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이 넘으신 어른들이 쓴 시를 모은 시집 『일흔 살 1학년』에는 소박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들이 가득해요. 요즘에야 초등학교 입학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옛 어르신들 중에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배움의 때를 놓친 분들이 많은데요. 전국 곳곳의 문예교실에서 열정을 불태우며 한글을 익히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배움의 기쁨과 삶의 애환을 시로 멋지게 풀어내신 거예요.

시집에는 학교 대신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해야 했던 설움, 글을 몰라 노래방에서도 친구들 가방만 지키고 있어야 했던 아픔, 전쟁 나간 남편에게 편지 대신 김 세 장씩을 넣어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 가슴 아픈 추억들이 많지만, 어르신들은 한탄이나 후회의 감정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아요. 슬픔은 위트로 이내 풀어 버리고, 글을 배우고 난 ‘지금의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현재를 누리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 좋은 걸 평생 몰랐으면 어쩔 뻔했어?’ 하며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시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느껴졌어요. 배움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쁨. 더 배우고 싶은 욕심. 나만의 책가방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선생님이 생긴 충만함. 간판과 각종 문서 앞에서 당당해진 마음…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려 하다가도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고 주저했던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되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은 언제나 “즐겁고 황홀한 첫 경험(김양순 「첫 경험」, 126면)”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배움을 통해 다시 청년이 된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반짝반짝 눈부신 청춘이 보였어요✨

”거참! 안과도 안 갔는데 눈이 밝아졌어. 이제 간판도 보인당께.“ 전국의 성인 문해교실에서 출품한 시화전 수상작 중 다시 100편을 가려 뽑은 시집이에요. 7,000년의 세월을 담은 인생 시를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