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과 벚꽃과 라일락이 한꺼번에 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꽃이 차례차례 피어야 벌이 덜 굶을 텐데 말입니다. 화분을 외부에 내놓고 키우시는 구독자 분들, 밀원 식물을 심으시면 벌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벌이 꿀을 따듯 마티도 책을 땄습니다. 4월에 나온 두 권의 책 소식을 전합니다.
『마포주공아파트』는 이런 책입니다
순서대로 읽으시면 책의 핵심을 꿸 수 있어요!

한국 아파트 신화의 시작점, 60년대 최첨단 주택이었던 그곳”,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

반세기 전인 1970년에는 아파트의 비율이 0.77%였다. 대다수(95.3%)가 단독주택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정도로, 한국의 아파트 사랑은 각별하다. 왜 그런 걸까.

한국 주거사학자였던 고(故)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유작인 이 책을 통해 아파트 단지 신화의 시작점으로 마포주공아파트를 지목한다. 


“한국 아파트 신화의 태초에 ‘마포 주공아파트’ 있었다”, 『한국일보』, 손효숙 기자.

저자는 유작이 된 이번 책에서 권력 이데올로기 프로젝트로 시작된 마포아파트의 시작점부터 1992년 국내 최초 아파트 재건축 신화를 쓰고 퇴장할 때까지 연대기를 낱낱이 파헤쳤다. 전작[한국주택 유전자]에서 대한민국 주택사를 집대성한 그가 특정 아파트를 해부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파트 자체가 아닌 이 아파트가 잉태한 주거 규범이었다. 마포 주공에서 출발해 지난 60년간 변함없이 이어져 한국인의 세계관과 일상을 지배해온, 이른바 '마포 주공아파트 체제'다.


50년 만에 0.8→63%로 급증…K모던의 상징 '아파트’”, 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저자는 마포주공에 대해 "부족한 물적 토대를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넘어 만들어진 모더니티"라면서 "한국 모던의 독특한 특징을 마포주공이 담고 있다"고 말한다.


지극히 한국적인 ‘K-아파트’ 탄생기, ‘마포주공아파트’, 『경향신문』, 이혜인 기자

마포주공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주민공동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아파트 단지 울타리 안에 넣는 단지화 전략을 꾸준히 꾀한다. (...) 공원이나 놀이터 같은 여가와 편의시설은 입주자들이 갖추고 관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단지화된 아파트다.

저자는 “1인당 국민소득과 국가예산이 수십배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는 단지 내 모든 것을 입주자에게 부담시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나날이 심해지는 도시의 사유화와 계급화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K아파트 단지의 기원… 우리는 지금도 ‘마포주공’에 산다, 『조선일보』, 채민기 기자.

분양을 통한 개발도 마포아파트 이후 고착됐다. [...] 대단지나 분양 같은 방식은 오늘날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보편화됐다. 이 책은 그것이 아파트의 본질적 속성이 아니라 싸게, 많이, 빨리 짓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임을 보여준다.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62.95%(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라는 수치만큼 ‘어떤’ 아파트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마포아파트 체제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불가능한 걸까?”


“입주자 돈 털어가는 비극의 분양, 마포주공아파트가 시작했다”, 『한겨레』, 최원형 기자.

최초의 아파트단지였던 마포아파트는 1994년 다시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단지가 된다. 도시개발법, 주택건설촉진법 등 1980년대 잇따라 제·개정된 법률들이 ‘재건축의 시대’를 열었다. ‘케이 모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는 1980년 5000세대가 넘는 당시 최대의 아파트단지로 만들어진 둔촌주공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가 이 아파트단지의 40년 생애를 종합한 책이다. (...)

스승과 제자가 각각 쓴 이 두 책은 우리나라 근대 주거문화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주는 한편, ‘아파트 공화국’에 집약된 한국의 근대성이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도대체 한국인에게 집은 여태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


“아파트값이 정치·교육도 결정… 한국은 여전히 ‘마포주공 체제’”, 『문화일보』, 박동미 기자(with 이인규 선생님)

박 교수의 ‘아파트 보는 눈’을 물려받은 이 씨는 그 체제가 극대화한 풍경을 둔촌주공아파트 재개발 과정에서 발견한다. 그의 둔촌주공 연구서는 둔촌을 떠나 외부인의 시선을 장착한 후 쓴 것이지만, 그는 “둔촌으로도, 아파트로도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보통 사람의 집, 즉 주거사 연구로 한국 건축사의 공백을 메운 박 교수 역시 아파트를 공부하며, 아파트를 떠났다. 그러니까 두 사람 다 어떤 식으로든 ‘마포 체제’를 벗어난 셈이다.

『미술 사는 이야기』 편집자 코멘터리
🌱 죽순  
온 시리즈 6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유지원 미술 큐레이터의 『미술 사는 이야기는 글자 그대로 ‘미술 작품을 사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세 가지 질문이 뿅 떠오릅니다.

1) 어떤 작품일까?
2) 어디에서 사지?
3) 얼마일까?

3번 질문에는 취소선을 그어주세요. 왜냐면 이 책은 젊은 컬렉터들을 위한 투자 가이드가 전혀 아니니까요. 1번 질문의 답은 표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각각 앞뒤 표지에 쓰인 박아람 작가의 <굴리기>(2012)와 강정석 작가의 <rollcake editing process>는 저자의 소장품! 이런 작품은 대체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걸까요? 그 답은 부제에 있습니다. 바로 '신생공간'이죠.
신생공간은 말 그대로 ‘새로 태어난’ 미술공간이라는 뜻입니다. 1980년대에 태어나 미술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미국 발 금융위기로 얼어붙은 시장을 만난 창작자들이 스스로 전시 및 판매 공간을 열었습니다. 2010년대 서울은 이렇게 생겨난 신생공간들로 지도를 재편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해요. 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굿-즈>전은 신진 작가 80명/팀이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5,800여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다음은 없다고 선언하며 유일무이한 사건으로 남습니다.
저도 이 시절의 흥성흥성한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출판계에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열리고 독립서점들이 하나둘,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생겨나기 시작했죠. 디저트 페스티벌 <과자전>의 등장은 약간 충격이었고,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의 인기 또한 흥미롭게 지켜보았어요.
이러한 '문화 행사'들이 기대 감소 시대를 살아가는 MZ 세대의 많은 수가 ‘창작-자영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우울한 현실의 결과임을 압니다. 그러나 창작자들 사이의 느슨한 연대와 관람객들이 전하는 아낌없는 응원이 현생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유지원 작가님과 저는 다른 판에 있었지만 같은 기류를 타고 있음을 책을 편집하면서 곳곳에서 느꼈답니다.
『미술 사는 이야기』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입니다. 바짝 친 뒷머리처럼 밭은 여백의 긴장감, 졸졸하게 늘어선 각주와 덜렁 자리한 도판의 짜임새가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독자 여러분의 최애 페이지는 몇 쪽인지 알려주세요! 이 책은 오혜진 디자이너의 작업입니다.
온 시리즈에 ‘부록’이 있다는 것, 다들 아시죠? 
1권 『스페이스 (논)픽션』의 「코멘터리
2권 『도서관은 살아 있다』의 「도서관여행자의 서재」
3권 『작가 피정』의 「주워 모은 말들」
4권 『박물관 소풍』의 「김서울의 동선」
5권 『일인칭 가난』의 「복지 신청 바로가기」

6권 『미술 사는 이야기』의 부록은 「미술 사물 도감」입니다. 저자가 신생공간 전시를 다니며 모은 안내 리플릿, 엽서, 책자, 티켓, 스티커 등의 일부(빙산의 일각)를 공개합니다!
헤싱헤싱하다
촘촘하게 짜이지 아니하여서 헐겁고 허전한 느낌이 있다.

“얼굴은 좀 지나치게 긴 편이고 머리칼은 젊은 시절부터 이미 헤싱헤싱해지기 시작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 카」, 『여자 없는 남자들』, 문학동네, 2014
봄날의 정원이 아름다운 미/박물관

『박물관 소풍』 김서울 작가 추천!

추천 1. 호암미술관
요새 리움과 호암 연결하는 셔틀이 있어서 두 곳을 한번에 보기 좋다는 장점도 생겼고요. 미술관 주변에 전통정원을 따로 마련해서 운영하고 있어서 봄에 정원 구경하러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라는 꽃과 연결된 주제로 전시 중인데요, 불교/불교 미술 세계관 속 여성에게 집중하고 있어서 엄청 흥미로워 보여요. 저도 곧 방문할 예정이에요ㅎㅎ
➥ 편집자도 가야지, 가야지 마음먹고 있는 중!
다른 하나는 성북동에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인데요. 개인적으로 석조 문화재를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석조 문화재/유물은 주로 외부에 설치되기 때문에 계절이나 풍광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옛돌박물관은 석조 유물로 조성된 정원 코스를 둘러보며 성북동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풍광을 함께 즐기기에 좋습니다~ 사실상 성북동 꼭대기에 위치해 자차나 마을버스 이용하시는 게 좋아요. 관람 후에는 한국가구박물관, 길상사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내려오셔도 좋겠습니다!
➥ 김서울 작가님의 추천을 받고서 곧장 우리옛돌박물관에 다녀왔어요.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싸목싸목 걸어가다가 향신료를 듬뿍 넣은 카레로 유명한 '카레'에서 바질 민트 키마 카레를 먹고 한참을 등산하듯 걸어 우리옛돌박물관에 도착(입장료 3,000원). 뻥 뚫린 조망이 일품이었고, 아기자기한 동자석부터 거대한 마애불 사이를 찬찬히 걸으며 여러 번 심호흡을 했답니다. 좋다, 참 좋다 하면서요. 봄꽃들은 졌지만 연녹빛의 신엽으로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를 걸어보세요. 석상들의 가만한 미소처럼 차분해지실 거예요.
🟢 책방내심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북토크 
📍 일정: 2024년 4월 19일(금) 저녁 7시 30분 (약 1.5시간)
📍 장소: 책방내심 (경기도 시흥시 목감초등길 3 2층)
📍 인원: 10명 (선착순 마감)
📍 참가비: 5,000원
📍 신청하기
🟡 책방 79-1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독서모임 및 북토크 
* 책 읽기: 2024년 5월 9일(목) 저녁 7시 30분, 호전다실(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1길 16-2), 도서 각자 준비

* 북토크: 2024년 5월 23일(목), 저녁 7시 30분, 호전다실(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1길 16-2)

자세한 사항은 책방 79-1 인스타그램 공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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