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딜리버리 vol.4
당신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2022. 7. 29. 

오늘 하루 당신이 머문 곳은 어디인가요? 물리적인 현실의 공간에서 혹은 소셜 네크워크 플랫폼에서도 당신이 남긴 발자취는 당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본캐가 아닌 부캐의 삶을 살아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존재를 지칭하는 이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정체성은 한 존재가 갖는 일관된 특성으로, 다른 존재의 특성과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통해 생성됩니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정체성은 그 자체가 공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한 국가와 사회, 문화는 각각의 정체성을 갖고 다른 존재와 상황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민들레와 '잡초', 음악과 ‘소음'을 분류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플라톤은 언어를 가진 자와 언어를 갖지 못한 자를 분류했으며, 19세기 유행한 골상학은 인간의 두개골로 인류를 분류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한 인간-정체성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또한 정체성은 그 존재가 위치하는 국지적 환경과 물리적 공간에서 생성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공간의 정체성은 지역을 만들고 문화로 발전됩니다. 한 존재를 넘어 사회와 문화, 지역 각각의 정체성들은 서로 교차하고 흐르며 미끄러지고 충돌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감각하고 경험하며 새로운 배치를 만들고 또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수한 정체성들의 겹침은 여러 종의 소리가 되어 굴절되고 변형되어 새로운 다양성을 만들어냅니다. 


"제자리에 있고 싶다면 끊임없이 뛰어야 해!"


루이스 캐럴의 소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입니다. 때문에 주인공은 끊임없이 달려야만 제자리를 겨우 유지할 수 있는데요. 이는 모든 물체가 각각의 독립적이고 고정 불변한 위치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고 영향을 미치며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진화의 과정에서 정체성은 어쩌면 '끊임없이 번역되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의 정체성은 어떠한가요? 지금 당신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c-lab 6.0 랩메이트 7월 활동

*c-lab의 연구 동반자, 랩메이트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c-lab 6.0 프로젝트 X 박관우

첫 프로젝트로 *c-lab 6.0의 문을 열었던 <클럽 리얼리티>의 최종 이벤트가 오늘부터 3일간 개최됩니다. 지난 5월 선발된 11명의 베타 테스터는 자신의 실제 정체성을 숨기고, 자신이 설정한 가상의 인물이 되어 <클럽 리얼리티>의 사전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이벤트에 방문하는 관객은 자신의 이름 대신, 무작위로 주어진 타인의 이름으로 대화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상상으로 만들어진 타인의 정체성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생성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사건은 정체성의 변이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아래 링크에서 바로 예약하세요!

*c-lab 6.0 프로젝트 X 조예은

*c-lab 6.0의 네 번째 프로젝트, 소설가 조예은의 『핑거팁 메모리』가 리서치 딜리버리에서 연재됩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고민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조예은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2019), 『칵테일 러브 좀비』(2020), 『스노볼 드라이브』(2021) 등의 이야기를 집필했습니다.


*c-lab 6.0에서 조예은은 공진화의 한 종류인 변태 공생Metabiosis을 주제로 죽은 자의 단면이 깃든 물질들과 공생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에서는 2부 「기계팔」이 공개됩니다. 완결까지 『핑거팁 메모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출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불평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극단적 혐오주의자는 아니기에 이들을 차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스스로를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차별은 복잡한 사회 구조에서 국적, 성별, 나이, 종교 등과 같은 단순한 범주로 사람들을 묶어 이해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정관념이 차별을 발생시키고, 범주를 구분하는 경계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는 변화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 A를 한국인이라는 범주에서는 '우리'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피부색이라는 범주에서는 우리와 다른 '그들'이라는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와 '그들'이라는 두 집단을 가르는 경계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이에 따라 '나'의 위치는 끊임없이 변화하지요.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기울어진 지면이라면 우리가 보는 풍경은 더 이상 평평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특권,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던 차별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문화다양성 캐릭터, 다양이

매년 5월 21일은 '대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입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문화다양성의 날’은 2002년 국제연합UN이 세계 인류가 당면한 문화의 획일화, 거대 자본과 소비문화에 의한 종속화에 대응해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재고하고 고양하기 위해 제정했습니다. 2014년부터 한국에서도 문화다양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문화다양성의 날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다양이'는 다양한 삶의 공존을 상징합니다. 예를 들어 핑크색 '여율이'는 정년퇴직해 바리스타로 제2의 삶을 보내는 노인, 노란색 '새로미'는 한국에 온 이슬람 소녀라는 설정으로 여러 인종과 종교인을 포함합니다. 그 외에도 장애를 가진 자율이(빨강), 10대 청소년 잼잼이(초록), 지역 문화(파랑)와 소수 문화(분홍)를 상징하는 씽씽이와 아름이가 있습니다. 


이 안에 포함되지 않은 색을 상상해봅니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의 삶을요.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연속된 색의 스펙트럼이고 그렇기에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삶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도 다르죠.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경계를 터놓고, 서로 물들이고 나와 다른 색을 내 안으로 가져옵니다. 나는 얼만큼의 색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것을 떠올리는 것에서부터 공존을 위한 삶이 시작됩니다.

도시의 이야기를 듣는, "리슨투더시티 Listen to the City"

40년이 넘게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지역정체성을 만들고 자리를 지켜온 '을지OB베어'가 얼마 전 문을 닫았다는 소식 혹시 들으셨나요? '백년가게'로도 선정된 이 곳이 결국, 강제 철거되었다고 하네요. 자연 생태계처럼 우리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도 하나의 생태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도시 생태계 역시 한번 파괴되면 복원이 어렵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무분별한 개발 등에 맞서 도시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리슨투더시티입니다.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할동해 온 리슨투더시티는 미술, 디자인, 건축, 도시공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해 사라져가는 주변부의 서사에 귀기울이고 행동하는 콜렉티브입니다. 이들은 강요된 질서 아래 밀려나는 생태계 하위층의 목소리를 조명하며, 서울투어, 내성천 활동, 도시영화제, 옥바라지 골목 보존 운동 등을 통해 도시 문제에 직접 개입해 도시 속 비가시화된 역사와 존재를 가시화해 나갑니다.


리슨투더시티 홈페이지 www.listentothecity.org

리슨투더시티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listentothecity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 2022


뉴욕에 새로운 인플루언서, 독일 상속녀 "애나 델비"가 나타났습니다. 호텔, 레스토랑, 명품 매장, 전용기까지! 애나의 SNS에는 날마다 호화로운 일상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말이죠…! 애나 델비는 '델비'가 아니라 '소로킨'이고, 독일에서 온 것은 맞지만 물려받을 막대한 유산은 없다고 하네요. 절반 정도의 진실과 거짓 사이의 교묘한 줄타기 위에 선 "애나"는 뉴욕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애나가 '델비'로서 관계 맺는 과정에서 돈, 식사, 쇼핑 등 물리적 매개체가 오가며 상상에 불과했던 거짓의 정체성에 실재가 덧입혀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애나의 이상적인 꿈에 협력하기도, 애나의 야망을 인질 삼아 착취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은밀한 적대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지요. 이 밖에도 여러 관계성이 공존하는 가운데 심리적, 물리적 영향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혔습니다. 결국 그녀의 배경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애나 델비'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되어 실체를 갖게 됩니다. 애나의 신원 데이터는 여전히 '소로킨'을 지시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의 흥행으로 그녀는 '애나 델비'로서 더 많은 관계를 맺게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애나의 정체성이 과연 본래의 자리였던 러시아 출신 이주민 '애나 소로킨'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 '애나 델비'가 수감 생활 중 그린 그림을 선보이며, 작가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답니다!

  이미지 출처 👀 

①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표지 이미지, 알라딘 홈페이지: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8747646
② 문화다양성 아카이브, 다양이 캐릭터, 공식 홈페이지: cda.or.kr/BI
③ 을지OB베어 간판 이미지, 리슨투더시티 페이스북 게시물(링크), 2021년 8월 21일 
④ <애나 만들기> 표지 이미지, 넷플릭스 홈페이지: www.netflix.com/kr/title/81008305

🍋 : 나의 미래는 너에게 달렸어!

🍎 : 나만의 다양이를 꾸며봅시다. 다양이 꾸미기, 다꾸!

🍯 : 오늘 아침의 나, 점심의 나, 저녁의 나가 다른 건 공진화의 영향이었어!?

🔊 : 을지면옥도 사라지고, 을지OB베어도 쫓겨나고, 골목도 사라지고…남는 건 오직 아파트?!?

👀 : 만약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면, 과연 나의 소울푸드가 떡볶이일까.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합니다. 저희와 함께 나누고 싶은 자료를 c.lab.coreana@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자료는 이후 발송될 리서치 딜리버리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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