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게 "구경만 할 거예요?"라고 말해요

자긍심이란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입니다. 풀어보자면 나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마음이죠. 하지만 스스로를 믿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나눈 긍정적인 교류, 사회와의 건강한 상호작용 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네가 노력하면 되잖아', ‘마음먹기에 달렸지'와 같은 말에 불쑥 화가 나는 이유는 모든 책임을 한 개인에게만 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은, 책임자는, 사회는 무엇을 했나요? 나를 믿어주는 연습을 하며 스톤월 항쟁에서 스토메 델라베리가 외친 “구경만 할 거예요?”라는 말을 세상에 던져봅시다. 그런 마음으로 자긍심의 달, 6월을 보내봅시다.

무수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살고 싶은🌳무수 드림 


6월은 #

6월은 자긍심의 달, 프라인드 먼스(pride month)입니다. 이에 6월이면 전 세계 곳곳에서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물론 다양한 퀴어 행사가 열립니다. 우리나라엔 20년 넘게 이어온 퀴어퍼레이드가 있죠. 프라이드 먼스의 역사는 50년 전 스톤월 항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월의 첫 뉴스레터, 첫 번째 이야기는 뉴욕 스톤월 주점에서 시작합니다.


🏳️‍🌈 “우리가 이겨낼 것이다" 스톤월 항쟁
1969년 동성애가 불법이었던 미국에서 뉴욕 크리스토퍼 거리 스톤월 주점은 수많은 퀴어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유일한 곳이며 성노동자와 노숙인에게도 안전한 장소였습니다. 이 주점을 1969년 6월 28일 새벽 뉴욕 경찰관 9명이 습격했고 손님들을 난폭하게 수색하며 동성애로 의심되거나 튀는 옷차림을 하는 사람을 체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3명의 유색인 여성 마샤 P 존슨, 실비아 리베라, 스토메 델라베리가 중심이 되어 경찰에 맞섰습니다. “우리가 이겨낼 것이다"라는 구호가 거리에 울려 퍼지며 사람들이 모였고,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스토메가 사람들에게 “구경만 할 거예요?”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무자비한 경찰에 대항했습니다. 나흘 동안 지속된 스톤월 항쟁은 퀴어 인권 투쟁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1970년 6월 28일 사람들은 스톤월 주점으로 돌아와 크리스토퍼 거리 해방의 날을 지정하고 행진했습니다. 이날의 행진이 최초의 퀴어 자긍심 행진이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의 첫 퀴어퍼레이드는 2000년 대학로에서
우리나라의 첫 퀴어퍼레이드는 2000년 8월 26일에 시작되었습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 무대가 설치된 1.5톤 트럭 한 대와 여섯 색깔의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걷는 약 70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퍼레이드 부기획단장 한채윤님은 인터뷰를 통해 그때를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어. 게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데 내가 그 시선을 견디고 있어.’ 이런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그런 불안을 견디고 나온 게 자랑스럽기도 해요. 복잡한 감정들이 점점 가슴 벅참으로 바뀌죠. 한번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는 엄청 커요.” 불안을 견디며 시작한 작은 퍼레이드가 20년 후 15만 명의 규모의 거대한 퀴어 퍼레이드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 프라이드먼스와 차별금지법
프라이드 먼스를 맞아 6월 26일부터 열리는 2021년 제22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공식 슬로건은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별의 시대를 없애는 기본이며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수많은 퀴어인권단체도 이미 차별금지법 제정에 연대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5월 22일, 성소수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1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도 우리의 존재를 끝끝내 알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절실함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성공회대 '모두의화장실' 설치 

‘모두의화장실'을 아시나요? 최근 성공회대에 ‘모두의화장실’을 설치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어요. 만약 설치된다면 국내 대학 중 첫 사례가 됩니다. 먼저 모두의화장실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해요.


🚽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모두의화장실'은 성별・나이・장애・성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화장실 한 칸에 대・소형 좌변기, 소변기 등이 구비돼 어린이, 양육자,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성중립화장실'로도 불립니다. 모두의화장실 설치는 모든 화장실에서 성별 구분을 없애고 하나로 통합하자는 취지라기보다 기존의 장애인 화장실을 확대・개편하는 것이라고 해요. 또한 한국다양성연구소에 따르면 독일, 스웨덴에서는 모두의화장실이 보편화되어있고 미국, 영국, 일본, 대만에서도 대학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시민단체와 병원에 모두의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 더 나은 대학 환경을 위해 필요하다
성공회대는 과거 2017년 학내 반대로 ‘모두의화장실' 설치가 진행되지 못했었는데요. 이번엔 성공회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모두의화장실' 만장일치 가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의결되었다고 해요. 그 이후 많은 학부 학생회와 학내 교수들이 지지 성명문을 냈다고 합니다.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올해 안에 대학 내에 모두의화장실 설치목표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성공회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모두의화장실 설치 결정을 통해 소외되어온 다양한 소수자들이 더 나은 대학 환경, 더 인권적인 대학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습니다.

😡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가 문제다
물론 ‘모두의화장실’에 대해 불법 촬영의 두려움, 성범죄 발생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성공회대 이훈 비대위원장은 그런 우려는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라며 모두의화장실의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 자체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역시 기존 여성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불법촬영 문제는 화장실이 아니라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의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 무수의 코멘트

    혐오이슈를 정리하면서 한 기사에 인용된 성공회대 재학생의 짧은 인터뷰를 봤습니다. 그는 “남자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모두의 의견을 받지 않는다. 여자 화장실도, 장애인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모두의화장실도 같은 측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어요. 이 당연한 문장에 정신이 번쩍하며 오래 머물렀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국제결혼’은 이주민 인권침해

    이주여성단체와 이주민이 국제결혼을 추진한 문경시를 인권침해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성차별, 인종차별 등 복합적인 혐오문제를 일으키는 ‘국제결혼'. 먼저 문경시 논란을 살펴보겠습니다.


    🌾 농촌 총각과 이주여성의 만남을 협조 요청한 문경시
    지난 4월 문경시는 한 출입국민원 대행기관에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 공문엔 혼인 연령을 놓친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를 추진하니 협조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문경시의 출산지원 정책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에 이주여성단체와 이주민들은 문경시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 '국제결혼'은 성차별이자 인종차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은 지난 28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문경시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통해 이주여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히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은 인구 감소 대책이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결혼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모욕적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는 여성을 출산도구로 여기는 성상품화이며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비판으로 문경시는 사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또한 지난 2일 여성가족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에 대해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폐지를 권고했어요. 앞으로 지자체에서 국제결혼이라는 차별적인 지원사업이 중단되는지 함께 지켜봐요.

      6월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행동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활동을 매주 소개합니다. 모어데즈와 차제연이 함께 만든 캠페인 소식도 전할게요. 우리가 우리로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본이 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당신도 함께해요.


      🗳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 6만 돌파
      차제연을 비롯한 많은 연대자들 덕분에 동의수가 6만 돌파했습니다. 해당 청원을 6월 25일까지 10만을 달성해야 국회에 논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각기 흩어졌던 우리를 청원으로 모아 차별금지법을 많은 시민이 원한다는 걸 보여줍시다. 이미 청원을 하셨다면 가까운 가족과 친구에게 권유해봐요. (국민동의청원링크: bit.ly/equality100000)

      🤦 우리가 왜 가족이 아닌지
      단체 내 청소년 잡지 편집위원으로 만난 이들은 친구가 되었고 안정적인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 가족으로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첫 집을 구할 때 20대 여성 둘과 남성 둘이라는 구성이라 계약을 거절당했고, 동거인을 응급실로 데려가던 날 이들의 위치를 다시금 떠올렸다고 합니다. 충분한 애정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이들은 우리가 왜 가족이 아닌지 물으며 사회와 제도가 요구하는 정상의 기준을 의심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한 질문이라는 가족의 이야기를 같이 읽어보시죠.
      🎙 ‘차별금지법 나만 필요해?’ 토크쇼
      차제연에서 6월 9일 수요일 저녁 7시, 연분홍TV차제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차별금지법 나만 필요해?’ 토크쇼를 진행합니다. 우리 일상 속 차별경험을 나누고 차별금지법으로 풀어본다고 해요. 관심 있다면 지금 유튜브 채널로 미리 가서 알람 설정 해봐요.
      ☄️ #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
      모어데즈와 차제연이 함께하는 [#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적인 차별경험을 나눠 차별금지법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해보세요. 

      📢  일상적인 차별경험을 개인 SNS 올릴 수 있다면, 아래 설명을 읽고 진행해주세요.
      1) 해시태그(#차별금지법_나도필요해)를 포함해 SNS에 당신의 차별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2)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할 3명의 동료를 태그해 공유해주세요 (청원링크 : bit.ly/equality100000)

      📢  직접 차별경험을 공유하기 어렵거나 개인 SNS가 없다면, 캠페인 설문지 클릭! 
      저희에게 당신의 차별 경험을 말해주세요. 대신 알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쓰겠습니다! 

      진행된 액션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moredazz.official)로 오세요.


      재인님과 럭키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슈로 꽤 많은 분이 복잡한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와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의견을 나눠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보내고 싶었던 아주 긴 편지가 있어요.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을 담았는데, 아직 보내진 못했습니다. 저는 결연후원을 하고 있어서 아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데 이 점이 후원을 취소하지 못하는 큰 이유가 되고 있어요. 그리고 후원 취소를 어떤 권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재단을 압박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도 있네요.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제가 쓴 편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고민하며 살아가는 🤔재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련 내용을 보고 남겨 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기관 공식 홈페이지보다도 특정 커뮤니티에 글을 먼저 게재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며,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대하는 자세 또한 아쉬움이 깊게 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왜 파타고니아처럼 대처하지 못하는가'라는 비판은 과도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어떻든 영리기업이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후원금에 의존하는 비영리 기관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동종업계에 잠시 몸담았던 입장에서 감히 추측해보면 그동안 비영리 기관들이 주로 빠르게 당사자에게 대응해야 해결되는 논란 위주로 경험하다 보니 오판을 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지만, 대처를 잘했다는 건 정말 아닙니다. 하지만 여아들을 포함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인데, 그동안 해왔던 일의 진심과 저의까지 의심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 최민지 기자님의 칼럼은 저도 정말 뜻깊게 읽었고 개인적으로 NGO 업계에 꼭 소개하고 싶은 기사였습니다. NGO 업계도 장기적으로 이러한 이슈를 어떻게 대처할지 익혀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자기가 믿는 가치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단호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선을 그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도 기관들도 혐오표현에 민감해지고 성숙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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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어데즈ㅣMORE D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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