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유일한 성소는 이곳이오. 내가 죽으면 이곳에서 장례식을 치러줄 수 있겠습니까."
        "여기 원래 이렇게 시끄러워요?" -- "하하~ 오늘은 좀 나은 걸요.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난 여기 오는 게 좋아. 젊은 사람들도 많고 꼬마들도 볼 수 있고. 게다가 친절하잖아!"
                     "이곳은 공동체의 거실이오, 길 잃은 자의 안식처요, 경이로운 놀이터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이곳은 어디일까요? 🏫

게릴라 편집자의 암약을 기대하세요

🌱 죽순


휴일에 집에서 집중이 도서관을 찾습니다. 되도록 창가에 앉아 가방에서 , 필통, 메모장을 꺼내며 한동안 부스럭거리다가 서서히 읽기에 빠져들곤 합니다. 집과 가까운 도서관이 없어서 멀어도 마음 편한 곳으로 가는 편이에요. 남산도서관이나 정독도서관, 서대문도서관이나 구산동마을도서관을 들르곤 하죠. 대신 책은 거의 빌리지 않아요. 애써 멀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반납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더라고요. 택배 반납이 가능한데도요. 그러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를 편집하면서 도서관이 장서를 폐기할 책의 대출 빈도를 따진다는 알게 됐어요. 아뿔싸, 빌려야 책이 사는 거구나!
↑ 샌프란시스코 공공도서관 지진 피해 모습 (©San Francisco Public Library)

19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진이 크게 나 공공도서관 서가가 무너지고 책들은 작은 임시 열람실에 꾸역꾸역 넣어야 했다고 합니다. 도서관은 책 대출 이력을 따져 살릴 책과 버릴 책을 결정했고요. 음악, 예술 책이 무더기로 버려질 판이었습니다. 사서들은 몰래 분류 표시를 바꿔치기 해 책들을 살렸고, 이들에겐 ‘게릴라 사서’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저는게릴라 편집자쯤으로 암약 중이에요. 종종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근사한 책들을 도서관에 신청합니다. 다만, 세트는 신청할 없고, 1주일 1 1회에 신청 횟수가 한정돼 있으며, 5 이상의 단권도 신청할 없어요. 봄날의책에서 나온 카슨의 『녹스』는 출판 제작 측면(제작 영상 보러 가기)에서 보존의 의미가 확실하지만 정가가 5 원이 넘으니 도서관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까요? 제가 한번 신청해보겠습니다!

↑ 시애틀 공공도서관 북 스파이럴  
↑ 빈하이 도서관 내부 

『도서관은 살아 있다』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외관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연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책에 사진을 싣지 않았어요. 저는 신나게 구글링을 하며 눈요기를 실컷 했지만요. 😉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의 작품으로 ‘북 스파이럴’이라는 형태의 서가가 층층이 경사로로 이어져 있어요. 관광 방문객에겐 신선한 체험일지 몰라도 사서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숙인 이용자들을 위한 각종 설비와 편의시설을 둔 인간적인 도서관이에요. 겉모습만으로는 쉬이 알 수 없는 지역 도서관의 역할과 역동이 『도서관은 살아 있다』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세계 어느 도서관과 견주어도 규모 면에서 뒤지지 않을 중국의 빈하이 도서관, 문제가 있습니다. 빈하이 도서관 내부는 새하얀 구름 위에 책이 쌓인 황홀합니다. 하지만 바닥부터 천장까지 채운 서가의 꼭대기 칸들은 얇은 금속 판재에 책등을 인쇄해 붙인 겁니다. 저자는 이용자의 손이 닿지 않고, 이용자가 꺼내 없는 책을 전시하는 도서관은책의 무덤 뿐이라며 일갈합니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 출간에 맞춘 걸까요? 오픈하우스 2022에서 멋진 도서관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어요! 도시를 둘러싼 환경, 건축, 장소와 예술을 담은 공간을 개방하고 발견하는 도시건축축제 오픈하우스 2022에 응봉근린공원 숲속도서관, 구산동도서관마을, 금천구립독산도서관을 돈다고 해요. 노쇼 방지용 1만 원을 선결제하고 당일 참석이 확인되면 돌려준다고 합니다. 어제 2시부터 예약 진행 중이에요. 선착순 마감이라 이미 정원이 찼을지 모르겠어요.😭


➣ 응봉근린공원(매봉산) 숲속도서관

구산동도서관마을

금천구립독산도서관 리모델링


저는 오늘 마포평생학습관에 『내 이름이 담긴 병』 빌리러 갑니다. 책인지는 『도서관은 살아 있다』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공간을 넘나들며, 『스페이스 (논)픽션』 북클럽 후기 

🧼 퐁퐁


『스페이스 (논)픽션』 북클럽 멤버들과 사흘간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공간-도시-기억-역사-시간-이동-자유-테크놀로지 등등 공간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 책답게 멤버들의 수다도 자유롭게 뻗어 나갔어요. 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음에도 온갖 곳으로 넘나드는 기분을 안겨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죠. 그런데 정말로, 이동하면서 읽었다는 멤버도 있었어요. 다음엔 지하철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며 책 읽는 모임 같은 걸 해볼까, 생각했죠.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은 분들은 이미 느끼셨겠지만 『스페이스 (논)픽션』은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기 좋은 책이잖아요. 멋지고, 가볍고, 책장 넘기는 맛도 있고요. 그렇게 각자의 공간에 머무르며 이동하며 책을 읽고 수다 떨면서 함께 넘나든 공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하철 - 영화관 - 미술관 - 도서관 - 히토 슈타이얼 『면세미술』 - 리나 보 바르디의 프로젝트 - 정지돈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 리처드 도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 필라델피아 러브파크 - 아파트 - 이인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 공원 - 뉴욕 -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 이와사부로 코소 『유체도시를 구축하라』 - 대구 복현주공아파트


정지돈 작가님은 독자들을 예측할 수 없는 곳들로 끌고 가는데, 독자들은 홀리듯 그를 따라가다가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의 진실을 상기"하며 경험담을 나눠주었어요. 영화관에서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드는 작가... 도서관에서 햇볕 내리쬐는 자리에 앉으면 숙면을 하는 독자... 대체 영화관은, 도서관은 왜 가는 거냐고요? "좋은 영화는 우리를 잠들게 한다"고 정지돈 작가님이 말했죠. 바꿔 말하면 좋은 공간은 우리를 잠들게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 날엔 정지돈 작가님이 채팅방에 입장했습니다. (두둥!🥁)

뉴욕에서 막 돌아와 '시차부적응' 중이었지만 뉴욕과 필라델피아 여행기가 시작됐죠. 책 앞부분에 스케이트보더들의 성지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 러브파크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시에서 공원 방문객들에게 방해가 된다며 스케이트보딩을 금지하고 경찰을 배치하자, 공원을 설계한 건축가 중 한 명인 에드먼드 베이컨이 넥타이를 메고, 헬멧을 쓰고, 보드를 탔다고요. 그의 나의 팔십에. 그 이후로 러브파크의 모습이 궁금했는데요, 더 이상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도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도 사라진 것 같다는 후기가 씁쓸했어요. 

권력자나 설계자의 매뉴얼대로 도시는 돌아갈 수 없어요. 그 안에는 살아 숨 쉬는 이들이 있고, 그들의 힘이 도시를, 공간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바꿔 나기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바뀌어야 할까요? 저 먼 곳, 필라델피아와 뉴욕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재개발 구역이나 쓰레기 매립지 문제로까지 다다르게 되었어요. 장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찾기. 『스페이스 (논)픽션』에서 시작된 질문들을 안고 우리는 11월 북토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답니다. 북토크 소식은 다음 레터에서 전할게요. 정지돈 작가님이 북클럽에서 나눠준 메시지를 각주 구독자 님들에게도 보내요.


"우리는 장소를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비장소 상태에서 가치를 발견하라면 내 소유가 아니어도 의미가 있는 차원으로 가야 하는데, 이게 무척 어려운 일 같아요. 단순히 개인이 무소유의 정신을 가진다는 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서... 공공의 차원에서 소유하지 않고도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되거든요."


📗 『스페이스 (논)픽션』 + 🎧 책읽아웃: 정지돈 


다들 해외 여행을 가는 것 같아서... 
🦈 조스바 - 그리스 & 『그리스 기행』
최대한 멀리 가보려고 합니다. 여행은 집과 멀어질수록 좋습니다. 낯설수록 더 설레기 때문이죠. 모든 게 갖춰진 패키지나 도시여행의 편리함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우연히 여행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요. 이 책을 읽고 그리스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헨리 밀러의 『그리스 기행』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리스로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기행문은 찬란한 자연 풍경을 그리는데, 광활하고 자유롭다 못해 아찔한 느낌마저 들어요. 미국에 살던 작가는 현대 문명을 끊임없이 비판합니다. 미국, 현대 문명은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지만 그리스는 가장 인간적인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중에서도 그가 ‘거인’이라고 부르는 엄청난 달변가도 만나게 되는데요. 이 책의 부제 ‘마루시의 거상’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이토록 거침없는 기행문이 있을까 싶어요. 그리스를 언제 가볼까 싶지만 가게 된다면 이 책, 『그리스 기행』과 함께 떠나고 싶어요.


저는 국내로 갑니다. 김서울 님의 『박물관 소풍』(가제) 원고를 하나씩 들고 전국(?) 박물관을 돌고 있는 제가 다시 가고 싶은 곳, 익산박물관입니다.
익산박물관 입구를 찾다가 아마 입이 딱 벌어지실 거예요. 드넓고 푸르른 미륵사지에 거대한 탑 두 기가 단정하게 서 있는 풍경에 탄성이 나옵니다. 환호와 떨림이 가득했던 미륵사지 발굴 작업 당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책 『백제 왕도 익산, 그 미완의 꿈』이 찰떡 같은 친구입니다.
미륵사 터 한편에 있는 익산박물관은 석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부처의 몸에서 나온 뼈, 부처가 쓴 경전, 그것을 보관하는 내함과 외함 등)와 함께 백제 시대 유물을 다룹니다. 그간 부여, 공주, 서울을 중심으로 백제권 유물이 다뤄져온 약간의 설움을 딛고 2020년 개관했죠. 아늑하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데, 땅과 비슷한 높이에 지붕을 두고 낮게 들어앉은 건물 때문이기도, 유물에 대해 더없이 애정 어린 목소리로 설명하던 문화해설사 님 덕분이기도 합니다. 익산에서 군산이 가까우니 두 도시를 함께 여행하셔도 좋을 듯!  
🦻 팔랑 - 집 여행하기 &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얼마 전,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건 확실하지만 아직 깊이 알지는 못하는 지인 한 분이 "팔랑 씨도 여행 좋아하죠?" 하면서 해외여행 얘기를 시작했어요. 경청은 했으나 제 순서가 되자 솔직히 털어놓았어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이제 세상 특이한 부류가 되긴 했지요.😅)
가급적 여행을 피하기 시작한 지는 제법 된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출장,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면 웬만하면 '장바구니 놀이'쯤에서 불끈 솟은 욕망이 사그러지곤 해요. 예컨대, 이번에 나온 신간 도서관은 살아 있다에 나온 '시애틀 공공도서관' 얘기가 무척 흥미로웠어요. 램 콜하스의 설계, 자유롭고 다양한 쓰임새로 각계각층의 지역 주민들로 북적거린다는 도서관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거예요. 강렬하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끌려, 구글 어스🌏를 펼쳐, 확대, 확대, 확대~ 거리뷰까지 동서남북으로 살펴보고는, 허리를 한번 뒤로 크게 제끼며 만세를 불렀죠. "와~ 다 봤다!" 그러곤 곧장 인터넷서점으로 들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세계 도서관 기행 등을 장바구니에 담고, 책장에서  도서관 환상들을 꺼냈어요. 

그런 저에게 풋노터들이 코로나 봉쇄 이후로 여행의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쓰라고 했을 때, 짜릿하게 마구마구 독차지하고 싶은 여행지가 바로 떠올랐어요!
바로 "집"🏠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 집을 꽤 오래 (최소한 2박 3일 즈음?) 독차지하고 싶어요, 혼.자.서! (물론, 청소와 빨래와 정리정돈이 흡족할 정도로 되어 있는 집이어야 함) 오전엔 햇빛을 받으며 진한 커피를 내리고, 내도록 책을 볼 거예요. 읽고 또 읽었는데 어느 쪽을 펼쳐도 다시 끝까지 읽히는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을 가장 먼저 집을 거예요. 이 책을 쓴 저자 단단은 수 년을 집에서 살아요. 집에서 꼼짝 않고 밖을 내다본 채로 그네들의 보이지 않는 일생까지를 셈하며. 점순이가 흰눈이 애들을 대신 보살피는 장면에 이르면 백퍼 눈물이 날 텐데, 울고 싶어지면 "점순이"를 떠올리며 목놓아 울거예요. 눈치도 안 보고 콧물도 내버려두고. 그러다 지치면 오후엔 장을 봐서 혼자만 먹을 수 있는 최고난도로 매운 찜요리를 하나 할 거예요. 매운 요리에는 진한 라거 맥주를 곁들여요.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맛있는 피노누아 한 병도 준비할 텐데요. 요건 치즈와 구운 통밀스낵과 야밤에 즐길 테야요!! 🍷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아쉬워요🤔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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