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성폭행 살인사건과 여성혐오

'최윤종 성폭행 살인사건'을 접하고 2023년도에 이런 후진적인 사건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참담함을 느낀 한주였습니다. 그리고 괴로웠어요. 이번 레터에선 '성폭행 살인사건'과 '여성혐오'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피의자 최윤종은 범행 전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장소를 물색하면서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범행 전 '성폭행·살인·살인예고' 글 관련 기사를 열람한 이력도 확인됐다고 합니다. 목적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최윤종은 경찰조사에서 "강간을 하고 싶어 범행했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전형적인 '여성혐오 범죄' 입니다.

여성혐오는 단순히 '여성을 향한 증오'의 의미만 지니지 않습니다. 적대, 폭력, 성적대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포괄합니다. 여성혐오에 대해 연구해 온 김은주 동덕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여성혐오는 여성을 대상화하면서, 젠더 이원론을 공고히 하는 핵심기제이다. 이렇게 본다면 가부장제 하의 성차별과 관련된 현상들은 '여성혐오'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 굴복시키려는 '가부장적 욕망'이 결국 여성혐오적인 태도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리 구매한 흉기를 이용해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력해 숨지게 한 것을 '여성혐오' 말고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 이후 최인호 관악구의원을 향해 비난과 사퇴촉구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성 발언, 그리고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 사실이 재점화 됐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의 공포감이 피해망상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몰카천국이 아니고, 남성들의 강간 카르텔이 만연하지도 않다" "페미니즘은 성파시즘, 여성가족부 폐지하라" 등. 모두 최 의원의 말이고 생각입니다.

최 의원은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서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중 만 20세에 최연소로 당선됐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이대남 표를 얻은 게 시작"이라는 한 시민의 글이 결국 핵심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혐오'를 전면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여성에게 필요한 정책을 하나씩 허물고, 그래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사이 벌어진 틈이 곧 '치안공백'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성범죄는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닙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성인지 교육 관련 영상제작 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 '여성혐오' 등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검열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정작 지난해 3월 제안요청서엔 추진배경과 제작방향에 ‘성평등’을 명시하고 있는데도 단어 사용 자체를 금지한 것인데요.🤬 용역 공고 시점(지난해 3월)과 이후 진행 과정(지난해 5월 이후)의 시차를 고려하면 문체부가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옵니다.

문체부는 금지어 선정 이유에 대해 "어딘가 치우쳐 보이거나 누군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여성혐오' 사건이 여전히 실재하는 현실에서 “자극적인 단어”로 치부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정부의 이런 검열이 자칫 문화예술계 전반을 향한 '가이드라인'으로 확대될 우려도 나옵니다. 비단 이번 한 사건에서만 정부의 검열이 반영될 리 없기 때문입니다. "문체부가 주관하는 행사나 제작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가이드라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표현·사상의 자유 침해다"는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의 말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적인 위협이 사회 분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동석 팔뚝'이 자랑스러운, 진짜 싸우는 여자들

상징적인 단어로 '마동석 팔뚝'이라고 쓴 게 아녀요. 종합격투기 선수 김영지(31)와 허주경(19)은 "마동석 팔뚝을 만들겠다"며 훈련합니다. "커지는 몸, 근육질의 몸이 자랑스러운" 진짜 싸우는 여자들입니다. 김 선수는 올해로 벌써 프로 데뷔 6년차가 됐고, 허 선수는 다음달 초 일본에서 프로데뷔를 앞둔 새내기입니다.

기사를 읽기 전에 영상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훈련하는 모습 일부를 담았는데요. 김 선수가 "허 선수의 미들킥(상대방의 옆구리를 정강이로 가격하는 기술)은 남자 선수들도 맞으면 쓰러질 거예요"라고 치켜세운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을 겁니다. 프로데뷔전에서 상대 선수를 제압한 김 선수의 '불주먹' '로우킥' 강도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아, 나도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최근 여성들의 강인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피지컬100' '사이렌'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이 위안이 된다고 합니다. 적어도 "여자애가 무슨..."과 같은 편견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서입니다. 선수들은 "근육질, 건강한 체격은 성별을 떠나 '능력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밑줄' 그어봐요.✔️ 저도 나름 운동을 하는 터라 몸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근육을 보는 즐거움, 알거든요!!)

즐거워 보이는 선수들의 웃는 얼굴 뒤엔 고충이 있습니다. 당장 체급이 맞는 상대를 찾는 게 넘어야 할 커다란 산입니다. 경기에 뛰고 싶어도 상대할 선수와의 체급이 맞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출전횟수나 경기실적 등도 맞아야 합니다. 그러니 출전할 수 있을 때 무리해서라도 나간다고 해요.😥 김 선수는 시합에 나설 때면 체급에 맞추려고 "거의 10~11kg을 감량한다"고 말했습니다. '500g'이 빠지지 않아 애먹은 일도 있습니다. 시합에서 제 컨디션일리 없겠죠.

시합 하나 잡기 어려워도,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편견을 마주해도, 경기 실적이 좋지 못해도 포기를 모르는 '진짜 싸우는 여자들'의 더 깊은 이야기는 기사로 만나봐요.

기사 보러가기

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경찰이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피의자 최윤종(30)의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신상공개위는 "피의자가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장소를 물색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시도해 사망하게 한 사실 등에 비추어 범행 잔인성과 피해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살인범은 30세 최윤종

📌 탈레반이 재집권한 2년간 아프간 여성들은 존재 자체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재집권 초기 약속과 달리 여학교를 폐쇄하고 여성의 대학 진학을 막았습니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여행할 수 없고 공원이나 체육관도 갈 수 없습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 착용도 의무화됐습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2년, 지워지는 '여성의 존재'

📌 미국에서 결별에 앙심을 품고 전 여자친구의 사생활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한 남성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배심원단은 소장에 담긴 내용을 종합해 피해 여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억달러, 징벌적 손해배상금 10억달러 등 총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결별에 앙심 전 연인 사진 유포한 남성, 미 법원 "1.6조 배상하라"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소개할 영화는

🪶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정부의 무능을 확인한 것만이 아닙니다. 새만금 개발의 본질을 알게 된 계기도 됐는데요. 새만금 일대에서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繡羅)'의 사계절을 담은 영화, <수라>를 추천합니다. 황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 <수라>는 지난 6월21일에 개봉했는데요. 마지막 갯벌 '수라'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도요새, 검은머리갈매기 등을 기록해온 사람들의 동행을 담고 있습니다. 개봉 7주 만에 다큐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4만명이 관람했다고 해요. 갯벌 '수라'에서 끈질기게 살아가는 생명들, 그리고 아름다움을 담는 여정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라갯벌은 방조제를 통해 하루 최대 두 차례 해수 유입이 이뤄지면서 염생생물들이 사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방조제 내 남수라마을 인근 갯벌과 연안 습지를 ‘수라갯벌’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수라(繡羅)'는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이 붙여준 이름입니다. 이름이 주는 오묘한 신비함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요. 다행히 어제(24일)부터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볼 수 있더라고요! 겸사 영화제 구경을 하고 <수라>도 볼 생각입니다. :) 일요일(27일) 오후 1시 상영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손제민 논설위원의 인터뷰 기사 전문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황 감독을 인터뷰했는데요.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 많았는데, 그중 황 감독의 답변 일부를 인용합니다.

"초등 5학년 어린이는 '도요새가 머나먼 여정을 날아가는 것을 보니까 우리도 먼 길과 험한 길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힘들 때 먼 여정을 나아가는 도요새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는데 어린이들이 그런 마음을 갖게 되니 너무 기뻤고 힘을 얻었어요."

아름다움과 생명력, 함께 느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