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캔와’의 탄생
 
Newsletter Issue 77

25 June, 2021  1201 Subscribers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원제는 'Man’s Search for meaning(의미를 구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내게 생명의 불꽃이 언제든 강제로 꺼질 수 있는 생의 끝자락에서도 스스로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인간으로서 실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누가 뭐라든 내가 느끼기에 내 삶이 의미 있다면 삶은 가치있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동안 가을을 좋아했다. 이제는 여름도 좋아지려 한다. 특히 여름밤이 그렇다. 여름 대낮의 에너지는 아직 벅차다. 아마 40대가 되면 여름 대낮의 에너지도 좋아질 것 같다. 지금으로선 잔열이 여기 저기 남아있는 여름밤 에너지 정도가 딱 좋다. 상쾌하기도 하고.

이렇듯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좋아질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이 나에겐 꽤 의미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것만큼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 올해 여름 삶에 새로운 의미가 추가됐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캔와’의 탄생 [England/London]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夏のクラクション (여름의 클락션) by 垣潤一 (Inagaki Junichi)
3. Movie by 단편극장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4.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4/8회)
5. Event by season & work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캔와’의 탄생 [England/London]
바로 comber
지난 1년간 수차례의 록다운을 거쳐 단계적인 규제완화가 시작된 잉글랜드. 2021년 4월 12일부터는 음식점의 테라스석 영업이 가능해졌고, 5월 17일부터는 내부 홀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내에서의 모임을 피하는 경향은 계속 되어, 2020년부터, 공원 등에서의 피크닉이 각광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야외에서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캔 와인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특히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을 제품화한 영국 최초의 캔 와인 브랜드 <더 언커먼(The Uncommon)>이 화제다.
2018년, 지속가능한 농원을 실천하는 농원에서 재배된 포도 품종, ‘박카스’를 사용한 스파클링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는 피노누아와 피노·무니에를 혼합한 로제 이외에도,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스프릿처의 RTD(Ready To Drink)가 준비되어 있다. 스페인 유명 아티스트를 기용한, 스타일리시하고 키치한 패키지 디자인도 인기다.

경량으로 100%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고 있어 기존의 병에 비해 ‘탄소 발자국’이 적은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브랜드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헨리 코넬 씨는 “어떻게 환경에서도 부담 없이 상품화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했다.

콤버노트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담는 그릇을 바꾼 것이다. 이 사례에 비추어 보면, 와인을 파는데 담는 그릇이 ‘캔맥의 캔’인 것이다. 그래서 ‘캔와’가 되었다. 이런식으로 내용은 그대로인데 담는 그릇만 바꾸어서 재밌어질 만한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夏のクラクション (여름의 클락션)
by 垣潤一 (Inagaki Junichi)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비가 왔다가 해가 떴다가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게다가 요즘 내 정신머리도 오락가락하는데, 최근 주요 식량인 돼지 앞다리살을 냄비에 넣고 불 위에 올려놓고 외출을 해버렸다. 집에 돌아오니 탄냄새가 진동. 그나마 가스렌지가 안전장치가 있어 자동으로 꺼진 듯했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대신에 탄내가 진동을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청소를 해도 가시질 않는다.

요즘 하고 있는 일이 그렇다. 너무 여러가지의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중인데, 멀티태스킹을 잘 못하고 나를 매니징 하는 것이 잘 안된다. 그럴수록 스케쥴을 잘 짜고 그것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나라는 인간은 그게 잘 안된다. 결국은 일을 그르치는 가 싶다가도, 결국은 어찌저찌 수습해 나가는 내 모습을 보면 참 이렇게 오락가락한 인간도 없구나 싶다. 결국은 이렇게 탄내가 난다. 언제쯤 이 탄내가 없어질 지 다행히 여름 밤이 선선해 창문을 열고 잔다.

본격 여름을 주제로 한 시티팝 시리즈 다섯 번째 곡. 제목부터 여름의 클락션되시겠다. 분위기는 아주 청량하지만은 않은 그런 곡이다. 록 기반의 발라드 곡인데, 요즘 밤날씨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다. 겹겹이 쌓인 코러스에 일렉기타 사운드가 기가 막힌다. ‘여름도 끝났어.’라고 말하면서 일순 모든 소리를 멈추는 세션 구성에 살짝 감동했달까.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준이치는 53년생 칠순을 앞둔 할아부지다. 중학교 시절부터 드럼을 치며 이어져 온 밴드 생활을 20대 후반까지 계속 하면서 커리어를 유지하다가 82년에 슈퍼 팝 보컬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음반기획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데뷔했다.

첫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832집 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 94년까지 일본의 대중음악 앨범 판매순위의 순위권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이번에 소개한 <夏のクラクション>83년 발표한 2‘J.I.’에 수록된 곡으로 꽤 큰 인기를 끌며 지금의 준이치를 만들었다
 
+준이치 2집 전곡. 꽤 기분 좋은 곡들로 가득하다.

season & work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감독  Will McCormack, Michael GOVIER
출연  Andy Rodoreda, Alison Gallagher
개봉  2020
러닝타임  13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에이비의 감상 노트
나는 개인적으로 힘들고 지치거나 상처 받았을 때, <Manchester by the Sea> 라는 영화를 본다. 이 영화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치유될 수 없고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슬픔도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이러한 내용의 영화가 밝고 파이팅 넘치게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이겨낼 수 있다고 외치는 것보다 훨씬 큰 위로를 준다. 지금 내가 이야기할 이 단편 영화도 그런 영화이다.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하지만 반대로 자식 잃은 부모를 가리키는 말은 차마 비참해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이 작품은 미국 학교 총기 사고로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담고 있다. 그런데 나는 보면서 세월호 비극이 많이 생각이 났다. 마지막에 문자 메시지가 너무나 오버랩이 되어서 그럴까? 아니면 최근에 세월호 관련해서 단편 영화를 제작해서 그럴까? 유난히 부모가 자식들을 막아서는 모습이 너무나 슬프게 느껴졌다. 그 돌이킬 수 없는 미련과 아쉬움과 미안함과 슬픔들. 세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수 없겠지. 남겨진 부모의 공허한 시간도 끝없이 길기만 하겠지.

나는 개인적으로 삶은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100개 중 99개가 참담한 슬픔이라도 1개의 기쁨으로 버티는 것이 삶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 살아가며 겪는 크고 작은 고통은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결국 회복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삶에 지친 우리들을 그냥 조심스레 쓰다듬어 줄 뿐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토이스토리4”의 각본을 맡았던 Will McCormack과 미국 드라마 유진에 주연으로 출연한 Michael GOVIER, 그리고 한국인 애니메이터 노영란이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2020년 제 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2021년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네덜란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아빠와 딸에서 영감을 받았고 총기 규제를 외치는 비영리단체 <Every town for Gun Safety(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와 함께 일을 한 것이 이 애니메이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다만, 한국인 애니메이터 노영란의 그림체가 인물을 동양적으로 묘사하여서 그런지 해당 영화가 Netflex에 공개되었을 때 나처럼 세월호를 떠올린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SNS에서는 영화를 본 직후의 자신의 반응을 공개하는 챌린지가 #IfAnythingHappensILoveYou 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에이비

 

카페, 커피그림
4/8회

6월 29일 - 상민

장마가 시작됐다. 저녁이 되자 상민은 간단하게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장맛비가 잠시 멈춰있었다. 공기에는 물내가 가득했다. 상민은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 페달을 밟았다. 아직 여름이 성숙해지지 않아서일까, 상민이 페달을 밟자 습한 날씨임에도 이내 시원해졌다. 자전거는 제민천을 따라 달렸다.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 따라 들어선 작은 건물들은 억지로 커 보이려 하지 않았다. 화려해 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다 상민은 한 카페를 만났다. 크림색으로 된 벽에 하얀색 간판이 달려있는 카페였다. [커피그림]. 상민은 카페에 들어섰다. 자전거를 탄 탓인지 몸에 열기가 돌았다. 상민은 차가운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창가에 앉은 상민은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낯설었다. 유리창이란 보호막 안에서 바라보니 밖이 덥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옷차림, 비를 머금은 무거운 구름, 여름 공기의 색감과 늦은 저녁이라는 시간대가 어우러지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계절의 순간처럼 느껴졌다.

카페 주인이 상민이 앉은 테이블로 아이스 카페라테를 가져다주었다. 상민은 그제야 카페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카페 안에는 다양한 작은 그림들이 있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상민은 좋고, 나쁘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렸단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카페 주인은 여자였다. 고양이도 있었다. 고양이는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카페라는 작은 공간 속에 주인과 상민 그리고 고양이만 있었다. 사람은 둘뿐이었다. 자연스레 상민은 주인에게 관심이 갔지만, 그녀의 얼굴이 많이 지쳐 보여서 자세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상민은 숙소에서 공책과 노트북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4회 끝. 5회 계속)

최현승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FEEDBACK : 이번 뉴스레터는
제철과일 season &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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