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에 국가 건강검진에 공복혈당장애 진단이 나왔다. 


밥대신 케이크와 커피로 때우고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일주일에 두번은 수영, 3번은 필라테스로 꽉 채워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젊은 것만 생각하고 식단을 신경쓰지 않았던 결과였다. 


그 몇년전은 더 심했다. 졸업 후에 회사를 잠깐 다니다가 자발적으로 계약 종료 때 관두고 나와서 침대와 하나가 되어 방대한 양의 미국드라마를 보느라 바빴다. 새벽을 넘겨서 드라마 정주행을 했다가 그냥 배고플때 밥을 먹었다. 밥대신 빵이나 불량식품으로 때울때도 많았다. 아침마다 학교를 가거나 회사를 가기 위해 하던 일들이 멈추니 모든 일상이 무너졌다. 감정은 늘 저 아래에 밑돌고 그림을 그려도 일이 들어오지 않아 불행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늘. 


그나마 그 시절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방대한 양의 인풋을 들인 시기라 그렇다. 우울하니 영화라도 봐야할 것 같아서 씨네큐브에 가서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에 가서 당장 읽지 않을 원서나 책을 샀다. 그렇게 사면 언젠가는 읽었다. 전시를 제일 많이 보았다. 전시가 너무 좋아서 전시장에 있는 아트샵에서 아르바이를 한 적도 있다. 


프리랜서의 일상에도 규칙이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되는대로 행동하고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았다.  11년 가까이 외주 일을 받으며 일했지만 내 몸에 맞는 루틴을 찾은지는 고작 3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아침을 먹고 일주일에 2번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살피게 된 것이다.


프리랜서는 누구보다 규칙적으로 살아야한다. 그 규칙에 강제성이 없어서 거의 집착하다싶이 이 규칙을 사수해야한다. 왜냐하면 건강과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돈은 곧 내 일상을 지탱해줄 기본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돈을 쫓아 일을 많이 받으면 결국 과부하가와서 부족한 시간을 붙잡고 마감만 하다가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래서 적절한 일정 관리가 제일 중요하고 일과 쉼을 스스로 잘 맞춰 한달계획이든 10년 계획이든 해야한다. 


내 경우 아침은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먹고 있다. 가족 모두가 출근하는 시간에 비슷하게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율무 아침밥을 챙겨주고 엄마와 내 아침을 챙긴다. 최근에 정착한 메뉴가 있는데 오아시스에서 산 식재료를 간소화해서 미리 손질해 놓으면 일주일 내내 메뉴 고민 없이 빠르게 준비해서 먹을 수 있다. 혈당 관리를 해야해서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닭가슴살 한개와 식빵 한조각 청상추와 루꼴라, 방울토마토나 과일 조금을 샐러드로 잘라 넣어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을 넣어 먹는다. SNS에서 외국의 의사가 제안한 식단 관리법 중에 원플레이트를 선호한다. 절반의 야채와 남은 절반을 각각 단백질과 탄수화물 조금으로 모아서 먹는 방법이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면 간식이 생각나지 않아서 좋다. 이렇게 먹고 남으면 도시락으로 싸서 작업실에 가져가 먹는다. 20대때 백수로 지낼 때 4인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스트레스여서 화도 많이 났다. 그러나 지금보니 귀찮다고 하지 않은 것이 더 빨리 늙는 지름길 같아 몸을 꾸준히 자주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주중 2회는 오전에 크로스핏을 한다. 수영, 요가, 필라테스를 다 해본 내가 몇번의 부상을 겪고 정착한 운동이다. 

사설업체에서 하는 아주 강한 수준의 크로스핏이 아닌 일반인 대상으로 구민체육센터에서 저렴하게 하는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옥훈련같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와드라는 운동 루틴이 있고 이걸 하는게 일반적인 크로스핏과 똑같다. 다양한 기구를 더 놓지 않았을 뿐 아주 힘들고 다양한 운동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생각이 아주 많은 나는 주 2회 운동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잡스러운 생각이 땀과 함께 사라진다. 매주 2회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이 상태로 터덭터덜 걸어 집으로 가서 씻으면 정말로 개운하게 다시 태어난다. 튼튼해진 정신과 몸을 얻고서.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해본 결과, 적당한 규칙과 불규칙이 있는 일상이 창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자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스케쥴 변동이 잦으니 오전 일과와 저녁 일과 만큼은 규칙적인 것이 일과 일상 사이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일상은 되도록 규칙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