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로에 선 명품 커머스 2.SPA의 역습
 2022.10.19 22-04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발란의 투자 유치 부럽지가 않어
  02 파산했던 포에버 21이 부활했다고요?
  03 뉴스 TOP5 - '뉴진스의 성공과 D2C의 상관관계'

   

발란의 투자 유치, 부럽지가 않어
 
     
출처: 인베스트 조선 
      
일단 투자 유치, 하긴 했는데요

지난 10월 14일 발란이 시리즈C 라운드를 마무리하면서,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개 플랫폼 모두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사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 유치 자체에 성공한 것만 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서비스 중단을 선택하는 곳이 나올 정도로, 대외적인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넘겼을 뿐, 여전히 발란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우선 기업가치가 대폭 내려갔습니다. 올초만 해도 명품 커머스 최초의 유니콘을 꿈꾸던 발란이었지만, 최종적으로 3천억 원 수준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시리즈B 기준으로 2,5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에 비하면 20% 정도 오른 것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투자금액 규모도 줄었습니다. 시리즈B 때 총 325억 원을 받은 반면, 이번에는 250억 원을 확보하는데 그쳤거든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경쟁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도 발란에게는 악재입니다. 우선 트렌비는 350억 원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금 공격적인 확장을 준비 중에 있고요. 머스트잇은 가장 적은 금액인 200억 원을 받았지만, CJ ENM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되었습니다.

시장 1위라도 쉽진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셋 중에 발란이 가장 유리한 지점에 서있다는 걸 부인할 순 없습니다. 현재 명품 버티컬 내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플랫폼이 바로 발란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발란은 올해 연간 거래액 목표를 1조 원이라 밝혔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재 돌아가는 상황만 봐서는 아무리 업계 1등이라 하더라도, 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발란의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400% 증가한 3,812억 원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한 것 같지만, 전년이 아닌 직전 반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성장세가 둔화된 모양새고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을 걸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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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명품 수요는 확실히 급감하고 있습니다. 우선 네이버 쇼핑 클릭량을 봤을 때,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을 제외한 주요 프레스티지 브랜드와, 가장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아미, 메종마르지엘라 등 매스티지 브랜드 모두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요. 이를 반영하듯이, 명품 플랫폼 3사의 MAU 추이도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 중인 데다가, 특히 3분기 들어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명품 수요가 감소한 원인을 추정해보면요. 우선 2분기에 본격적인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소비가 분산되기 시작했고요. 특히 그간 어려움을 겪던 명품을 제외한 다른 패션 브랜드들의 실적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이러한 대체재 소비의 증가는 당연히 명품 소비 감소를 불어왔을 거고요. 또한 3분기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환율로 인해 여행이나 면세점으로 명품 수요가 이탈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락 속도는 확실히 우려되는 수준이고요. 이처럼 시장 자체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면, 아무리 내부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발란의 내일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멀고 먼 흑자 전환의 길

그렇기에 발란은 이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IPO라는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는 적어도 잡아야 하니까요. 일단 발란의 부채비율은 55% 수준으로 타 명품 버티컬 대비 양호합니다. 더욱이 작년 적자 확대의 주원인이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던걸 고려하면, 올해는 확실히 이를 자제한 터라 수익성이 일정 수준 이상 개선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기엔 역시나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일단 거래액 경쟁을 하기 위해, 벤더 상품 비중이 크게 늘렸는데요. 이러한 오픈마켓 형태로는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선 수수료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거래액 성장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오케이몰이 직매입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매입은 상당한 운영 역량 없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거래액 규모를 키우는 데도 불리하고요.

다행히도 발란이 론칭 초기부터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이 해외 부티크 확보입니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직매입 사업을 꾸준히 키우고, 소싱 측면에서도 차별화 노력을 지속한다면 발란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더욱이 일단 작년 치열한 경쟁 속에서 1위 자리를 선점했다는 건, 큰 힘이 될 거고요. 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명품 버티컬 커머스들이 여전히 구색과 가격 이외의 고객 차별화 요소를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를 찾지 못한다면, 설사 경쟁자들을 다 물리친다고 해도 공급자들에게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요. 더 많은 트래픽을 가진 다른 플랫폼들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당할지도 모릅니다. 과연 발란은 자신 만이 가진 본질적인 차별화 요소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파산했던 포에버 21이 부활했다고요?
 
        
출처: Forever 21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조짐이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초저가 의류 브랜드들이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리서치 업체인 글로벌 데이터 PLC에 따르면, 미국인의 의류 지출에서 저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9.1%에서 현재 22.4%까지 상승했다는 건데요. 물론 숫자로 보면, 크게 와닿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요. 업계의 움직임은 확실히 심상치가 않습니다. 지난 2020년 파산 직전에서 겨우 살아난 포에버 21이 23년 6월까지 14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 거라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자라와 H&M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고객이 계속 몰리고 있고, 신흥강자 쉬인 역시 ESG와 관련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섭게 성장 중입니다.

사실 여기서 쉬인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상당한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이들이 '한철만 입고 버리는 옷'을 유통하여, 과소비를 조장하고 환경을 해친다는 부정적 여론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리한 확장에 나서다가 파산까지 이른 것이 바로 포에버 21이었고요.

또한 이커머스의 성장 역시 패스트패션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주 고객이던 젊은 층들이 온라인으로 떠나갔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시기, 급성장한 쉬인은 반대로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였고요.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옷을 찾아 다시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트렌드를 선두에서 이끄는 것이 오직 오프라인 매장 만을 고집하는 프리마크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 포인트이고요.

온라인이라고 항상 싸진 않습니다

아일랜드에서 탄생한 프리마크는 지난 2015년 미국에 진출하면서 이미 돌풍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프리마크도, 오직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했기에,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는 비껴가지 못했는데요. 리오프닝과 함께 찾아온 경기 침체를 기회 삼아 다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습니다. 현재 13개인 매장을 2026년까지 60개로 확장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프리마크가 가진 가장 핵심적인 무기는 역시 가격입니다.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중국 광저우의 엄청난 생산 인프라를 가진 쉬인보다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이렇듯 놀라운 프라이싱이 가능했던 건 오직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한 전략 덕분이라 합니다. 

데이터 출처: GlobalData PLC

아니 오프라인 브랜드가 온라인보다 저렴한 게 가능하냐고요? 우리는 흔히 온라인 채널이 오프라인보다 비용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주문 건별로 발생하는 배송비와 패션 브랜드에게 피할 수 없는 반품 비용까지 따지면,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 비용 관리에 더 유리할 수 있거든요. 특히 프리마크처럼 마진을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리는 박리다매 전략을 택하는 경우, 온라인 채널 확대는 적자의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배송비용과 반품비용을 더하면 단위당 이익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경쟁 심화로 인해 고객 획득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고요. 그래서 프리마크는 온라인 판매를 포기하고, 대신 창고와 재고, 배송 비용을 없애서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심지어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전혀 하지 않고 상품 결제는 가능하나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하여 픽업해야 하는 '클릭 앤 콜렉트' 서비스만 선보였을 정도인데요. 대단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매력적이라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매장 픽업을 해서라도 구매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팬을 모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시 포에버 21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오프라인 리테일의 몰락과 함께,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던 이들에게 다시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에버 21 역시 다시 매장을 확대하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 합니다. 특히 프리마크가 보여준 것처럼 온라인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방법을 찾은 상황이고요.

이제 Z세대는 오직 온라인에서 만나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합니다. 그들은 이유만 있다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이들에게 접근할 것인가입니다. 과거처럼 TV 등을 활용한 대형 캠페인은 더 이상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요. 디지털 광고는 너무 비싸졌습니다. 따라서 이제 패션 브랜드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들을 모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프리마크 역시 광고 대신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였고요. 포에버 21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여, 매장 오픈을 준비하는 동시에 지역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브랜드의 팬을 확보하여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지양하고, 이를 가격과 품질에 투자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 같네요.

  
트렌드에 반(反)한 기획과 이를 잘 전달한 전용 앱 포닝까지

제품 개발 및 맞춤형 추천을 넘어, 광고 비즈니스까지!

빠른 매장 확대와 다양한 브랜드 유치가 핵심이었습니다

블랭크가 미래를 건 IP 커머스에 대해 알려 드립니다

요새는 유니버스가 없으면 브랜드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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