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민족문제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는 책

** 2023년 6월 발행 **

<이달의 갈피> 구독자 여러분, 한 달 만에 다시 인사 드립니다. 😀

이번 호 <이달의 갈피>에는요~

1.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해법’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일본 정부 편을 들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항의 운동에서는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서인데요.
"이달의 큐레이션"에서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민족문제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는 책 《민족문제의 재등장》을 소개합니다.

2. 70년 전인 1953년 6월, 동독에서는 노동자들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이 반란을 시작으로 동유럽에서는 저항이 끊이지 않았고, 마침내 1989년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나 스탈린주의 정부들이 잇달아 무너졌고, 1991년에는 소련이 붕괴했습니다.
"이달의 역사와 책"에서는 1953년 동독 노동자들의 반란을 되새기며,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오늘날 왜 중요한지 분석하는 책 《1989년 동유럽 혁명과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를 추천합니다.

3. "이달의 짧은 소식"
1) 책갈피가 발행하는 마르크스주의 계간 잡지 《마르크스21》의 새 호 발행 소식을 전합니다. 
2) 곧 출간되는 책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후 운동 가이드》(가제)를 살짝 소개합니다~

마르크스주의와 민족문제

* "이달의 큐레이션" 코너에서는 혼자서 또는 독서 모임에서 여럿이 함께 읽을 만한 책갈피의 책을 주제별로 추천해 드립니다.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해법’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일본 정부 편을 들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강제 동원 ‘해법’ 합의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내팽개친 것이라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묵인은 기업들의 이윤과 각국 지배자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저버린 것입니다.


매주 열리는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서 이 문제들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민주노총도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섰습니다. 주요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도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책갈피 출판사는 이런 항의들을 적극 지지합니다.  

민족문제?

그런데 이런 항의 운동에서는 민족주의가 지배적 정서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행위를 “친일·친미 매국”이자 “굴종 외교”로 규정하고 “민족의 이익(국익)”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죠.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미·소 강대국에 의해 분단과 전쟁을 겪은 역사적 경험 탓에 우리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한국이 여전히 강대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민족 억압의 감정을 느끼는 것과 민족 억압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강대국에 종속돼 있고 주권이 없는 나라일까요?


이는 반제국주의 운동의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전략 문제와 관련돼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오늘은 민족문제를 깊이 다룬 마르크스주의 저작을 소개하겠습니다.

📕 책갈피 추천 책 📕

민족문제의 재등장

이 책의 지은이는 《민중의 세계사》로 유명한 크리스 하먼입니다.


하먼은 소련이 붕괴해 여러 민족국가로 갈가리 찢어지고 냉전 해체로 제국주의 질서가 재편되던 1992년에 민족문제가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책을 썼습니다.


하먼은 민족이 무엇이고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규명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흔히 거주지·언어·문화·생활양식의 차이로 민족을 정의하지만, 이런 시도는 곧 벽에 부딪힌다고 말합니다. 실제 역사적 현실과 좀처럼 들어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먼은 “실체로서의 민족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단일한 통치권에 충성을 표하며,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동질적 시민집단이라는 이상에 기초해 있는 근대 민족은 자본주의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최근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와 민족문제


그렇다면 민족적 단결이 아니라 “만국 노동자의 단결”을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민족문제에 초연해야 할까요? 마르크스·엥겔스·레닌·룩셈부르크 같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민족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요?


하먼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아일랜드 문제, 폴란드 문제,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식민지에서 벌어진 격렬한 민족해방운동을 겪으며 어떤 토론과 논쟁을 했고 어떤 전략을 발전시켰는지 보여 줍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부분을 읽으며 변증법적 사고와 실천이 무엇인지 그 정수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에릭 홉스봄, 베네딕트 앤더슨 같은 현대의 학자들이 발전시킨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크리스 하먼의 이 숨은 걸작을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민족문제의 재등장
크리스 하먼 지음 | 배일룡 옮김  |  175쪽 | 7,000
70년 전 6월, 동독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반란
[1953년 6월 17일, 동독의 철강 노동자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70년 전인 1953년 6월, 동독에서 노동자들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이 반란에 대해 당시 동독 정부는 서방이 사주한 “제국주의적 책동”이자 “파시스트의 음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반란의 진정한 원인은 실질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착취 강도가 강화돼 온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3월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 소련 관료층의 분열이 심화되고 대중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된 상황도 반란이 일어나게 된 주요한 배경이었습니다.

 

1953년 동독 노동자들의 반란은 동유럽의 스탈린주의 체제를 뒤흔들기 시작하는 출발이었습니다. 이 반란은 소련 군대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됐지만, 3년 뒤 폴란드와 헝가리의 노동자 혁명, 1968년 체코 ‘프라하의 봄’, 1980~1981년 폴란드 연대노조 운동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의 반란과 혁명을 잘 다룬 책으로는 크리스 하먼의 《동유럽에서의 계급투쟁》(갈무리, 1994)을 추천합니다.


결국 1989년 동유럽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나 스탈린주의 정부들이 잇달아 무너졌고, 마침내 1991년 소련이 붕괴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당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사회주의’ 사회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동유럽 혁명과 소련 붕괴에 대해, 친서방 진영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했고 자본주의만이 인류의 대안이라고 떠들어 댔습니다. 또, 친소련 진영이 모종의 ‘사회주의’ 체제라고 믿었던 전 세계 좌파들은 낙담하고 사기저하됐습니다.  

《민중의 세계사》의 저자로 유명한 혁명적 사회주의자 크리스 하먼은 《1989년 동유럽 혁명과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에서, 당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사회였고, 그래서 1989년 동유럽 혁명은 일 보 전진도 일 보 후퇴도 아닌 국가자본주의에서 다국적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옆 걸음일 뿐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북한이 존재하고 이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한국의 진보 진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독자들에게 《1989년 동유럽 혁명과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의 일독을 권합니다.
1989년 동유럽 혁명과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
크리스 하먼 지음 | 조정환 옮김  |  192쪽 | 6,500

1. 책갈피가 발행하는 계간 잡지 《마르크스21》 45호가 새로 나왔습니다.

《마르크스21》은 책갈피 출판사가 2010년부터 발행해 온 마르크스주의 계간 잡지입니다.


신간 45호(2023년 봄)에는 여섯 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 제국주의, 전쟁, 유라시아의 충돌 지대 _ 롭 퍼거슨


▷ 중국과 21세기의 제국주의 _ 애드리언 버드


▷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_ 주디 콕스


▷ 트로츠키주의 재평가하기 _ 던컨 핼러스


▷ 사회주의자를 위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개혁주의 비판 _ 존 해리슨

"7장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자본주의"


 《좌익 공산주의 유치증》 서평: 혁명적 인내심과 타협이 필요한 이유 _ 임준형

머리말에서 각 글의 소개를 보실 수 있습니다.  

2. 곧 출간됩니다!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후 운동 가이드(가제)|장호종 지음


프롤로그: 기후 위기, 에너지 위기, 난방비 폭탄


1장 정의로운 기후 해결은 무엇일까?

2장 화석연료와 자본주의의 질긴 인연

3장 기후 경고 하루 이틀 아닌데 왜 이 지경?

4장 신기술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5장 핵발전, 탈탄소 위해 미워도 다시 한 번?

6장 그린 뉴딜과 정의로운 전환

7장 노동계급은 기후 위기의 공범인가?

8장 기후 위기와 농축산업, 채식

9장 과잉인구가 문제? 탈성장이 대안?

10장 체제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없을까?


부록1 기후 위기 해결 가로막는 제국주의 경쟁

부록2 기후 운동이 추구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부록3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정치는 무엇인가?

✉️ 이번 달 <이달의 갈피>가 유익했다면,  링크를 복사해 친구에게 공유해 주세요! https://stib.ee/chu7
✉️ <이달의 갈피> 지난 호가 궁금하시면? 👉 지난 호 보러가기
✉️ 아직 <이달의 갈피>를 구독하지 않으셨다면! 👉 지금 바로 구독하기

이번 <이달의 갈피>를 읽고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소감을 남겨 주세요. 보내 주시는 소중한 의견을 바탕으로 더 알찬 뉴스레터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 사고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출판사

이메일: bookmarx@naver.com전화: 02)2265-6354팩스: 02)2265-6395
주소: 서울 성동구 무학봉15길 12 2층

책갈피 뉴스레터 구독을 신청하신 분에게 발송하고 있습니다.
수신 거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