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손톱은 자르셨나요?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2주에 한 번 정도 손톱을 자릅니다. 며칠 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손톱을 잘랐습니다.

손톱을 깎을 때 바닥에 깔 신문을 한 장씩 말아 벽장에 넣어 뒀습니다. 말려있는 신문지를 벽장에서 꺼내와 바닥에 펴고 티비장 서랍에 넣어둔 손톱깎이 세트를 꺼냅니다. 한 손에 손톱깎이를 들고 반대쪽 엄지손톱부터 하나하나 자르기 시작합니다. 또깍또깍 손톱이 잘려나갈 때마다 멀끔해지는 기분 그리고 묵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기분이 들어 괜스레 상쾌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손톱을 자르고 나면 꼭 희한한 일이 생깁니다. 손톱깎이를 다 챙겨서 서랍장에 넣어놓고 손을 확인하면 꼭 안 자른 손톱이 발견되는 겁니다. 그리고 미처 자르지 못한 주인공은 오른쪽 엄지손톱일 때가 많습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제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른손으로 열심히 왼쪽 손톱을 깎고 나면 손을 바꿔 오른손 손톱을 자릅니다. 그런데 엄지손톱이 두껍다 보니 조금 더 얇고 자르기 쉬운 검지 손톱부터 자르는 거죠. 오른손 새끼손톱까지 다 잘랐으면 다시 엄지손톱을 잘랐어야 하는데 손톱을 다 잘랐다는 생각에 미처 확인을 못한 겁니다. 

남아 있는 오른손 엄지손톱을 보고 처음에는 ‘아 귀찮아졌네.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잘라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엄지손톱이 가여워 졌습니다. 다른 손톱들을 자르느라 부단히 고생하고는 정작 자기는 다듬어지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다른 손톱들이 너도나도 예쁘게 단장을 했는데 엄지손톱만 덩그러니 오래된 낡은 손톱을 달고 있는 겁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말이죠. 

어찌보면 우리 주변엔 엄지손톱 같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새벽 거리를 청소하시는 분들, 수해 현장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나가 도움을 주시는 분들, 회사에서 묵묵히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처럼 말이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님 스스로 엄지손톱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좋은 마음으로 상대에게 베풀었던 호의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그럴 겁니다. 내 시간을 쪼개서 누군가를 도왔는데 아무도 몰라줄 때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홀로 깎이지 않은 엄지손톱이라고 해서 늘 힘들고 외롭기만 한 건 아닐 겁니다.

손톱을 자른 직후에는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맥주 캔 뚜껑을 따기도 불편하고 코딱지를 파기도 불편하죠. 제 경우에는 노트북에 몇 년 간 붙여둔 스티커를 어제 모두 뗐는데 남아있던 엄지손톱이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진득하게 남아 있던 스티커 자국을 엄지손톱으로 다 긁어내 버렸거든요. 제 역할을 다해 준, 남은 오른손 엄지손톱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모두가 제 살길만을 고민하고 자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할 때 누군가는 또는 님이 남아버린 엄지손톱 같은 취급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괜한 수고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누군가 옆에서 ‘와! 대단해!’, ‘오! 고마워!’ 같은 입에 발린 칭찬이라도 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내가 베푼 호의와 선의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껴질 땐 좌절감과 무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하지만 내 마음과 시간을 들여 내민 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외롭거나 힘들지 않을 겁니다. 

지난 한 주, 님에게 엄지손톱처럼 호의를 베푼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미처 하지 못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건 어떨까요? 또한, 내가 누군가에게 엄지손톱 같은 호의를 베풀었다면 자신을 칭찬해주세요. 나를 알아주고 아끼는 것도 필요한 일일 테니까요. 

오늘은 남은 엄지손톱도 마저 예쁘고 깔끔하게 다듬어야겠습니다. 고생한 엄지손톱에게 감사함을 담아서 말이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책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에 나온 이야기들과 미처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려 합니다. 시간되시면 함께 해주세요.

8/13(목) 저녁 7시 30분 (인사동 부쿠)
8/19(수) 저녁 7시 (최인아책방 GFC점)
9/2(수) 저녁 7시 30분 (강남 ㅍㅍㅅㅅ아카데미)
9/18(금) 저녁 7시 (책발전소 위례)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책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를 썼습니다. 

더 오래 더 능력 있는 마케터로 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을 썼습니다. 

10여년 간 마케터로 살아오며 느끼고 공감하는 마케터로서의 일하는 방법과 자세 그리고 고민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마케터라면, 나아가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곁에 두시고 '그래 맞아. 이렇게 일하는 거였지'라는 컨닝 페이퍼처럼 두고 읽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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