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는 것에서 길을 찾는 일, 셋은 예술가와 엔지니어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양규 다들 머뭇거리는 거 보니까 어려운 질문이에요.
한진 실제로 제가 고민하는 부분인데, 어떤 경우에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보다 과학자가 작품을 설명할 때 더 예술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경계를 만든다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둘 다 아닌 거 같은데, 한 번도 저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엔지니어로는 되게 부족하거든요.
승재 제 생각에 예술은 태도예요.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예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으니까 실제로도 예술가라는 카테고리는 의미가 없어 보여요. 엔지니어, 예술가, 건축가 모두 작업자니까 그냥 저는 작업자에 가깝다고 대답할게요.
지금 세 분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요?
승재 셋이 아이디어를 같이 내서 비빔밥처럼 작업하는 건 없고요. 한 명이 밥을 다 지어놓으면 다른 한 명이 김밥 말고 또 나머지가 간장을 만드는 식이에요. 오래전에 ‘흙담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해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방식을 바꿨어요.
메인과 서포트가 분리되어 있다면 서로 완력을 사용하는 일은 없겠네요?
양규 서로 다른데 같아지려고 노력했다면 오래 못 갔을거예요.
한진 그렇지만 양규는 우리를 많이 때려요.
양규 힘은 승재가 제일 세요.
승재 어릴 때부터 장사였어요. 통뼈였거든요.
그래요. 한통뼈 씨 얘기를 해보자면, 예전에 직장 상사한테 “나이브하다Naive”는 얘기를 들었다고요. 작업적으로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승재 초기에는 그랬어요. ‘사람들이 계단 같은 공간에 둘러앉으면 얼마나 좋을까? 계단 같은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시작한 것이 ‘옹느세자메 프로젝트’였거든요. 어떤 장난 같은 상상을 건축으로 만드는 걸 나이브하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건축하는 게 재미있긴 해요.
장난처럼 시작했다지만 실제로 구현했잖아요. 상상이 현실이 된 이상 나이브한 게 아니지 않아요?
승재 그렇지만 모든 문제를 그렇게 접근하면 안 돼요. 광화문광장처럼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이런 나이브함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승재 씨는 독창적인 건축 외에도 어떤 캐릭터를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본인을 포함해서 세 건축가의 특징을 말해주세요.
승재 양규는 아까 말한 것처럼 ‘시골 인심’이고, 한진이는 ‘꽃나무’예요. 작업적으로 작고 가녀리고 소중한, 뾰족뾰족한, 그런데 제가 지금 뭔 얘기를 하는 건가요? 아무튼 저는 섬세한 건축가예요.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복잡하게 생각해요.
한진 승재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양규 ···.
각자 추구하는 방향과 작업 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요?
양규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요. 저는 건축의 큰 틀을 만드는 것이나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재미를 느껴요. 그곳에 살아가며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는 거죠.
한진 저는 직관의 힘을 믿어요. 프로젝트를 하다가 불현듯 지나가는 생각을 딱 붙잡으려고 노력해요. 한 번 ‘띡띡’, 잡히면 그다음부터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요. 불순물이 생기면 걸러내고 무언가 추가되면 처음 의도에서 벗어났는지 체크하고, 끝까지 의심하는 스타일이에요.
승재 저도 한진이랑 비슷하게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에요. 다만 직관의 소스가 동시대성에 있어요. 문화적 컨텍스트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카페를 예로 들자면, ‘사람들이 휴식하는 공간이니까 이렇게 만들어야 해.’라는 식으로 논리화하는 게 아니고, 이 시대의 카페 문화를 직관화하는 데 흥미를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