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마도 세계최초! 수제콜라 브랜드 탄생스토리
 
Newsletter Issue 81

23 July, 2021  1245 Subscribers
 
 
 

최근 재밌게 읽는 에 ‘줄거리와 플롯’ 구별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줄거리는 사건의 나열, 플롯은 사건의 인과와 상관을 포함한 유기적 서사 자체, 이런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아메리카노를 마셨다’는 두 사건의 나열으로 줄거리다. ‘밥을 먹고 입이 찝찝해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라고 하면 개별적 두 사건이 인과로 연결되면서 그 인물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플롯이다. 

요즘 하루가 줄거리로 기억되는 것 같다. 일어나서 일 했고 누구를 만났고 집에와서 씻고 잤다라는 식의 하루 인식이나 기억법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보내고 있는지 알아 가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반복처럼 느껴지게 한다.

선비들이 왜 일기를 썼는지 알 것 같다. 일기는 줄거리가 아니라 플롯으로 쓰여진다. 일기에 쓰여진 플롯의 하루가 줄거리적 하루의 빈틈을 채워주고, 채워진 하루가 모여 삶이 충만해지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타임’의 현실 버전쓰) 일기를 쓰면 반복된 일상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흠, 일기라, 막상 쓰면 재밌긴한데 흠. 선비되기가 이렇게 힘들다. 이번 년도 과거 시험은 틀렸군.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아마도 세계최초! 수제콜라 브랜드 탄생스토리 [Japan/Tokyo]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Melty by 川口雅代 (Masayo Kawaguchi)
3. Movie by 단편극장
폴라로이드 작동법
4.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최종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아마도 세계최초! 수제콜라 브랜드 탄생스토리 [Japan/Tokyo]
바로 comber
향신료와 감귤류의 향으로 가득한 농축시럽이 있다. 이 시럽의 3배에 해당하는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콜라의 맛이 난다. 그런데 그냥 콜라 맛은 아닌 독특한 향이 있다. 고바야시 다카히데 대표가 할아버지로부터 전수 받은 한약재 조합이 만든 하나의 세계관이다. 2018년부터 아오야마 농부시장에서 데뷔한 수제콜라 브랜드 <이요시 콜라>는 금새 팬층을 형성해 지금은 웹사이트에서도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라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한약방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 공방에 다니는 걸 참 좋아했어요. 자주 한약재를 가공하는 일을 돕곤 했죠”. 과거에 할아버지가 한약방을 운영하던 그 장소에서 현재는 ‘콜라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고바야시 대표는 유년시절부터 약재를 갈고 달이고 조제하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처음부터 한약재를 넣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콜라의 기본인 향신료와 감귤류, 설탕을 넣어 졸여내는 일을 배합을 달리하며 3년 정도 기록하며 반복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연구해도 ‘콜라’ 그 이상의 맛이 나지 않는 수준을 극복하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약방에 남아 있는 유품을 정리하다가 콜라에 한약재를 배합해 보는 아이디어가 번득였다.

“어느 향신료를 사용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같은 향신료라도 어떻게 조제하는지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져요. 할아버지가 한약재를 조제하실 때도 이 부분에 정말 많이 신경쓰시던 게 기억났죠”라며, 재료의 처리수순에 그 비법이 있다고 말했다.

콤버노트
한약방하던 곳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난다. 홋카이도 삿포로의 명물 ‘스프카레’도 어느 한 한약방에서 강황가루와 가람마살라를 넣어 보며 시작된 발명이었다. 한국요리에는 응용해볼만한 것이 없을까? 십전대보탕이나 삼계탕의 계보를 이을 다음 주자를 기대해 본다. 참고로 스프카레도, 이번 수제콜라도 공통적으로 ‘향신료’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Melty
by 川口雅代 (Masayo Kawaguchi)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여름이 모든 것을 녹이려 하고 있다. 그냥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일 정도. 곳곳에서 친구들이 바깥 온도가 자동차 계기판을 찍으면서 36-37도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정도면 실외 근무하시는 분들은 말 그대로 녹아내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런 극단적인 이상 기후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데지구야 인간이 미안해인간 때문에 녹아내리는구나

아무튼 여름이 모든 걸 녹이고 있는데 그래서 제목 ‘Melty’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들어보니 신스 사운드가 열대의 여름 기운을 뿜는다. 벨사운드로 한층 더 몽글몽글하게 연출한 점도 마음에 든다. 하늘하늘한 마사요의 목소리도 좋고, 중간에 기타 솔로 사운드가 예쁘게 잡혔다. 신스와 더블링으로 연주하는 것도 꽤 재밌는 부분이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마사요는 대략 60년대 생으로 추측한다. 81년에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데뷔했다는 기록으로 나이를 추측할 수 있을 뿐. ‘미스 DJ 요청 퍼레이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데뷔한다. 1981 - 1985 년에 문화 방송에서 방송된 라디오 심야 방송으로 여대생이 요일 마다 DJ를 맡았다. 그 여대생 중 마사요가 한 자리 했던 듯.

그렇게 81년에 DJ를 한 경험을 계기로 음반 작업도 하게 된다. 상당한 미모의 여대생DJ출신이라 언뜻 보면 아이돌로 스카우트되어 프로듀싱을 받은 느낌이지만, 마사요는 싱어송라이터였다. 1집의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 하지만 1집 활동과 동시에 배우로 캐스팅되어 배우활동을 하더니, 전문 MC를 보며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되었다. 이후로는 기자 활동을 하면서, 미국 특파원까지 발령이 나서 미국까지 진출한다.

다양한 일을 한 것 때문인지 두번째 앨범은 조금 늦은 98년에 나왔다. (아니 조금 많이 늦은듯..?) [masshy@love.net]라는 이름의 앨범을 발매. 1집의 노래를 리마스터링 한 곡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있다

+1집 수록곡 <夏少女 (여름 소녀)>, 제목만 들어도 쾌활한 기분이다.

season & work

 

폴라로이드 작동법

감독  김정관
주연  정유미, 이정민
개봉  2004
길이  6
관람  Youtube
에이비의 감상 노트
딱 이맘 때 즈음이었다. 잠시 동안 중앙대학교에서 여름 방학 시간제 강사를 했던 적이 있었다. 너무 무더운 날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학교 앞 근처 카페에 갔다. 방학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노트북을 껴안고 무언가 낑낑거리고 있는 모습에 내가 대학가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주변의 눈치를 엄청 보고 있는 한 남학생이 보였다. 뭔가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불안한 모습이 너무 티가 났다. ‘뭐 때문일까?’ 궁금해서 너무 노골적이지는 않게 남학생을 관찰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남학생이 갑자기 건너 테이블의 여학생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수줍게 이야기를 하더니 쪽지를 주고 후다닥 카페를 뛰어나갔다. 내 눈 앞에서 청춘 영화가 펼쳐진 것이다! 너무 더워서 짜증이 났던 기분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풋풋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느낌! 이 영화도 그런 풋풋함을 담은 영화이다.

등장인물은 대학 동아리 선후배로 추정되는 남자와 여자가 전부이다. 여자는 남자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어서 선배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달라고 하지만, 여자에게 작동법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짝사랑, 미숙한 설렘, 미숙한 손, 떨리는 눈동자.

오랜만에 풋풋함을 느끼고 싶다면, 당신의 연애 세포를 깨우고 싶다면!
지금 폴라로이드 작동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독립영화, 단편영화를 시작하고 싶은데 추천하는 작품이 뭐예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이 영화이다제작비 10만원, 반나절의 촬영 시간 하지만 단편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영화이다. (그리고 나도 이 작품을 보고 단편영화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규모와 제작비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실제 영화학과 강의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작품이다.

또한 배우 정유미의 완전 초초초신인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데뷔작이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2번째 출연작이었다.)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그런 성지순례와도 같은 영화이다!

에이비

 

카페, 커피그림
8/8회(최종회)

8월 24일 - 상민

낮더위만 버티면 남은 하루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직 반소매 티 입고 다녔고, 어디든 실내라면 종일 에어컨이 켜져 있었다. 따뜻한 커피보다는 차가운 커피가 더 맛이 좋았고,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은 밤이면 근처 슈퍼에서 맥주를 사 들고 왔다. 그사이에 상민은 마지막 학기 수강 신청을 했고, 학교 앞 자취방을 다시 구했다. 여름의 끝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민을 둘러싼 부분들은 그 끝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민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기로 한 마지막 날이 지났다. 그날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었다. 형은 상민에게 개강할 때까지 일주일 정도 더 머물러도 된다고 말했다. 상민은 공주에 더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카페를 찾았고, 늦은 저녁에 방으로 돌아와서도 밤새 글을 쓰거나 읽었다. 상민은 이 여름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다.

“보기 좋네, 처음에는 걱정 많이 했었는데.” 늦은 저녁, 게스트하우스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형이 말했다. 상민은 카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걱정을 다 했어? 무슨 걱정 했는데?” 상민이 물었다. “처음 왔을 때, 너 완전히 죽상이었어. 세상 근심은 다 네가 짊어지고 있는 줄. 안 그래도 너 여기 있는 거 알고는 이모부께서 말씀하셨어, 졸업반인데 네가 헤매고 있는 거 같다고. 난 이모나 이모부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네가 글 쓰면서 행복해하는 것도 보기 좋아. 네 글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중에 졸업하고 취업 안 되면 내려와.” 형이 바닥에 던진 담배꽁초를 발로 비비며 말했다.

“나 진짜로 내려올지도 몰라.” 상민이 말했다. “정말?” “응,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았거든.” 상민은 사실 요즘 한 카페에 가는데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니, 글을 계속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쳐 말했다. “혹시 그 카페, 저 골목에, 제민천 앞에 있는 카페 아냐?” 형은 ‘젊은 여자 사장’과 ‘그림’이 많이 걸려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형은 ‘커피그림’이라는 말은 안했지만, ‘커피그림’을 말하고 있었다. 상민은 형에게 그 카페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거 동현이 여자친구가 하는 카페잖아. 거기 사장이랑 내 친구 둘 다 나랑 고등학교 동창이야. 진짜 코앞인데 거길 안 가게 되네… 너 언제 한번 가면 안부 좀 전해줘.” 형이 말했다. 상민은 형에게 다음에 가게 되면 그리 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 상민은 형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고, 내일 아침에 올라가야겠다고 말했다. 형은 당황스러운 듯 보였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했다.

(끝)

최현승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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