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레터

독자님, 여름의 끝을 잡는 무더위 속에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이번 주 점선면Lite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애매한 지점을 톡 건드린 기사를 좋아해요.

점선면팀은 매일 걱정합니다. 내일 보낼 레터에 담을 뉴스를 골라야 하는데, 딱히 끌리는 기사가 없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뒤흔드는 큰 사건이 있을 때는 그 사건에서 파생된 다양한 사실과 맥락, 관점을 담은 뉴스가 쏟아져서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게 어렵지 않아요. 문제는 그런 줄기가 될만한 사건이 없어서 역시 거기에서 가지를 친 뉴스도 없을 때죠. 그럴 때 점선면팀은 전전긍긍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끙끙대다가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 평온한 세상에 무슨 일이 터지기만을 바라는 걸까?’ 그 일은 누군가의 슬픔, 불행, 파국일 수도 있는 데 말이에요. 지나치게 무던해지면 안 된다고 새삼 다짐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아무 일도 없게 하는 것, 그것 역시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칼럼을 준비했어요. 기사는 2분 분량입니다.

아, 그리고 점선면팀은 올 하반기 중 독자님을 모시는 오프라인 자리를 구상 중이에요👀 관련해서 독자님들의 생각을 여쭈고 싶습니다. 아래 [대화하기]까지 읽고 이어지는 단 한 개 질문에 답해주시면 점선면팀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는 이유는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은 빛이 나지 않지만, 빈틈이 생기면 '잼버리 사태'와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정부 최고위직 등 최종 책임자의 책무에는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도 들어간다. 이를 못하면 국민이 정부를 불신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정말 많이 씁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물음에 “응, 덕분에 별일 없어.”라고 답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깃거리로 넘어갈 수 있게 되죠. ‘무사하다’ 같은 말에는 아무 일도 없는 일상의 소중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비교적 그런 상태(무사한 일상)에 놓인 사람들이 뉴스의 주요 소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녕 무사하지 않은 비일상을 지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누군가의 비일상을 담은 뉴스가 눈에 쉽게 들어올까요? 남의 비일상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공감’을 끌어내거나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뉴스를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한 칼럼으로 돌아가면, 유정호 변호사는 그런 일상을 지키는 공권력, 행정력의 책무를 논합니다. 유 변호사의 말대로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 모두가 빛나거나 전면에서 주목받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뉴스가 그들에게 초점을 두지도 않죠. 뉴스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공직자는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수 역시 일상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독려하고,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띱니다. 말 그대로 “The Buck Stops Here!”를 실천해야 하죠. 윤석열 대통령이 이 말을 쓴 다음부터 공직사회에서 부쩍 자주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말만 많을 뿐,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는 좀 우려스럽습니다. '아무 일'도 없게 하는 데 실패할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난 다음에도 재발을 막는 데 필요한,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실종된 듯해요.

올여름 수해로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졌지만, 충북도에서 책임을 묻는 고위직 인사 조처는 사건 발생 51일 만인 지난 9월4일에야 나왔어요. 오송 참사 며칠 뒤 경북 예천에서는 하천에서 실종자를 찾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끝내 사망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맡아 수사하던 해병대 대령은 지휘부에게 책임을 묻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려다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없게 하는 데 실패한 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내가 현장에 갔어도 상황이 바뀔 건 없었다"는 말만 마치 유행어처럼 반복되고 있어요.

칼럼 속 "최종 책임자의 책상에 늘 거시적 문제, 후대의 업적으로 남길 사건만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에서는 너무 거시적이어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최근 이념 논란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회적 에너지가 비일상적 논쟁에 소진되는 사이, 우리 일상을 유지하는 일은 누군가 잘 챙기고 있을까요?

점선면팀은 올해 하반기 중 독자님을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요. 주중 저녁에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하지만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오프라인 모임에 모시고 싶어요. 그래서 점선면팀은 독자님께 여쭈기로 했어요.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면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좋을까요? 

평소 점선면팀(혹은 기자와 언론)에 궁금하셨던 점, 진지하든 소소하든 무엇이든 괜찮아요. 아래 버튼을 꾹 눌러 남겨주시면 참고해서 오프라인 모임날 이야기의 물꼬를 틀 준비를 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오프라인 모임 일시는 추후 확정해 알려드릴게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둘러싼 외압 논란에서 '윗선이 책임지지 않는 군의 전통'을 읽어내 지적한 칼럼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강직한 군인' 이미지를 얻었지만, 대형 사건사고에 정치적 책임을 진 적 없는 어느 군 고위직 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