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에겐 보이지 않는 것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1.08.05

#50

🎈 철딱선희의 PICK

✔️ 도서 : <보이지 않는 고통>

🕯 아세틸렌 램프의 PICK

✔️ 인물 : 야마가타 요시카즈

* 정정하는 글

안녕하세요! 에디터 철딱선희입니다 🎈

48호에서 닌텐도 스위치 <크레용 신짱 ~나와 박사의 여름방학~>을 소개했었는데요.

플레이하다 보니 48호에 잘못된 정보가 있어 정정하려고 합니다. 💦

인트로를 죄 스킵하고 넘겼던 터라 요요코네 가족 구성이 엄마, 딸, 남편인 줄 알았는데요. 😅 갑자기 요요코의 썸남(...)이 등장해서 다시 앞으로 돌려보니 언니, 딸, 아빠로 이루어진 가족이더라고요. 😱 어쩐지 아무리 봐도 캡의 나이가 의심스러웠는데 이건 편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아무튼 플레이를 할 때마다 밝혀지는 마을 주민들의 정체(?)에 깜짝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하타 씨의 남편이라든지요...

겸사겸사 한글화 소식도 찾아보니 아무래도 현지 평이 썩 좋지 않아 한국 출시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

📕 도서 | 과학자에겐 보이지 않는 것

2020년과 2021년을 돌아볼 때 감염병의 공포보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올해만 해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생명을 잃었는지요.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애도를 표하는 것보다 책임을 피하는 일이 먼저인 사람들을 보면서, 산업재해나 직업병을 연구하고 판단, 진단하는 건 누구일까 궁금해졌어요.

<보이지 않는 고통> 캐런 매싱 지음, 김인아‪・김규연・김세은・이현석‪・최민 옮김, 동녘, 2017‬

직업보건 영역의 많은 연구자들은 사실 자신들이 연구하고 있는 직업 관련 질환이나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곳은 공장의 남루한 바닥과 멀리 떨어진 그들의 연구실이다.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좌파 예술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졸업하고(자신이 중산층 엘리트라는 사실을 자조합니다), 대학 실험실에서 곰팡이 연구를 하던 저자 캐런 매싱은 우연히 대학 자원 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건강을 연구하는 일에 참여합니다.

가공된 폐광석으로 포장한 도로에서 방사선이 방출되었고, 그제야 '신문기사'를 보고 자신들이 방사성 분진에 오염된 광석을 가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했던 거죠.

나는 사업주와 과학자‪・행정가들이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여러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켜봤다. 나는 과학 기득권층의 제약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직업보건 연구의 학문 영역을 어떤 식으로 형성하는지 지켜보았다.

매싱은 몇몇 노동자의 유전자 표본에서 일반인에 비해 염색체 손상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한 직업보건 전문가에게 도움을 얻기로 합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매싱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노동자들은 염색체 검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지를 받게 됩니다.

매싱이 그에게 경위를 묻자, 비서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내용을 정정하겠다고 하지만 정정하는 편지는 도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특이한 표본 사진을 교과서에 싣고 싶다고 관심을 보입니다. 노동자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건강과 미래까지 위협받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과학'이라는 것이 때때로 저임금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효과를 부적절하게 해석한다

과학적 연구라는 것은, 특히 인간의 질병 발생 또는 죽음과 관련한 연구라는 것은 질병이나 죽음이 발생한 후에나 이루어질 수 있고, 그때서야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 도대체 얼마나 더 병이 나고 죽어야 A가 B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매싱은 '과학자나 정책 결정권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려는 의지가 능력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 간극을 '공감 격차'라 부릅니다.

나는 연구소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하느라 서 있는 주방 노동자들을 가리켰고, 점심을 함께하는 두 시간 동안 '저 주방노동자의 다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측정하는 것은 해볼 만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편집장은 그저 '압박 스타킹과 좋은 신발을 사라고 권하면 된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공통된 주제를 끄집어내기 위해 그에게 박물관을 천천히 걸을 때 다리와 허리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을 상기시켰다. 그건 통했다. "아, '박물관 피로' 말이죠!" 갑자기 그가 상기된 채 말했다. 그는 박물관 피로가 유망한 연구 흐름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박물관 피로에 관한 연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테니스를 두 시간쯤 쳐서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을 외상과염(테니스엘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반년간 주 50시간 전선 피복을 벗기는 일이 똑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과학자들.

그런데 기업과 고용주에게는 '공감'을 비싼 값에 팝니다.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노동으로 인한 질환, 질병이 아닐 것이라며 그들의 손을 쉽게 들어주거든요.

매싱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공학과 직업보건이 이들과 노동자를 잇는 가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싱글맘이자 여성 과학자로서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도 면밀하게 살펴요.

여성 노동자들은 과중한 작업량과 탈진에 대해 호소했지만, 그들이 일하는 환경은 안전보건 전문가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괜찮게 보였던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기에 여성들은 작업현장에서 앉아서 일하고 있었으며, 무거운 것을 들지도 않았고 뜨거운 온도에서 땀을 흘리는 것도 아니었고, 남성 노동자들처럼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독성물질을 흡입하지도 않았다.

건설 현장의 추락사나 폭발 사고처럼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고 극적인 사고들에 비해 여자들의 일은 '단순한 일' '쉬운 일'로 치부되며 그들이 겪는 고통도 흔히 축소되어 왔어요. 얼마 전 사망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에서 1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옮겨야 했다고 하는데요. 모두가 이 대목에서 말을 잇지 못했던 건 청소노동의 힘듦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예의에 어긋나 보일까 봐 서서 일해야만 하는 은행원과 계산원 들, "보이지 않"아야 하고 "사라지기를" 요구받는 청소노동자들. 언뜻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여도 여성들의 작업 구역은 현저히 좁기 때문에, 조금씩 걸어다닐 수 있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 일에 자주 내몰립니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서만 압박 스타킹과 다리 붓기를 빼는 방법을 추천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몇 년 전 가게 영업시간에 대해 대중적 토론이 벌어졌을 때 몬트리올 신문에 한 편지가 실렸다. 편지의 화자는 가게 영업시간을 연장할 것을 주장했고 새벽 두 시에 송아지 커틀릿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는 어째서 자신이 이러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편지 작성자는 자신이 방문한 슈퍼마켓 점원이 뚱뚱해지든, 젊은 나이에 죽든 신경이나 쓰는지 모르겠다. 그저 야간근무로 추가수당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강제로 교대 업무를 해야만 하는 여성 노동자들에 한정해 쓰인 부분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달리 읽힐 것 같은 부분입니다. 배달도 물류센터 노동도 야간 택배도 '돈을 많이 벌려고 스스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건 댓글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레퍼토리예요. 하지만 정말 그들이 '선택'한 것일까요? 설령 선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양의 업무, 건강에 치명적인 야근 노동을 지속하는 것을 내버려두어도 될까요? 실제로 이들은 돈을 많이 벌고 있을까요?

노동환경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곳에서든 누군가는 무척 고집스럽게 굴어야 한다.

가장 고통받는 사람의 필요에 집중하는 직업보건 연구를 북돋는 것은 결국 대중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지식과 노력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고용주, 관리자, 학계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노동자들에게 귀 기울이고, 노동자들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트위터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 계정은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내가 누린 편리함이 누군가의 죽음을 딛고 찾아온 것은 아닐지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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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 일본의 "여기" 패션을 만드는 사람

야마가타 요시카즈 山縣良和 Yamagata Yoshikazu

2005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 대학을 졸업했다. 재학 중에 존 갈리아노의 디자인 조수로 일했다. 2007 년 "writtenafterwards" 설립. 2008년부터 도쿄 컬렉션에 참가. 2014년 매일패션 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5 년에는 일본인으로서 처음 LVMH 프라이즈의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선정. 또한 패션 표현의 실험과 배움의 장으로서 2008년부터 대안패션학교 "여기 학교(ここのがっこう)"를 주재했다. 2016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 대학 패션 디자인학과와 일본 최초의 수업의 강사를 맡았고 2018년부터 도쿄 예술 대학에서 강의를했다. 2019년 The Business of Fashion 주최 BOF 500에 선출되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야마가타 요시카즈는 유명 모델 미즈하라 키코가 입은 총액 1천만 엔의 거대한 드레스를 제작해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여러 작업 중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것은 <일곱 명의 신 시리즈(七福神シリーズ)>(2013)으로, 일본 고대 신화의 일곱 신을 현대로 불러온 야마가타의 프로젝트입니다. 일본은 모두가 완벽한 형식의 추구 속에서 영구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2011년 3월 전까지는요. 태초의 재앙, 그러니까 인류가 에덴으로부터 추방되는 것에 비견되는 고통을 겪은 일본. 야마가타는 태초의 인류가 낙원에서의 추방 이후 옷을 지어 입은 것처럼 일본 열도,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패션 작업으로 표현했습니다.

서양에서는 하나님께서 창조, 즉 크리에이션을하고 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술은 하나님에 가장 가까운 행위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여기까지 가치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한편 패션은 예술의 요소도 물론 있지만, 더 변하기 쉽고 유동적 인 것입니다. 패션은 '옷'이 아닌 '복장'의 것. 물건이 아니라 현상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의 축 "유행"이라는 말은 흘러간다, "流行"이라고 씁니다. 불교에서 우주 만물은 항상 유전(流轉)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일컫는 제행무상(諸行無常)에 매우 가깝다.

최근 야마가타는 "여기 학교"를 설립하여 후임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요. 초등학교부터 성적도 좋지 않고, 일본의 정규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을 맛보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야마가타는 런던에 유학한 후 패션 교육에 대해 일본과 다른 가치관을 경험합니다. 이후, 자신처럼 갈피를 못 잡는 학생들을 위해 "여기 학교"를 창립했다고 말합니다. 패션이나 미술을 공부한 적이 없는 학생들도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배움의 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한국과 중국, 미얀마,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10대부터 80대까지 나이와 경력을 따지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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