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손창현'을 아시나요?

'인간 강혁진'은 530명의 구독자분들께서 함께 보고 계십니다.
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오늘 인간 강혁진을 쓰기까지 유난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고로 글감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매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이 저의 고민과 질문과 만날 때, 글감이 탄생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편지를 쓰기 전까지, 그러니까 메일 발송을 1시간 30분 남겨둔 이 시점까지도 이렇다 할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글감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10개가 넘는 예비 글감들을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해두었지만 지금 시기에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제가 스스로 사서 하는 이 ‘글 쓰는 고통'이 꽤 버겁게 다가왔습니다. 연초, 새롭게 시도하는 이런저런 일들 탓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많지 않았습니다. 뭐 한다고 그리 바빴는지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드라마 하나 제대로 보지 못했죠.

여러분에게 ‘이번 주는 쉬어갑니다'라고 메일을 쓸까 하는 생각을 5초 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쉬어가는 기회는 정말 글을 쓰기 힘든 상황이 생길 때가 아니면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창작의 고통을 경험하던 차에 문득, 정말 기가 막힌 글감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창작의 고통'을 이야기해 보기로 한 겁니다.

어제 오늘 SNS에서 퍼지고 있는 이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손창현'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손창현은 누구인가'라는 게시물부터, ‘상습 도용범 손창현'이라는 스압(내용이 길고 많아 스크롤을 한참이나 내려야 글을 다 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스크롤 압박’의 줄임말) 게시물(링크)까지.

‘손창현'이라는 사람은 수십 개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야가 다양합니다. 소설, 표어, 사진, 창업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공모전에 출품해 높은 순위로 입상하거나 수상을 한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출품작이 남의 아이디어나 작품을 표절하거나 심지어 도용에 가까울 정도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외국 언론사의 기사에 사용된 사진을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고 출품하거나, 지자체가 공개한 아이디어를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내놓은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일도 아닌데 무척이나 화가 났습니다. 도용당하고 표절 당한 사람들의 마음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져서였습니다. 사진 한 장, 표어 한 줄, 글 수만 자는 그냥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 많은 고통이 있겠지만, 창작 과정이 인간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꽤나 큽니다. 인간 강혁진이라는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일처럼, 끝나는 기한도 없이 매주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일도 그렇습니다. 매주 찾아오는 고통의 크기가 작을 때도 있고 클 때도 있지만, 그 고통이 절대 사라지지는 않죠. 

하지만 고통을 잊게 하는, 나아가 이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이 그것입니다.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구독자분들에게 전달할만한 작은 인사이트로 만들고 한 편의 글로 완성시키는데서 오는 쾌감이 있습니다. 

나아가 이 편지를 읽고 종종 전해주시는 구독자분들의 답장과 피드백이 그것입니다. 인간 강혁진을 읽고 공감했다는 이야기를 본인의 SNS에 올려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형태로든 제 편지에 반응해주시는 구독자분들의 모습을 보면 ‘다음 주 편지도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꾸준히 써온 편지들이 모여 이번 봄에는 책으로 나옵니다. 수천, 수만의 사람이 보는 글은 아니지만, 편지를 읽어주실 님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글을 적곤 합니다. 그렇게 써내려간 글이 하나의 ‘창작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손창현'은 이런 벅찬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겁니다. 창작의 고통이 없다면 창작의 기쁨도 느낄 수 없습니다. 고통이 무서워 남들의 피눈물이 담긴 창작물을 도둑질 한 그는 어떤 형태의 기쁨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님께도 창작의 고통을 권합니다. 무언가 만들고 싶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창작의 고통은 꽤나 무겁게 다가올 겁니다. 하지만 님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마주하는 순간, 그 고통은 깡그리 잊을 만큼 커다란 기쁨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창작의 고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올 땐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를 담아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진심입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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