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손실과피해
TODAY's DIGGING
역사적 순간과
풀리지 않은 숙제
┃글 June
“우리는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푸른 행성을 물려줘야 합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너지 위기 때문에 우리의 다짐을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이집트에 모인 세계 각국 대표자들이 ‘기후 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어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27)였죠. 이 회의는 기존에 상상하기 힘들었던 세계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기후 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작지만,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저개발 국가들에 선진국들이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큰 틀에서 이뤄졌던 이 합의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처음으로 구체화됐어요. 저개발 국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사용될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한 거예요. 총회 막판까지 논의가 치열하게 벌어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예상외로 회의 첫날에 극적으로 출범을 선언했어요.
30년 만에 만들어낸 ‘역사’
이번 COP28에서 첫발을 뗀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 변화를 더 많이 초래한 선진국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선진국은 더 빠른 산업화, 더 많은 자원 활용으로 탄소 등 오염물질을 대량 배출해 가며 경제적 부를 누렸지만, 이에 따른 기후 변화는 저개발 국가도 함께 겪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거죠.

이 논의는 사실 30여 년 전부터 시작됐어요. 하지만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합의에 이르는 건 힘들어 보였어요. 그러다 지난해 회의에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됐고, 정말 어렵게 ‘한 번 해보자’라는 합의에 이를 수 있었어요. 이후 세부 사항 준비를 거쳐 올해 기금을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고요.
기금 출범은 ‘역사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영국 유력 언론인 BBC는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한 30년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고, 이번 총회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 의장은 “오늘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어요.

지난 5일까지 모인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4억 2900만 달러(약 5573억원) 규모예요.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를 기부했고, 유럽연합(EU)이 독일의 기부금에 더해 27개 회원국 대표로 1억 4500만 달러를 더 내놨어요. 영국(5000만 달러), 미국(1750만 달러), 일본(1000만 달러) 등 국가도 기부금을 내기로 했어요. 다른 나라들의 기부금 발표에 따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에요. 한국은 아직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어요.

역사적이긴 한데...엇갈리는 반응
하지만 ‘손실과 피해 기금’은 다양한 비판 또한 마주하고 있어요.
  • 지원 금액이 턱없이 적어
    미국 뉴욕타임스는 “2030년까지 기후 관련 피해로 저개발 국가에서 연간 2800억∼5800억 달러(약 377∼754조 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결해야 할 문제의 규모에 비해 기금이 너무 적다”고 비판했어요. 또 “특히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이 발표한 기부 금액은 당황스럽다”고 평가했어요.
  • 자율적인 기부로는 부족해
    국가별로 구체적인 분담금을 정하지 않고, 책임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율적인 기부를 통해 기금을 조성한 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와요. 기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강제력도 부족하다는 거죠.

  • 앞과 뒤가 다른 나라들이 있어
    이번 총회 의장국을 맡고, 독일과 함께 손실과 피해 기금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UAE 등 산유국들이 ¹그린워싱(Greenwashing)을 시도한다는 비판도 쏟아졌어요. 앞으로는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면서, 뒤로는 자국의 주요 상품인 석유 등 화석 연료를 팔려고 총회 참가국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릴 때마다 거대 석유 기업 관계자들이 각종 로비에 나선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어요. 
¹그린워싱
: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각종 홍보 활동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탄소중립 성적표 공개되는 COP28
이번 총회는 시작과 함께 저개발 국가를 위한 기후 기금 마련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아주 큰 과제 하나를 남겨두고 있어요. 이번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과 함께 주요 안건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 점검’이에요.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2015년 ²파리협정에서 채택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해요. 

²파리협정
: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시대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고, 상승 폭을 1.5℃ 이하로 막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합의.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감축 목표 이행 성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요. 많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고, 계획서를 제출한 나라들도 목표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대요. 이미 지난 9월 유엔은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은 국가는 없었다”며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지구온난화를 늦추기에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어요.

큰 성과와 과제를 함께 안은 이번 총회는 12월 12일까지 계속돼요. 총회가 끝날 때면 고위급 회의를 통해 회원국 합의에 따른 결정문이 발표될 예정이에요. 수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이 마지노선인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속출하는 지금,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내용이 발표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3줄 요약
· 지난 30일 시작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저개발 국가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이 출범했음. 
· 기금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30여 년 만에 선진국들이 기후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음.
· 다만 기금 규모가 피해를 보상하기에 작고 선진국들의 자율적인 기부에 의존한다는 점, 산유국의 ‘그린워싱’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비판받고 있음.
EDITOR's COMMENT
함께 걱정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세계
안녕하세요. 디그를 쓰는 JUNE입니다. 오늘 다룬 COP28 이야기는 ‘기후 손실과 기금’을 출범시켰다는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기 위해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로소 각종 ‘기후 재앙’에 고통받는 저개발 국가들이 선진국에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는 의미니까요.

하지만 역사적 순간을 만들어 낸 이번 총회는 세계가 함께 ‘기후 위기’라는 당면 과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는 걸 알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사실 COP28에서 지금까지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건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 의장이 내놓은 발언이었어요. 총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화석 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 발언에 관한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그는 “오해가 있었다”며 뒤늦게 수습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산유국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죠.

세계 1·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불참했다는 점 또한 이번 총회를 힘 빠지게 하는 요소예요. 영국·프랑스 등 다른 국가 정상이 참여한다고는 해도, 보다 강제력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미·중 정상의 부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기후 위기에 공감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고려하며 눈치를 보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탄소배출량 10위권 국가인 한국은 기부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어요. 정부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해요.

모두가 함께 겪을 기후 위기. 다들 걱정은 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처는 아직 제각각인데요. 어려운 30년 세월을 지나 결국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만들어 냈듯, 언젠가는 총회에 모인 국가들이 완전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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