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93 〈세 건축가와의 기묘한 대화〉

나만의 작은 우주에서

님, 드디어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찬바람 속에서도 어김없이 새 계절의 내음이 은근하게 느껴져 미소가 나왔습니다. 님은 어디에서 봄을 맞이했나요? 어라운드는 신간 93호  작업실에서(In Workroom)를 통해 머무는 이의 생활 방식과 취향이 담긴 공간, 쓰는 이의 마음가짐이 빚어낸 무언가를 살펴보았습니다. 매 순간 화려한 장면 대신 소소한 지난날이 남아 흐르는 작업실을 둘러보며, 나만의 공간이 선물하는 ‘오롯함’의 감각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도모할 수 있는 작은 우주에서, 여러분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또 새 계절에는 어떤 우주를 꾸리고 싶은가요? 다양한 표정과 이야기가 흐르는 작업실을 만난 《AROUND》 93호, 그중 하나를 이번 뉴스레터에서 들려드립니다. 건축가 윤한진과 한승재, 한양규가 이끄는 푸하하하프렌즈 작업실의 문을 함께 열어볼까요?

2.8.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AROUND Vol.93 작업실에서(In Workroom)

세 건축가와의 기묘한 대화〉 푸하하하프렌즈―건축가


2.22.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3.7.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세 건축가와의 기묘한 대화

푸하하하프렌즈―건축가

2015년 《AROUND》 30호에서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당탕탕 세 친구의 정신없고 유쾌한 토크박스 한 판이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기획이었다. 8년이 지난 현재, 건축가 윤한진과 한승재와 한양규,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늙었을까? 흐느적거릴까? 아니면 여전히 반짝이는 열정으로 소란스러울까?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푸하하하프렌즈의 아지트를 찾았다.


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Hae Ran


답이 없는 것에서 길을 찾는 일, 셋은 예술가와 엔지니어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양규 다들 머뭇거리는 거 보니까 어려운 질문이에요.

한진 실제로 제가 고민하는 부분인데, 어떤 경우에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보다 과학자가 작품을 설명할 때 더 예술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경계를 만든다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둘 다 아닌 거 같은데, 한 번도 저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엔지니어로는 되게 부족하거든요.

승재 제 생각에 예술은 태도예요.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예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으니까 실제로도 예술가라는 카테고리는 의미가 없어 보여요. 엔지니어, 예술가, 건축가 모두 작업자니까 그냥 저는 작업자에 가깝다고 대답할게요.

 

지금 세 분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요?

승재 셋이 아이디어를 같이 내서 비빔밥처럼 작업하는 건 없고요. 한 명이 밥을 다 지어놓으면 다른 한 명이 김밥 말고 또 나머지가 간장을 만드는 식이에요. 오래전에 흙담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해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방식을 바꿨어요.

 

메인과 서포트가 분리되어 있다면 서로 완력을 사용하는 일은 없겠네요?

양규 서로 다른데 같아지려고 노력했다면 오래 못 갔을거예요.

한진 그렇지만 양규는 우리를 많이 때려요.

양규 힘은 승재가 제일 세요.

승재 어릴 때부터 장사였어요. 통뼈였거든요.

 

그래요. 한통뼈 씨 얘기를 해보자면, 예전에 직장 상사한테 나이브하다Naive는 얘기를 들었다고요. 작업적으로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승재 초기에는 그랬어요. 사람들이 계단 같은 공간에 둘러앉으면 얼마나 좋을까? 계단 같은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시작한 것이 옹느세자메 프로젝트였거든요. 어떤 장난 같은 상상을 건축으로 만드는 걸 나이브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건축하는 게 재미있긴 해요.

 

장난처럼 시작했다지만 실제로 구현했잖아요. 상상이 현실이 된 이상 나이브한 게 아니지 않아요?

승재 그렇지만 모든 문제를 그렇게 접근하면 안 돼요. 광화문광장처럼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이런 나이브함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승재 씨는 독창적인 건축 외에도 어떤 캐릭터를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본인을 포함해서 세 건축가의 특징을 말해주세요.

승재 양규는 아까 말한 것처럼 시골 인심이고, 한진이는 꽃나무예요. 작업적으로 작고 가녀리고 소중한, 뾰족뾰족한, 그런데 제가 지금 뭔 얘기를 하는 건가요? 아무튼 저는 섬세한 건축가예요.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복잡하게 생각해요.

한진 승재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양규 ···.


각자 추구하는 방향과 작업 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요?

양규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요. 저는 건축의 큰 틀을 만드는 것이나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재미를 느껴요. 그곳에 살아가며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는 거죠.

한진 저는 직관의 힘을 믿어요. 프로젝트를 하다가 불현듯 지나가는 생각을 딱 붙잡으려고 노력해요. 한 번 띡띡, 잡히면 그다음부터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불순물이 생기면 걸러내고 무언가 추가되면 처음 의도에서 벗어났는지 체크하고, 끝까지 의심하는 스타일이에요.

승재 저도 한진이랑 비슷하게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에요. 다만 직관의 소스가 동시대성에 있어요. 문화적 컨텍스트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카페를 예로 들자면, 사람들이 휴식하는 공간이니까 이렇게 만들어야 해.라는 식으로 논리화하는 게 아니고, 이 시대의 카페 문화를 직관화하는 데 흥미를 느껴요.

고유성이 존재하는 작업

하나의 이름으로 일하지만, 그들의 작업물이 한 사람의 표정으로만 읽히지는 않습니다. 추구하는 작업 방향과 스타일이 다르기에, 세 건축가의 개성을 한데 버무리기보다 오롯이 존재하도록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았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속 한승재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한 명이 밥을 다 지어놓으면 다른 한 명이 김밥 말고 또 나머지가 간장을 만드는 식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라는 사훈이 걸린 푸하하하프렌즈 작업실에서 탄생한 공간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명주

틈으로 상상을 부르는,

어라운드 사옥

연남동과 연희동의 경계에 자리한 경의중앙선 철길 주변 동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삐쭉 솟은 삼각형 건물이 보입니다. 엇나가게 쌓인 층과 층이 만드는 틈이 눈에 띄는 이곳은 어라운드 사옥이에요.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윤한진은 지나치기 쉬웠을 빈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기하학적 영역을 만들어 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만들었다고 하죠. 덕분에 골목마다 고개를 내민 건물의 표정이 다채롭습니다. 좁은 대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삼각형 건물을 세워 주차 공간과 지하 채광을 획득했고, 흙을 구워 만든 타일을 써 어라운드와 닮은 따스함을 채웠다고 하죠. 필연적인 방식으로 설계했는데 결과물은 신이 점지한 듯 우연이 존재했다는 어라운드 인터뷰 속 윤한진의 멘트를 덧붙여 두어요. 푸하하하프렌즈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하고 유쾌한 작업 후기를 들어보세요.

AROUND Playlist 11 ― Vol.93 작업실에서(In Workroom)

 

여러분 곁에 도착한 93호와 함께 열한 번째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합니다. 깊은 몰입이 필요한 작업 시간에는 나에게 꼭 맞는 공간과 편안하게 녹아드는 음악이 중요하죠. 이번 플레이리스트에는 안온함에 귀 기울인 작업실이라는 주제 아래 어라운드 사람들이 작업 중 즐겨 듣는 음악을 골라 넣었습니다. 지금 바로 유튜브스포티파이를 통해 감상해 보세요.

AROUND 이야기, 어떻게 만나고 있나요?

 

어라운드의 이야기를 종이에서, 전자 기기에서 꾸준히 찾아주시는 여러분께 물음표를 띄웁니다. 어떤 계기로 우리와 연이 닿았는지, 그동안 다양한 채널로 전한 어라운드 소식을 어디에서 만났고, 또 어떤 마음으로 반겨주셨는지 들려주세요. 바라는 점이나 조언, 작은 응원 등 시간을 내어 써주신 모든 마음을 감사히 받아 귀기울일게요. 응답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선물도 마련해두었으니, 아래 버튼을 눌러 구독자 설문에 참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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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명절인 설을 앞둔 목요일입니다. 정을 나누고픈 얼굴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풍성한 시간을 계획하실 텐데요. 연이은 휴일 속, 만연한 기쁨을 누리시길 바라며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2월의 중턱을 넘어서는 어라운드 식구들의 취향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픈 이야기를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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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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