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길을 만드는 사람
"PO는 자신의 눈을 전적으로 믿지 말아야 한다. 
데이터를 뜯어보고 또 보고, 데이터가 축적되는 방식까지도 검증하도록 한다."
- 프로덕트 오너』, 김성한(지음), 세종서적
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의 프로덕트 오너(PO) 영입전이 뜨겁습니다. PO는 애자일(Agile, 프로젝트에 따라 유동적으로 팀, 부서 등의 경계를 허문 수평적 업무 방식) 조직을 이끄는 핵심 직군으로 프로젝트의 기획·개발 등 잘게 쪼갠 사업 부문을 총괄합니다. 프로덕트 최종 의사결정권자여서 ‘미니 CEO’로 불리기도 하죠. 스타트업 대표가 다른 스타트업의 PO로 합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돕는 앱 ‘올라플랜’ 한종완 대표가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토스’의 학자금 대출 관리 서비스를 총괄하는 PO로 자리를 옮긴 게 대표적이죠. 한종완 PO를 만나 요즘 가장 핫한 프로덕트 오너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interview
토스 프로덕트 오너(PO) 한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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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오너의 일
토스 프로덕트 오너 한종완

 한종완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을 통해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원활하게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라플랜’ 대표로 일했다. 토스의 학자금 대출관리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는 프로덕트 오너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니즈 자체를 생산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
그 어둡고 험난한 여정의 맨 앞에서 길을 만드는 사람이 PO다.”
-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프로덕트 오너’가 생소한 분들도 여전히 많다. 프로덕트 오너란 어떤 일을 하는 건가?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제품은 단순히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것을 넘어 니즈 자체를 생산해줄 때 비로소 ‘PMF(Product-Market Fit, 성장 잠재력 있는 마켓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를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은 너무 어둡고 험난해서 누군가는 앞에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PO다. PO는 어떻게든 제품을 성공까지 이끄는 사람이다. 토스 ‘공공 사일로’에서 다양한 공공 영역의 문제를 풀고 있다. 공공 사일로는 돈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공공기관과 협력해 토스에서 더욱 쉽고 편리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21년 5월,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내가 받을 수 있는 전국의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사업을 알려주는 ‘숨은 장학금 찾기’와 ‘학자금 이자 지원 받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8월에는 행정안전부의 ‘보조금24’를 통해 900여 개에 달하는 정부 혜택 가운데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만 찾아주는 ‘숨은 정부지원금 찾기’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공공과 민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 토스의 PO는 ‘사일로(Silo)’라고 불리는 10명 미만의 소규모 조직을 이끄는 것으로 알고 있다. PO는 담당 사업 부문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상태에서 팀을 구성하고, 개발자·디자이너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며 서비스를 기획·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텐데 PO로서 가장 핵심으로 삼는 지점은 무엇인가?
PO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다를 것 같다. 나는 궁극적으로 제품이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는가, 둘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가가 그것이다. 제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면 활성사용자(Active User) 같은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동기 부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양적인 결과에 매몰되어 질적인 부분을 놓치기 쉽다. 처음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정의에서 벗어나 사용자 유입만 유도하는 미끼성 아이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에 침투(생산)할 때 세상은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 토스에 합류하기 전 '올라플랜'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올라플랜은 어떤 서비스였나?
올라플랜은 2020년 출시한 앱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관리 서비스다. 이용자의 대출 기간과 이자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맞춤 상환 플랜을 제공하고 모바일로 간편하게 상환할 수 있는 자동 상환 기능을 개발했다. 올라플랜은 기술의 혜택이 닿지 않은 금융 시장을 탐구한 데에서 시작했다. ‘돈을 불리는 것’에 매료된 핀테크 시장에서 ‘돈을 잘 갚는 것’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기회였다. 대학생 5명 중 1명은 학자금 대출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매년 1만 8천여 명의 학생들이 신용유의자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그 피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올라플랜은 기술의 혜택이 닿지 않은 학자금 대출 시장에서 누구도 고민하지 않았던 ‘돈을 잘 갚는 방법’으로 청년들의 ‘상환력’을 길러주고자 했다.

- 창업과 인수 등 젊은 날에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권자만 다른 곳의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은 올라플랜이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정보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에 요구하는 자본금 규모가 너무 커서 사업 신청을 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나 자신이 아주 미약한 동시에 아주 커다란 존재임을 느꼈다. 매우 작은 서비스라도 혼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대표가 멋진 설계도와 비전을 가졌다 하더라도 결국 제품은 훌륭한 팀원의 손에서 탄생한다. 창조주 앞에서 난 그저 미약한 인간일 뿐.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작은 존재인 내가 삐끗하면 팀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올라플랜이 마이데이터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비스 중단의 고비를 맞았을 때 나의 불안함은 팀원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의 불안한 감정이 팀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모양이다. 중요한 데모 데이와 오픈뱅킹 심사를 앞두고 무너진 팀의 집중력을 다시 잡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다. 나 또한 팀 구성원에게는 거대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 프로덕트 오너가 업무를 하며 고려하는 다면적인 측면에 대해 듣고 싶다.
가장 먼저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의 퀄리티와 우선순위를 팀원 모두가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공감 여부에 따라 팀의 집중력과 속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기 전,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와 성과 지표)을 통해 공동의 목표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예측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가설 하나만 검증할 수 있는 최소 기능의 제품(MVP)으로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학습해야 한다. 내 경우 2021년 상반기에만 4개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PO는 내가 아닌,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제품에 사용자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직접 사용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 한종완의 문장들
일탈의 시대정신
새 길을 연 사람들』, 손석춘(지음), 어른의시간

인류사에 창조적인 길을 개척한 20여 명의 삶과 사상을 다룬 책. 전봉준, 붓다, 존 스튜어트 밀, 프리드리히 니체 등 동서양과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인물들의 주창과 운동(movement)이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그들이 보여준 저항과 창조, 혁신의 울림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 변화의 선두에 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 속 인물들의 일탈의 시대정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허균이 붓을 들어 글을 쓴 지 4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생동생동 울림을 주는 글은 단연 호민론이다. 밀의 자유론이나 소로의 시민불복종보다 200여 년 앞서 발표된 호민론은 허균이 누구인가를 날카롭게 증언한다.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천하에 두려워할 바는 오직 민이다.”

    • 헬렌과 스콧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라며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렌은 “소음의 폭격에서 벗어난 삶을 살라”고 권고한다.
      사용자의 습관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제품 원리
      훅(hooked) - 습관을 만드는 신제품 개발 모델』, 니르 이얄(지음), 조자현(옮김), 리더스북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조직문화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스티븐 데닝(지음), 박설영(옮김),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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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가 추천한 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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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라는 세계
      틴어 수업』은 실제 대학에서 진행했던 라틴어 수업 강의의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24명으로 시작한 강의는 다른 학교 청강생에 일반인까지 몰리며 매 학기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을 원하는 인기 강의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낯설고 배우기도 어려운 언어 수업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틴어는 서양 문명의 근원인 언어로, 라틴어를 모어로 가진 많은 나라의 역사, 문화, 법 등을 비롯해 그로부터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종합 인문학 수업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라틴어 수업』으로 언어와 삶을 연결 짓는 지적 여정을 시작했다면,  『인간과 말』 속 문장을 통해 말과 언어의 세계를 깊이 있게 명상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철학 수업 같기도, 시 같기도 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언어에 깃든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 어쩌면 삶이란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만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서 자아실현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요?

          • 제목 라틴어 수업
            저자 한동일
            출판사 흐름출판
              • 한때 언어는 인간을 응시했다. 그러면 인간이 다시 언어를 응시했다. 오늘날 인간은 언어를 비스듬히 곁눈질한다.

                제목 인간과 말
                저자/역자 막스 피카르트/배수아
                출판사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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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이 주의 신간 소비

              산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여담이지만 작가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재능은 착각이다. 문장력이 좋거나 머리가 좋거나 인내심이 있거나 책을 좋아하거나 기타 등등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수 있다, 라는 착각이다. 이건 굉장히 슬픈 지점이다. 만약 작가를 만드는 요인이 남다른 언어 감각 같은 실질적인 재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착각과 자신감이라면, 많은 작가들이 왜 그렇게 덜되어먹은 건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뭔가를 해내는 인간들의 성취 중 많은 경우가 단지 자기 확신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세상이 왜 이렇게 엉망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정지돈, 문학동네

              🍋 큐레이터 L
              소설가 정지돈이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 실없이 웃으며, 이따금은 길을 잃은 것처럼 멍하게 멈춰 읽었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 절대 지루하지 않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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