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는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로 매우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추운 겨울에서 벗어나 봄을 알리는 따스함이 느껴지듯 생기가 넘칩니다. 채색 감각은 또 어떤가요. 소위 ‘블링 블링(Bling Bling)’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죠.

특히 <비너스의 탄생>은 좌우 대칭에 의한 안정된 구도, 원경의 수평선의 존재로 확인할 수 있는 선원근법의 구사, 이교인 그리스 신화의 소재, 누드화 등 여러모로 혁신적인 그림이다.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포함하여 그의 작품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인물들의 머릿결이 마치 라면사리처럼 꼬불꼬불하다는 점입니다. 보티첼리가 그린 인물의 곱슬 머리는 그의 시그니처로 여겨질 정도죠.

그는 머릿결을 왜 이렇게 그렸을까요? 그냥 당시 헤어 트렌드였을까요?

이 질문은 요즘 책을 읽고 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북클럽 모임에서 나온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사실 보티첼리의 그림은 그에 대한 아우라와 선입견을 모두 걷어내고 보면 어딘가 어색한 면이 많습니다. 우선 인체의 비율도 맞지 않죠. 배경에 있는 경물은 사실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연극 무대에서 사용할 법한 가짜 소품같습니다. 무엇보다 인체의 피부는 만지면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지 않고 차가운 도자기 표면처럼 보입니다.

보티첼리는 스스로 화법의 한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르네상스의 분위기가 팽배해져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호기심에 가득 찬 피렌체에서 그는 누구보다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다만 아직은 여러 지식의 한계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후배들인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라파엘로에 이르러서야 이를 해결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보티첼리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이게 바로 인물들의 꼬불꼬불한 머릿결입니다. 머릿결을 물결이 일듯 활기차게 함으로써 화면 전반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인물도 살아있는 인간처럼 보이게 한 겁니다.

변화와 혁신은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이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시도하는 사람에 의해 오나 봅니다.

얼마 전에 배우 손석구씨의 인터뷰가 화제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대개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싶다”고 답하는 데 이와 달리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신선했습니다.

학문과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그리고, 많이 만드는 가운데 명품이 나올 겁니다. 어느 순간, 불현듯 행운처럼 찾아오는 게 아니라 말이죠. 그래서 저는 어찌 보면 기계적이다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활동을 한 작가를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1.

[Book] 개항 후 100년간 비평문 138편으로 살피는 한국 현대미술사

1. 개항 이후 1990년대까지 100여 년 간의 미술비평문을 선별해 엮은 책  『비평으로 보는 한국 현대미술』이 출간됐다.

2. 한국 근현대 미술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인 비평문 총 138편으로, 원문을 보기 어려웠던 1950년대 이전 비평문들도 선별해 실었다.

3. 책은 개항 이후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시간대를 총 8장으로 나눴다.

4. 각 장은 해당 시기를 특징짓는 4∼6개 소주제로 다시 나누고 그에 맞는 비평문들을 실었다. 그리고 해당 시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들의 해설도 함께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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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News] 2월 3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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