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봉현읽기> 👩‍💻 연말 정산


040. 2021/12/30 목요

안녕하세요, 00님!

어때요? 잠은 잘 자고, 밥은 잘 먹고 있나요?
보통의 인사가 오히려 어색한 연말 시즌이네요.

2021년이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00님의 2021년은 어땠나요?

저는 올 한해 정말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아요.
 
2권의 엔솔로지에 참여했고, 
8개의 책 표지 일러스트를 그렸으며, 
총 26개의 외주 일을 했습니다.

개인 작업으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거나
100장의 '오늘의 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림 그리고 글을 쓴,
프리랜서 8년차 중에 가장 바쁜 해였어요.



그만큼 보람찼고 뿌듯한 성취가 물론 기쁘지만,
 업무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마음은 달랐어요.
모두가 그렇듯 우리 참 잔인한 시절을 보내고 있잖아요.
저 또한 그 어떤 해보다 
힘겹고 어려운 마음이 자주 있었고
극단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글을 썼어요.

그러다 보니 4월 19일부터 8개월 동안 
<봉현읽기>를 통해 오늘까지
총 40개의 레터를 썼습니다.

300명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약 1000명이 봐주시고,
정말 많은 안부와 답장을 받으면서
오히려 제가 위로받고, 힘을 내면서
계속 글을 써야 할 가치를 깨달아갔어요.
어떻게든 계속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요.


더군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이 글들을 모아 내년 상반기쯤 책이 출간될 예정인데요.

며칠 전 편집자님을 만나 미팅을 했는데
봉현읽기에서 좋았던 문장들만 
따로 모아봤다고 보여주시는데,
'아, 맞아. 내가 이런 글을 썼었지' 싶을 만큼
감회가 새롭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지난 글들을 다시 정리하고 읽어보면서
과거의 저에게 지금의 제가 위로 받기도 했어요.
한 해동안 치열하게 애쓰고
살아내려고 노력한, 제 모든 마음이 
오롯히 담겨있는 글들 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지난 모든 레터를 다시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더, 전하고 싶은 문장들을 추려보았습니다.

00님에게 언젠가 와닿았던 문장일수도 있고,
그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00님에게 꼭 필요한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제가 이렇게 꾸준히 쓰고, 
또 누군가와 나누고, 
메일로든 책으로든 
삶의 괘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
1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이라 그런지.. 
괜시리 슬픈 기분이 들만큼 감격스럽기도 하네요.


🙂
저는 하루 일찍 
새해 한해의 마무리와,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00님, 정말 수고많았어요.
어떤 순간으로라도 제가
00님의 삶에 함께 할 수 있어 기뻐요.

2022년에 만나요 우리.
고마워요.



봉현

2021년의 문장들

00. 봉현읽기의 시작

글쓰기의 원동력을 생각해 본다. 계속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감이 바스스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싶어하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책을 내기로 한 출간 계약서 도장을 찍은 사람의 책임감. 버티는 삶에 유일하게 나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능동적인 행위. 

그리고 계속 글을 쓰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야만 하는 기약 없는 생.


01.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결국 나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바램과는 달리 자주 불행의 접시가 무거워지지만, 내 의지로 계속 행복의 접시 위에 무엇인가 올린다. 저울이 이리저리 기울며 간신히 수평을 유지한다.

지금의 나는 지금이 행복하다 불행하다 단정 짓지 않는다.



02. 내 앞의 문을 열기

문의 모양도, 여는 방식과 속도도 제각기 다르겠지만 모두 저마다의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 사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거 없으니까.

지금 내 앞의 문이 꼼짝도 않고 멈춰있더라도, 잘못된 문을 열려는 허튼짓을 하고 있는 걸까 두렵더라도.
그래도, 내가 여기 가만히 서서 뭘 하겠는가.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할 뿐. 

아직도 열어야 할 문이 많겠지만 당장은 바로 앞의 문을 열어보기로 한다.  힘에 겨우면 잠시 쉬기도 하면서, 계속, 계속 밀어 본다.



03. 내가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낯설고 두렵기에 설레고 자유롭던 여행의 장면들. 여행은 내게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남겨 주었다. 그로 인해 나는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흐를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은 변함없이 계속 흐르고, 일상은 지루하게 반복된다. 살아있음에 무뎌질 때면, 내 어딘가에 저장된 시간을 꺼내어 본다. 지금을,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이곳이 어디든, 어디서든.



04. 너만이 나의 세계를 뒤흔들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 누군가와 함께 하면 나의 세계가 달라진다. 다른 세계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는 동시에, 내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 책 <베개는 필요없어, 내가 있으니까>



05. 혼자 커피 한잔 할래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어떻게도 하지 못하는 마음이 버거워 숨이 차면, 가깝고 익숙한 곳들로 잠시 도망갑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요.



06. 초록의 힘

푸른 나무를 한참 올려다보며 다짐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따윈 없어. 바닥을 보고 걸어도 괜찮아. 언젠가는 다시 고개를 들 거고, 이처럼 상상도 못했던 푸른 풍경과 따스한 빛을 느끼는 날이 오겠지.



07. 빌어먹을 세상에서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의 절벽. 
올라오는 건 정말 더디고 느린 계단. 
어제 또 굴러 떨어져도 상관없다. 
오늘 한 발짝이라도 올라갈 거다.



08. 내 지갑 속의 바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반복이었고,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일상이라는 이름 아래 그런 형태로밖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안의 바다를 본다. 요즘 나의 바다에서는 매일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오늘도 일상의 하루였다.



09. 실패도 계획의 일부

할 수 없는 것을 앞에 두고,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해나간다. 좌절의 반복 같기도 하고, 끝없는 굴레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개를 들고 허리를 바로 펴고, 계속 손을 움직이고 또 걷는다. 

실패의 반복이 아니라 성공의 단계야. 
실패를 계획하는 사람은 없지만 
실패하지 않고 해내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어. 



10.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를 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나에게도 일어설 힘이 있는지. 빛을 찾아 집 밖으로, 뒷발을 추켜세우고 도움닫기를, 땅을 박차고 밀어내며 앞을 보고 달린다. 내 최고 속도가 얼마인지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음을. 내 한계를 알 수 있을 때까지라도 좋다.



11.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가진 것을 내버려두지 않고 지켜내려고 애쓰는 동시에, 잊어야 할 것은 포기하고 내버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과 사랑, 추억, 성취를 비롯해 집 또한 그런 존재 같다. 의미 없는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이 가장 드라마틱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나의 집에서 나만의 오늘을 산다. 

계속 반복되는 하루이기를. 
별 일 없이, 아픔 없이, 흔들림 없이. 
매일매일 같은 각오로 살 수 있기를. 

/ 책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엔솔로지
- 나만의 집에서 나만의 드라마



12. 글을 쓰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고 

스스로의 약속과 노력을 통해 남겼던 수많은 아침의 글을 기억한다. 반복과 꾸준함의 힘. 반복된 실패는 반복된 시도에서 오는 거니까,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포기는 안해. 
오늘같이 반쯤 실패한 날도 나쁘지 않다. 
천천히, 내일 또 하면 되지 뭐.



13. 작은 시간의 감각

예전엔 성취를 위해서만 달렸던 것 같다.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돈도 왕창 벌고 싶었다. 성취감을 머리 높이 치켜들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기분에 취해봤지만, 그에 비해 성에 차지 않는 피드백과 결과들을 마주하며 금세 기운이 빠졌다. 이상한 공허함을 느꼈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결과를 위해 소비한 과거 시간들에게 보상심리 같은 게 발동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건 시간이에요. 무엇이든 해나가는 하루하루가 연결되는 가늘고 긴 감각.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얻는 보잘 것 없이 작고 귀여운 기쁨. 매 순간을 통해 무언가를 찾고,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자 하는 긴장감. 내가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생동감. 오늘 눈을 떠서 내가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내 시간의 쓸모를 느끼는 게 좋아요.”



14. 하루가 주어진다면

새롭고 낯선 것 대신에 이미 내게 있는 것들을 더 깊게 들여다본다. 가진 것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나 스스로 어루만지고 소중히 대해본다. 그 누구도 앗아가지 못하게, 상처 입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좀더 꼼꼼하고 견고하게 눌러 다듬는다. 욕심과 욕망은 접어두고, 후회와 자책도 지운다. 

오늘의 다이어리 빈칸에는 ‘오늘도’ 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메모를 했다.



15. 봉현읽기의 안부

이 평화롭고 무던한 하루하루가 참 좋아요.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16. 글과 그림의 시간

한정된 시간을 자잘히 쪼개어 산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각오로 하나씩 해나간다. 
그로 인한 성취감을 다시 원동력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고, 그 기쁨을 통해 새로운 순간들을 채워나간다.



17. 섬에서 보내는 편지

나는 점점 나이가 드는 게 무서워.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봐. 살아가는 게 기대되는 만큼 동시에 모든 게 두려워. 혼자 해야 하는 일들과 함께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더욱 명확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더욱 더 집중하다 보니 혼자인 시간을 견뎌내는 일에는 점점 능숙해지는데.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한 발짝, 용기를 내는 일이 별로 없어.



18. 이도저도 아니지만

도망칠 수 없는, 어찌할 수 없는, 예정된 시간을 앞두고서 닥칠 막막함과 답답함이 두려워요. 이미 겪어본 것인지라 더 그래요. 하지만 견뎌냈음을 기억해요. 힘들었기에, 더 이상은 힘들고 싶지 않은데 세상은 그렇게 마음처럼 되지 않고 아무것도 호락호락하지가 않고... 또 여러 번, 어쩌면 계속. 힘들겠죠. 그래서 잠시 동안 대충 살아보려구요. 대충 하려고요. 완벽할 필요도, 꼭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래요. 내 부족함과 나약함을 인정하고, 지금 그냥 놓아둘래요. 



19. 숙제는 미루고 축제를 하자.

‘딸, 삶이 힘들지.
하루하루 숙제처럼 살지 말고 축제처럼 살아가보렴. 
그럼 행복할 거야.’



20. 더위랑 외로움 먹지 말기

일이 아니라도 해야 할 것들이 잔뜩인, 보통의 삶을 유지하기. 차분하게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챙기고 아껴본다. 레몬 물 한 컵을 크게 마시고, 높이 기지개를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하루를 시작한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 먹으며 소파에 누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영화를 한 편 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적당한 마음, 나만의 여름. 이 여름 입맛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더위랑 외로움 먹지 말기. 
잘 자고 잘 챙겨 먹기.



21. 해보자, 우리. 몇 번이고 다시 또.

노력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지만, 자주 패배하겠지. 
언제나 승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나만의 승리의 순간이 올 것임을 믿는다. 
승리가 값진 이유는 패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달려온 수많은 실패와 실수와 과정들이 있기 때문.



22. 모든 게 내가 나약한 탓인 거 같을 때

이 모든 것이 너무 버거워서, 가끔은 숨이 막힌다. 
다 때려치우고 사라지고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한다. 하나씩, 차근히, 어떻게든 한다. 
미루는 한이 있어도 언젠가는 한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고,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이번에도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매 순간 나를 등 떠밀면서 산다.

내 탓이 아니었구나,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자고. 
언제나 늘, 잘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23. 또 한차례 삶이

이유 없는 슬픔에 애쓰지 않기.
그 무엇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모든 걸 그대로 두자. 
아직 삶은 지겹도록 길게 남아있다.



24. Letter from the island 

시간은 참 이상하지. 
좋았던 시간들만 더욱 진해지고, 
나빴던 일들은 흐릿해져만 가. 
시간이 흐른다는 게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냥 모든 게 멈춰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만큼 
살아가는 모든 순간들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시절이야.



25. 다시, 또다시 하나 둘 셋

내 기분에는 한계점이 없는 것 같다. 한없이 최악이었다가, 넘치는 희망과 환희로 가득 찼다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밉기도 하고, 가장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나 자신을 다루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26. 마음대로 버리고 채우며 살 것

혼자인 삶이 십 몇 년. 어느새 이렇게 오랜 기간 독립해서 살았나 싶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을 가졌고, 왜 이렇게 온갖 것을 짊어지고 살고 있는 걸까. 가지는 것만큼 계속 살펴보아야 한다. 쌓아두기보다는 정리를 해야 하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비운 만큼 보이고, 다시 중요한 것들을 채울 수 있다.



27, 끝나지 않은 플레이리스트

아무에게도 아무 의미가 없는 나, 라는 생각이 피어오르면 
‘너 없이 내가 무슨 사는 의미가 있겠어’ 라고 말하던, 
결코 미워할 수 없던 그 거짓말을 되뇐다.



28. 요즘, 오늘

완벽한 행복은 없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적당히 행복하다. 막 넘치게 행복한 게 아니라서 더 좋다. 그렇듯 완벽하게 잘 할 수는 없다. 대단히 멋진 글을 써낼 자신 따위 당연히 없고, 내 능력과 내 체력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정도의 나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쓰고, 할 수 있는 만큼 행복해지고 싶다. 



29. 바다처럼 세상에 같은 사막은 없다

‘살아있기를 잘했다’ 라고,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순간.
삶을 견디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30. 00이라는 단 하나의 이야기

'00'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00'일 뿐인 나.

이야기는 삶을 위해 존재하고, 
또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31. 날짜 상자

기념일을 좋아한다. 부담이 될 만큼의 선물, 예약한 한강뷰 레스토랑, 그런 걸 좋아하는 게 아니다. 당신과 함께 한 하루하루가 소중해, 우리가 함께하기로 한 날부터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보자.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이후에도 함께 하기를 소망하는, 우리의 관계를 다시 한번 더 가늠해보는. 그런 마음이 좋았다. 삼십 대의 연애에서는 점점 기념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지만, 전해 받는 꽃 한 다발, 그런 건 어김없이 행복이 담겨 있다. 사랑은 그렇게 무의미한 것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



32. 변화무쌍하고 계획적인 프리랜서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늘 일정을 계획하고 루틴을 지키되,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마다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것 같다. 프리랜서는 P와 J가 동시에 요구된다. 엄격하게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순발력도 필요하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에
나 스스로 규정한 약속들.



33. 죽지 말고, 다음 생일에 또

살다 보면 다시 또 죽고 싶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만약 내 의지로 죽음을 결정하는 날이 정말로 온다면, 생이 지겹도록 끔찍해서가 아니라, 도저히 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완벽하게 행복하고, 이쯤이면 충분히 멋지고 좋은 삶을 살았으니 

이젠 죽어도 괜찮겠다. 정말로 내 삶은 행복했다.
세상은 아름다웠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태어나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기를.



34 + 35. 파란만장 자동차 면허 취득기 1,2

지겹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삶이, 이젠 더 이상 새로운 것도 다를 것도 없을 거라고 단언하던 나를 비웃듯이. 신선한 생의 순간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내게 들어온다.
 
인생의 성장은 정해진 때가 없고, 한계도 끝도 없다. 그 과정 또한 예상할 수 없는 것 투성이며 무조건 돈과 노력이 든다. 공짜는 없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정당한 방식으로 돈을 지불해야 하며 시간을 들여 배우고 익혀야 한다. 적당히, 대충, 가성비를 따져가면서 가능한 길도 있겠지만- 그 대가는 반드시 언젠가 어떻게든, 결국 치르게 되는 것 같다.



36. 그때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

성인이라는 이름 아래 인생에 방학은 없다. 우리는 어딘가로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답변해야 한다. 끊임없이 시험을 보고 반듯한 결과를반드시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정해지지 않은 시간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문제집. 자체가 없을지도 모르는 질문들.

어른이 나는, 욕심이나 욕망보다는필요 생각하며 사는 같다. 필요를 채우기 위해 날마다 크고 작은 노력을 한다. 노력의 원동력은 열 아홉의 나에게서 태어났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몇번을 성공하고, 수백번 실패했다.

/ 책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 엔솔로지
- 나의 마지막 겨울 방학



37. 오늘의 나

'오늘의 나' 를 그리기 위해 매일 밤마다 생각한다. 오늘의 나는 무엇을 했나.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사람이었나. 하루에 한번,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데.. 라고 할 수는 없다. 살아있으니 무언가를 먹었을 테고, 게을렀다면 소파에 누워 있었을 테고, 어딘가를 걸었거나 가만히 서서 뭔가를 바라 봤을 테고.. 누군가를 생각하거나 어떤 고민을 했다. 그렇게 별거 아닌 아주 사소한 순간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것을 종이 위에 그려낸다. 

이상하게도 그날의 무척 특별했던 사건보다는 스쳐가는 장면을 더 많이 그렸다. 우산을 쓰고 걸었다던가,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던가, 길 고양이랑 눈이 마주쳤다던가. 또 슬픈 꿈을 꿨다던가 날씨가 추웠다던가 어떤 연락을 받았다던가. 
그런 것들.



38.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수없이 선택했던 만큼이나 수많은 후회를 겪었더니 
이제는 무엇을 선택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기를. 
적어도 내게는 당신이 좋은 사람이니까.




39. 12월에는 과거를 돌아보는 편

나이의 숫자와 상관없이 조금씩 나는 어른이 되어간다. 슬프지도 아쉽지도 않다. 무뎌진 것이 아니라 단단해진 것이기에. 얼뜨고 설뜨던 나 스스로를 종잡을 수 없던 과거의 나와 달리, 오늘의 나는 내 마음이 어떠한지 정확히 풀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리에 앉아 내가 해야하는 일들을 하고, 내게 의미있는 기억들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잔잔한 마음의 파도는 거친 폭풍을 지나왔기에 비로소 찾아온다. 



040. 2021년의 마음들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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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현읽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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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정기 에세이 뉴스레터 <봉현읽기>는 4월 19일부터 총 40개의 레터를 보냈으며, 약 300명에서 시작해 2021년 12월 현재, 약 1000명의 구독자 분들이 봐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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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료 상시 구독인 뉴스레터 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구독료를 보내주셨습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생각했고, 구독료의 일부를 '지파운데이션 취약계층 겨울 연탄 지원 모금' 에 기부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안부와 구독료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연탄 한 장 한 장씩 함께 모은 것이라 생각해요. 보내주신 마음, 추운 겨울을 누군가 따스하게 보낼 수 있는 온기로 전하겠습니다. 

📖

3. 2022년 상반기 출간 예정으로, 레터의 글을 종이 책으로도 다시 읽으실 수 있도록 정리하고, 다른 추가 글들을 모은- 저의 5번째 단독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획안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일단은 가제지만, 제목이 정말 정말 좋아요.. 출판사.. 편집자님 최고.. (나만 잘하면 된다)
(당연하지만(?) 책 제목.. 봉현읽기.. 아닙니다... 🙅)  

이미 레터로 보신 글이어도 다시 한번 00님에게 가닿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



4. 2022년에도 봉현읽기는 계속 됩니다.
새해 인사와 안부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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