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좋아한다고 하면 차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 많죠. 덕분에 평소 제가 먹어보지 못한 신박한 차를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인삿말을 쓰면서 마시고 있는 차는 선배에게 선물 받은 소나무 차인데요. 소나무 잎이 아니라 나무 몸통(!)으로 만든 송림도향의 황장목 심재 침출차에요.

나무 가장 안쪽의 '심재' 부분을 대패로 얇게 저며서(톱밥st...😂) 순면 티백에 담았더라고요. 비주얼은 생소하지만 막상 우려보니 은은한 소나무향이 상쾌하게 느껴져 두 잔째 벌컥대며 마시고 있어요. 도저히 생각 못한 재료로도 차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언제나 신기해요. 팽주님은 어떤 독특한 차를 만나봤나요?

1994년,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부부는 인천 부평에 떡집을 엽니다. 그리고 같은 해, 이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태어나죠. 이 아이는 자라서...! 네 그렇습니다. 바로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공간인 1994서울을 열게 되는데요!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1994서울. 섬세한 전통 디저트를 차 그리고 각종 음료와 함께 페어링해 코스로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원래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던 사장님은 이 가게를 위해 무려 5년 동안 병과를 배우고 서촌에 위치한 다심헌에 다니면서 다도까지 섭렵하셨대요. 오픈한지 그리 오래된 가게는 아니지만, 놓여있는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많은 준비가 되어있다'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럼 1994서울에서 즐기고 온 전통 디저트 코스 본격적으로 소개해드릴게요.

1994서울은 2개월 주기로 한식 디저트와 차를 곁들인 디저트 코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비록 몇달 전(...) 메뉴라서 이제는 맛볼 수 없지만 제가 다녀온 오뉴월 코스를 소개해드리면, 먼저 시원하고 달콤한 참외 쥬시를 웰컴 드링크로 시작해 백목단과 감자뭉생이 그리고 박하향이 나는 솔잣을 먹고 보성 쑥차에 개성 우메기를 맛봤어요. 이어 고차수 보이생차가 나오고 여름경단과 찹쌀약과, 유자 주머니로 마무리!

1994서울의 메뉴는 익숙한듯 하면서도 '한끝'이 있다고 느껴졌는데요. 예를들어 위 사진 속 가운데 납작한 디저트는 바로 개성 우메기. 개성 주악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요. 우리가 알고있는 오동통한 개성 주악은 사실 현대화된 버전이고, 원래는 저렇게 납작한 모양이 원형에 더 가깝다고. 익숙한 개성 주악의 재발견이었죠.

아래 사진에서 왼쪽, 크림 스프처럼 보이는 디저트는 1994서울의 여름 경단이에요. 곱게 간 콩국에 말차 경단을 띄웠어요. 경단이라고 해서 그냥 떡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한참 뛰어 넘는 메뉴였고요. 오이지가 곁들여 나온 것도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무려 1년 전에 만들어두셨다는 유자 주머니! 전통적인 방식으로 석이 버섯을 넣어 만들어 속이 거뭇거뭇한게 특징이에요. 요즘엔 주로 생밤과 대추, 과일만을 넣어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비주얼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메뉴마다 오랜 준비와 고민이 있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어제(14일)부터 처서 시즌 메뉴가 시작됐는데요. 국화차와 은행단자, 매작과 그리고 하동황차와 삼색무리, 조개송편, 율란 금호전홍과 토란병, 찹쌀약과, 오미자배화채...(헉헉)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고! 예약제 코스는 1인당 8만원(변동)이에요.

위 사진들은 1994서울의 시그니처인 찹쌀약과 포장인데요. 섬세한 전통 디저트를 내놓는 가게에서 이렇게 강렬한 색감과 타이포를 활용해 패키지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진짜... 초콜릿 상자 같지 않나요? 약과 포장은 소량일 경우 매장에서 바로 구매 가능하고 대량은 미리 주문하는 것이 좋아요. 가격은 7구에 2만원.

시즌별로 구성이 달라지는 '계절의 병과 선물세트'도 있어요. 대추단자, 매작과, 개성우메기, 찹쌀약과 등으로 구성해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해준다고. 이건 반드시 예약이 필요해요.

자, 이렇게 1994서울 다녀온 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봈는데 어떠셨나요! 레터를 쓰면서 다시금 느끼지만 앞으로 1994서울에서 또 어떤 새로운 K 달다구리를 보여줄지 증맬 기대됩니다. 여러분... 쫌만 참으면 이제... 토요일입니다! 오늘의 더티레와 함께 모두 달달한 주말 보내세요!😉

◼️ 술은 못 마시지만 술은 마시고 싶어...?
우리 팽주님들은 마시는 건 대부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소개해드리는 소식. 마켓노드라는 논알콜 음료 플랫폼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팝업을 열었더라고요! 맥주, 와인, 칵테일까지 20여 개 논알콜, 무알콜을 시음할 수 있어요. 17일까지, 서울 연희로 넌컨템포에서. 논알콜이지만 성인인증은 필요하니 신분증 지참하세요.

◼️ 단면까지 예뻐버리는 말차 케이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로렌스 위너'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이 전시 기간 오설록 티하우스 용산파크점에서만 판매하는 말차 케이크가 참 예쁘더라고요. 로렌스 위너의 <Under The sun>이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한 케이크인데요. 컬러나 단면도 예쁘지만 빨간색으로 적힌 Under The sun 글씨가 단연 눈을 끄네요.

◼️ 큐빅티? 드셔보신 팽주님 있나요

인사동 차공예박람회에 갔다가 신기한 제품을 발견했어요. 쪼그만한 고체 카레 같이 생겼는데 그대로 물(찬물도 OK)에 퐁당 넣으면 차가 우러나는 큐빅티. 이런 제품도 나오는구나... 신박하여 소개드립니다. 혹시 도전해보신 팽주님 계시면 후기 냄겨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