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90〈오늘의 진아〉 이진아―뮤지션

이름을 부르면 선명해지는

한해의 중턱에 다다른 무렵, 님께 안부를 묻습니다. 이 계절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님을 성가시게 하는 것들로 인해 영 기운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 작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고, 그 찰나가 모여 버거운 무언가가 버텨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성가신 게 많은 시기일수록, 주변으로부터 무심코 시선을 거두기보다 이 계절에 유독 애정이 가는 것을 응시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세요. 주황빛 능소화, 때를 기다린 매미의 울음, 맥주 한 모금 곁들이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무더위에도 씩씩하게 걷는 나의 모습까지. 또렷한 소리로 내뱉는 애정은 보다 선명해진답니다. 《AROUND》 90호와 더불어 이번 뉴스레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끌어안고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준 이들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먼저 뮤지션 이진아에게 귀 기울여 볼까요?

08.17.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AROUND Vol.90 수집가들(My Favorite Things)

〈오늘의 진아〉 이진아―뮤지션


08.31.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09.14.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오늘의 진아

이진아―뮤지션

장마였고 비가 억수로 많이 내렸다. 괜찮아? 오늘 괜찮은 거야? 비와 진아를 담고 싶었지만 마음이 자꾸 멈췄다.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 몇 번이나 되물으며 찾아간 자리에 이진아가 있었고, 작업실 문을 열며 해사하게 웃는다. 투명 우산을 내밀며 “빗속에서 촬영하는 거… 괜찮으세요?” 조심스레 묻자 기쁜 듯 우산을 받아들며 말한다. “날씨 때문에 걱정했는데, 빗속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다행이에요!” 이진아의 목소리는 맑고 건강했다. 원래부터 그런 줄 알았는데, 찬찬히 자신을 굴려 온 덕분이었다. 슬럼프라는 언덕을 넘고, 힘든 마음을 보듬으며 차근차근 이 자리에서 현재를 사랑할 수 있게 된 사람, 언제나 지금 이 계절이 가장 좋다는 사람. 그 마음 덕에 우리는 함빡 비를 맞으면서도 이 시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어느 라이브 영상에 아버지와 함께 나온 걸 본 적이 있어요. 인상 깊게 남아 있는데, 처음엔 집안에서 음악 하는 걸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재즈 피아노에 한창 재미를 붙여서 배우다 보니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는데요.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 정도다 보니까 차라리 음악 쪽으로 진로를 정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근데 저희 식구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어요. 아버지가 공무원이셨고, 언니들도 회사원으로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었거든요. 다들 안정추구형이다 보니까 부모님이 월급 받는 안정적인 직장이 낫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어렸으니까… 울고불고 떼를 썼죠. 음악 해도 돈 벌 수 있다면서요(웃음). 우리 피아노 선생님은 레슨하고 공연도 하면서 돈 번다고, 다 할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설득했어요.

 

음악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 건 아닌데요, 그냥 재즈가 너무 좋았어요. 그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Jazz It Up!》이라는 만화책을 보면서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를 동경했고 끊임없이 꿈꿨거든요. 친구들한테도 당연하다는 듯 자주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수학 학원 친구들한테 “난 수학은 못하지만 재즈 피아니스트가 될 거니까 상관없어! 흥!” 하면서요. (일동 폭소) 이게 혹시 확신이었을까요?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확신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맞아요. 좋아하는 마음. 그래도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저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했어요. 검증을 받으면 좋겠다 싶어서 전문적으로 음악 하는 분들을 찾아가 “저 음악 해도 될까요?” 하면서 두 번 정도 상담을 받았어요. 그때 결과가 ʻ해도 된다.’여서 그걸 빌미로 부모님을 설득했죠. “봤죠! 해도 된다잖아요. 저 음악 할게요!” 하면서요(웃음).

 

그렇게 오늘날 이진아가 있게 된 거군요. 며칠 전까지 폭염이 이어지더니 오늘은 비가 참 매섭게 내려요. 진아 씨는 여름 좋아하나요?

사계절을 골고루 좋아해요. 언제나 지금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오늘은 여름이 좋네요(웃음). 항상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좋다고 믿고 싶거든요.

누군가의 취향 엿보기

뮤지션 이진아는 인터뷰 말미에 ‘마음이 편해지는 귀여움’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슬픈 일이나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다 풀려버리는 귀여움 말이에요. 다른 이의 취향을 듣는 건 참 특별한 일입니다. 소중한 것이 담긴 바구니를 나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적인 감상이 쓰인 일기장을 슬며시 보여주는 기분도 들거든요.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목소리에 담긴 설렘은 듣는 이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취향을 가졌더라도, 바구니에 ‘무엇을’ 모았는지보다 바구니에 든 것을 ‘좋아한다’는 마음 자체로 연결되곤 하지요. 어딘가의 누군가와 교집합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저의 바구니도 보여드릴게요.


글·사진 이명주

책방 ‘페잇퍼’

연희동 골목에 자리한 페잇퍼는 만화책방이에요. 홈페이지에서 당일의 비밀번호를 확인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세상이기도 합니다. 책방 고양이 대길이와 영길이가 곧잘 앉아있는 1층을 지나 2층으로 가면 빽빽한 책장에서 반가운 책 내음이 나요. 우미노 치카의 《허니와 클로버》 두세 권 집어 들어 창가 앞에 앉으면, 취향을 만끽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미소가 새어 나온답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구미가 당기는 만화를 고르고, 출출할 때 ‘페잇퍼표’ 토마토 라면 한 그릇을 곁들이면 완벽한 혼자 놀기의 하루가 완성됩니다.


A.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5안길 32-7

O. 화-수요일 13:00-21:00, 금-일요일 13:00-21:00, 월·목요일 휴무

편집숍 ‘요안나’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걷느라 바쁜 성수는 다양한 취향이 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LCDC 3층 307호에는 작은 물건들로 추억을 만들어 가는 요안나가 있어요. 다정한 노란빛을 띠는 그곳에 들어서면 ‘이 모든 것들의 귀여움을 알아챈 사람이 있다니!’ 하며 감탄을 작게 읊조립니다. 투박한 그림체로 그린 치즈, 보석, 식물 등에 캘리그래피를 더한 빈티지 포스터와 매력적인 스티커, 엽서와 문구, 작은 소품들을 둘러보세요. 느긋이 시선을 옮기다 마음에 드는 걸 안고 나오는 기쁨도 느껴보고요.


A. 서울 성동구 연무장17길 10, 3층 307호
O. 화-금요일 12:00-19:00, 토-일요일 12:00-18:00, 월요일 휴무

카페 ‘lodge190’

가벼운 마음으로 당도할 수 있는 곳, 나라는 사람의 테두리가 유난히 두드러지지 않는 곳을 좋아합니다. 홍제천을 마주 본 채로 벚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lodge190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에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제철 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로 계절의 흐름을 자연스레 안내합니다.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를 앞에 두고 일기장을 채우다 보면, 산책하던 강아지들이 익숙한 듯 카페로 들어와요. 어떤 존재든 이곳에서는 모두가 하나의 장면으로 어우러진다는 평온이 맴도는 곳입니다.


A.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90

O. 월-금요일 11:00-21:00, 토-일요일 휴무

Vol.90 수집가들(My Favorite Things) 별책 부록

좋아하는 것을 모으는 데 주저하지 않는 ‘수집가들’을 담은 90호, 흥미롭게 읽어보고 계신가요? 곧고 잔득한 사랑이 기록된 매거진과 곁들이기 좋을 ‘AROUND Vol.90 수집가들(My Favorite Things) 별책 부록’을 공개합니다. 아래 버튼을 통해 별책 부록을 펼쳐두고 우리 가까이 흩어져 있는 사랑을 발견해 보아요.

90호 메인 기사 살펴보기


리듬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뮤지션 ‘이진아’와 성실한 매일을 지켜나가는 일상의실천 ‘권준호’, 나를 둘러싼 세상을 글과 음표로 기록한 음악가 ‘김목인’의 이야기를 음미해 보세요. 어떠한 제한 없이 인터뷰 전부를 읽을 수 있으니, 마음에 콕 닿는 문장을 짚어봐도 좋습니다.

수집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


《AROUND》에서는 그간 다양한 물성과 의미를 지닌 기록을 조명해 왔습니다. 77호 ‘기록생활자(My Record), 83호 ‘일기의 시절(Open A Letter)을 비롯하여 90호 ‘수집가들(My Favorite Things)’까지, 그 조각들을 살펴보세요. 90호에 소개된 도서와 영화의 목록도 한눈에 정리되어 있답니다.

AROUND Playlist 08 Vol.90 수집가들(My Favorite Things)

종잇장마다 애정과 호감이 넘실거리는 90호와 함께 여덟 번째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합니다. ‘나의 뮤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주제로, 닿아 있고픈 존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를 모았어요. 고운 감정이 담긴 노래들을 유튜브스포티파이를 통해 하나씩 감상하며, 뮤즈에게 전하는 나의 마음과 빼닮은 곡을 찾아보세요.

90호를 꾸리며,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던 반짝이는 눈빛을 참 많이도 만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얼까?’ 꼽아보고 작은 애정이라도 소중히 여겨지길 바라며 이번 레터를 마무리해 보아요. 8월 마지막 주에는 지나간 이야기 중 톺아보고 싶은 소식을 한가득 품에 안고 찾아올게요. 어라운드의 뉴스레터가 언제나 님의 아침을 가장 큰 애틋함으로 반겨주길 바라며,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수집가들(My Favorite Things)’을 주제로 한 《AROUND》 90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잠깐! 혹시, 독자님들께선 어디에서 《AROUND》 소식을 확인하고 있나요? 독자분들의 일상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신간과 관련된 기별을 카카오톡 채널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전하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나 《AROUND》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카카오톡 채널네이버 포스트 검색창에 ‘어라운드매거진’을 적어보세요. 이번에 발행된 90호의 면면 또한 발 빠르게 전해 드릴게요.

절기 따라 걷기


입추(立秋)를 지나 어느새 더위가 식는다는 처서(處暑)를 앞두고 있습니다. 절기를 느끼는 일은 삶을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세계의 초대장이에요. 스물네 번의 절기가 찾아올 때마다 오전 10시, AROUND Naver Post를 클릭하세요. 최예슬의 연재 ‘절기 따라 걷기’와 함께 새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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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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