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모든 질문의 답은 사랑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위로의 말."
안녕하세요.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의 나 행복한 걸까?’ 누구나 한 번쯤 되묻는 질문이죠. 고수리 작가도 그랬습니다. 집 회사 집 회사를 오가며 정신없이 지내면서도 그는 작가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방송작가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사람을 오래 자세히 들여다보며 모두 다른 얼굴과 목소리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작가가 되어 글을 씁니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당하고 온건하게, 진실하게… 모두가 소프라노로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알토’의 목소리로 전하는 고수리 작가의 위로를  님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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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랑할 수밖에
작가 고수리

ⓒ 고수리 
사람과 삶에서 글을 배운 사람, 모든 질문의 답은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 KBS 〈인간극장〉 방송작가로 일했다. 특별할 것 없는 삶에도 이야기가 있음을 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를 썼고, 동아일보 칼럼 〈관계의 재발견〉을 연재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라며 ‘창비학당’ 등에서 글쓰기 안내자로 활동한다. 브런치 @daljasee, 인스타그램 @suri.see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누구에게나 살아 있기 잘했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늦여름, 고수리 작가의 책을 손에 쥐고 다가올 겨울을 기대해봅니다. 어느 새벽, 눈이 내리는 거리 한가운데서 전해질 작가의 온기를 느껴봅니다. 바람이 붑니다. 밤이 옵니다. 눈이 내립니다. 엄마가 천천히 오래 쑤어준 따뜻한 흰 죽 같은 글의 모음.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아서 걱정되나요. 걱정 마세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요.
- 어릴 적부터 소망해온 작가 되었다. 스물일곱에 다니던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방송 작가로 살고, 그리고 몇 권의 책까지… 작가의 삶을 살아보니 어떠한가?
2015년에 첫 책을 내고 6년이 지났다. 작가라는 일,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잘 맞는 것 같다. 나 혼자 시간과 능력을 설정하고 배분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할까. 사실 두 번째 책까지 작가라는 정체성 혹은 호칭이 어색했다. 그러다 세 번째 책을 내면서 아, 내가 (전업) 작가구나, 열심히 써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 그때부터 글에 관한 일들이 들어왔다. 신문 칼럼을 쓰고, 연재를 하고… 책을 한 권씩 낼 때마다 들어오는 제안이 달라지고, 글쓰기 강연이 들어오고. 지금은 매일 직업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초판과 달라진 건 무엇인가?
처음 쓴 글은 너무 솔직했다고 할까. 책을 내고 다시 읽어보니 ‘아, 책을 내고 싶어서 정말 조급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욕심. 도대체 어떻게 책을 냈고, 어떻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거지? (웃음) 젠더 감수성, 사람을 향한 연민, 그리고 내 글로 인해 혹여나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까를 기준 삼아 수정해나갔다. 너무 사적인 이야기도 들어냈다. 그 시절 고수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우울과 연민, 슬픔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감추기 위해 명랑하고 씩씩했음을 새삼 느꼈다. 좀 더 나이 든 입장에서 바라보니 그 시절 분투했던 내가 조금은 예뻐 보였다고 할까. 그 달라진 마음을 바탕 삼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긴긴 미움이 다다른 마음’ ‘꿈에 카메라를 가져갔어’ 등 세 편을 추가했다.

- 글쓰기 안내자로서도 사랑받고 있다. 사람 보는 눈, 사랑 보는 눈, 꿈 보는 눈, 삶 보는 눈이 선명하고 너그러워져서 내가 보고 싶고 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들을 글로 쓰게 하는 좋은 선생님일 것 같다. 고수리만의 글쓰기 수업 특징은 무엇인가?
잘 들어준다. (웃음) 직업적으로 수많은 취재와 수업을 이끌어봤지만 경청보다 훌륭한 기술은 없었다. 경청해야 좋은 질문을 던질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쓰는 글쓰기 수업에서 처음에는 모두들 주저한다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재촉하지 않고 들어준다. 3 즈음부터야 진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데, 순간 나는 상대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배우처럼 몰입한다. 아이컨택트를 하고 눈으로도 이렇게 말해준다. 믿음! 괜찮아요. 나는 무조건 당신 편이에요. 어떤 이야기든지 들어줄게요. 당신에겐 이런 장점이 있군요전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분명한 목적으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아니다. 그럼에도 글이 쓰고 싶어서 견딜 없단  ‘자기 이야기 하고 싶은 거다.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마음 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쓰고 나눌 있도록 안전한 글쓰기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 ‘잠시나마 손바닥에 머무는 조금의 온기 같은 이야기들’. 책 띠지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고수리다움’을 제대로 포착했다고 할까. 사소함, 평범함, 다정한 위로, 엄마… 고수리의 글은 담담히, 동시에 과감하게 나를 고백한다. 고수리에게 '글(쓰기)'이란 무엇일까?
계속 쓰는 일. 어떤 작가든지 첫 책은 좋다. 살아오며 꾹꾹 눌러 응축한 이야기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나의 첫 책 역시 그랬을 테고. 물론 지금의 고수리는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며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동시에 글로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작가들은 판매를 의식하지만, 나는 꾸준한 내 글에 반응이 오는 지금이 좋다. 첫 책에 고여 있던 욕심을 덜어낸 지금,  장면 장면 꾸준히 쓰는 매일이 좋다. 5부작 휴먼다큐드라마 〈인간극장〉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일상을 기록하고, 장면씩 이어 붙여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처럼매일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담담하지만 울림 있는 사유를 만날 거라고 확신한다.

- 한 장면 한 장면, 고수리가 만들어갈 '삶의 드라마'의 끝은 어디일까?
언젠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짓고 싶다. 장르 소설이나 동화 같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현실이 아닌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광고 일을 하고, 방송 작가로 살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고, 청소년 소설을 쓰고계속 기획과 창작을 해온 사람이어서일까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이 두렵지 않다. 시간이 흘러 ‘다른’ 글쓰기가 나를 찾아온다 해도 씩씩하게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젠가는 ‘글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사실 출판계에서 에세이스트의 수명은 길지 않다. 글 쓰는 할머니로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은 삶을 바탕 삼아 요령 부리지 않고 꾸준히 끌고 가는 나의 ‘단단함’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단단하게 한 줄 한 줄 글을 써 내려간다면 헛된 꿈은 아닐 것 같다. 
 
“멀고도 가까운 꿈. 겪어보니 꿈이라는 건 간결한 한 줄 정의가 아니고, 달성해야 하는 목적도 아니며, 끝나고 마는 엔딩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꿈은 이루는 일이 아니라 이어가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하는 꿈의 장면도 찬란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중에서
 
- 단단하게… 적확한 표현이다. 나긋나긋해 보이지만 읽는 내내 저릿할 정도로 정공법을 구사한다. 그게 고수리의 글이 지닌 힘일까?
한 번쯤은 반드시 마음에 사무친 이야기를 쓰자고 글쓰기 수업에서 강조해 말씀드린다. 사무친 순간은 대체로 아픔, 상처, 고통, 슬픔, 우울 같은 어둡고 부정적인 기억을 동반한다. 그 순간을 용기 내어 마주하고 글로 정리하고 털어내야 다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쓰는 글이 언제나 사무친 순간으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써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털어내고 나니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규칙적으로 쓴다. 이제 나는 엄마 작가로 살아간다. 가사 노동과 돌봄과 육아를 해내며 글을 쓰고 있다. 몰입이 뚝뚝 끊기는 상황에서도 시간에 쫓기며 매일 뭐라도 쓴다. 생활을 지키며 오래 글 쓰고 싶다. 작가인 내가 믿는 것은 빛나는 재능이 아니라 꾸준한 성실함이다. 천천히 정공법으로, 단단하고 담담하게 쓰고 싶다. 쓰기가 ‘일’이 된 지금, 내 일에 책임을 가지고 충실하게 이어가고 싶다.

- 작가의 성장에 도움이 준 책과 문장들이 궁금하다.
  📚 고수리의 문장들
단단하고 확실하게 살아가고 싶어지는 문장들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한겨레출판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주며 밤새 이야기 나누고 싶다. 철학자 김진영이 임종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썼던 일기를 모은 책. 조용한 날들을 지키며 기록한 깨끗한 사유들이 슬픔을 이긴다. 마음을 데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단단하고 확실하게, 살아가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주 잊는다.

    • 조용한 날들을 지키기.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 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만을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약해진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작가의 일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꺼내 읽는 처방전
      메이슨 커리(지음), 강주헌(옮김), 『리추얼』, 책읽는수요일
      가라앉을 것 같은 순간마다 나를 구해준 책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지음), 최성은(옮김),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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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가 추천한 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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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50명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소설, 피프티 피플』. 정세랑 작가는 2021년 여름 출간한 개정판에서 집 근처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애도가 이 소설의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서로의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고 감각할 때 개인,  나아가 사회는 건강해지죠.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연구하는 사회역학자 김승섭은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정세랑 작가의 말로  님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어디에 계시거나 마땅히 누려야 할 안전 속에 계시길 바랍니다. 단단한 곳에 함께 서서야 그다음이 있다는 걸 이 이야기를 처음 썼을 때처럼 믿고 있습니다.”

          • 하품이 옮는 것처럼 강인함도 옮는다. 지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 그런 태도가 해바라기의 튼튼한 줄기처럼 옮겨 심겼다.

          •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제목 피프티 피플
            저자 정세랑
            출판사 창비
              •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는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제목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김승섭
                출판사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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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이 주의 신간 소비

              디지털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AI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생태계다. 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AI 기술보다는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연동하는 기술력과 파트너십 역량, 그리고 고객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마케팅 파워다.
               김지현, IT 사용설명서』, 크레타

              🍋 큐레이터 L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된 일상, 비즈니스와 사회까지! 이제 더 이상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합리화하며 변화를 피할 수만은 없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IT 전반의 상식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알짜배기 안내서. IT 업계의 최신 경향과 고민해 봐야 할 문제점까지 쏙쏙 짚어준다. 중력없이 디지털 우주에서 허우적대던 당신에게 필요한 한 권의 책!
              #디지털시대 #스마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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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거를 과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잖아요? 무조건 있어요. 많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꾸준히 갖고 가면통해요.
                - 모빌스 그룹, 『프리워커스, RHK

              • 핵심은 본질에 있다. 내가 누구고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계속 답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중략) 그 질문을 계속하고 답하는 사람들은 자기 브랜딩이 돼 있는 것 같다.
                - 정혜윤 외 8인, 『인디펜던트 워커』, 스리체어스

              • 나다움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진실할 것. 나답게 글 쓰는 일은 자기 깜냥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 손현, 『글쓰기의 쓸모』,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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