때문에 《소련 국가자본주의》는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
토니 클리프 지음 | 정성진 옮김 | 496쪽 | 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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