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특집🌈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0  특집🌈
오늘의 큐 💡
Q. 장마철, 어디로 휴가를 떠날까요?

바야흐로 여름휴가철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쏟아지는 비가 도저히 멈출 생각을 않네요😖 시원하게 내리는 비, 혹은 후덥지근한 여름날을 피해 어디론가 놀러가신 분도 계시겠지요? 님, 혹시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셨다면 제가 좋은 피서지를 추천해드립니다👍 바로바로 영화와 활자 속! 
너무 시시한 거 아니냐고요? 잠시만요, 아직 실망하지 마세요😭 지난 레터에서 전했듯 인디즈도 여름휴가를 맞이했는데요, 인디즈들이 장마가 오기전 미리 만나고 온 한국영화의 기대주! 신진영화감독들이 있거든요. 

지난 7월 인디스페이스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함께 진행한 '2020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레즈비언 퀴어 영화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는데요. 마치 '안전한 세계로 도피'하는 것 같았다는, 그 즐거운 축제의 장에 찾아온 네 명의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마더 인 로>의 신승은 감독, <냉장고 속의 아빠>의 정인혁 감독, <담쟁이>의 한제이 감독,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이 그 주인공인데요. 오늘은 인터뷰 속 말들을 소개해드릴게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발췌된 부분을 읽으며, 관심이 가는 영화는 전문도 꼭 봐주시기를🙏 이들의 말들이 고단한 여름의 훌륭한 휴가지, 혹은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인디즈 큐도 다시 휴가를 즐기러😎!

 〈마더 인 로〉 신승은 감독 인터뷰 :
발화되지 못한 언어를 위해

Q. 직접 부르신 엔딩곡의 노랫말대로 “시어머니라고도 장모님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소재를 어떻게 떠오르게 되신 건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민진이와 현서가 결혼해서 아이를 입양하게 됐을 때도 이 둘은 "부모"가 아니잖아요. "모모님"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영어에는 ‘parents’라는 말이 있는데 말이에요. 성별 이분법적이고 이성애 중심, 남성중심적인 언어가 너무 많아요. 그런데 조금씩 바뀌고 있잖아요.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부르는 것처럼요. 이렇게 조금씩 단어가 바뀔 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게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아요. 또 예를 들면 식당에서 사람들이 직원분을 “이모!”라고 부르는 일이 많잖아요. 친근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남자가 일할 땐 '삼촌'이라고 하기 보단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죠. 이런 단어들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가끔 무언가 바뀔 때마다 ‘내가 역사의 현장에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듭니다.
 
Q. 그렇게 생각하니 “I will find it. I will call you. Please answer me!”라는 가사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이 어떤 것들을 새롭게 상상해 나가기를 바라시나요?

A.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세계에 자리가 없다는 걸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유모차가 왜?' 그랬어요. 저도 그럴 때가 많거든요. 익숙한 것에 길들여져 있고, 그렇게 교육받았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순간에 '그냥 유모차가 유모차지, 뭐!' 하는 게 아니라 '아, 그렇지!' 하면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항상 차별 받는 사람이 있고 언어로 부르지도, 불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항상 생각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인디즈 14기 정유선

 〈냉장고 속의 아빠〉 정인혁 감독 인터뷰 : 
연대하고 치유받는 우리들의 이야기
 
Q. ‘냉장고 속의 여자’라는 클리셰를 비튼 제목에서부터 미디어에서 여성이 다뤄지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셨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그런데도 한 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어떻게 보면 직관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목 자체도 그렇죠. 뻔한 호러 장르적 클리셰를 가지고 만든 영화인데, 대신 여성이 대상화된 지점들을 빼고, 살인마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없애고, 밸런스를 맞추면서 만들고 싶었어요.

Q. 이 영화는 두 여성 인물이 성소수자임에도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폭력적인 시선을 내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습니다. 여성 인물을 퀴어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퀴어라는 것에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당연한 질문이긴 하지만 그런 질문을 없애고 싶었어요. 그래도 현실적으로 답을 해보자면, 이 여성이 이성애자라면 남성이 새벽 2시에 찾아와야 하는데 그건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아닐 것 같고, 그렇다고 두 사람이 친구라고 하기에도 그렇고요. 제가 더 잘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어요. 이유와 개연성은 필요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넓히고 싶었어요.
-인디즈 14기 최유진

 〈담쟁이〉 한제이 감독 인터뷰 :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Q. 「씨네21」과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감독님께서는 자신의 성적지향을 잘 모르던 개인이 상대를 만나 깨닫게 되어가는 이야기들을 “이제는 대부분이 아는 이야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담쟁이〉는 이제 그러한 사회적 인식을 넘어 제도적으로 공평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차원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현실적인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혹은 이끌어내길 바라셨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이었나요?
 
A. 기획의도가 보통의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우리나라는 남녀가 결합되어야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국가잖아요. 스텝들과 생활동반자법에 관한 내용이 기사에 한 줄이라도 나오면 우리 영화 성공한 거다라는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이지만 장례식이라거나 위급 상황에서 면회를 간다거나, 저희 영화에서처럼 응급실에서 보호자를 대신하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 영화에서는 동성부부를 다루고 있으나, 요즘은 여러 대안 가족 형태가 많이 존재하고 있잖아요. 함께 생활하고 정말 가족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단지 부부는 남녀간의 결합이라는 헌법 때문에 모두가 동반자로써의 권리를 못 가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Q. (...)영화에는 바다도 등장하죠. 두 연인뿐 아니라 수민이가 둘 사이를 메우게 되면서 바다 앞의 세 여성이 매우 편하고 분방해 보였어요. 거기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하고요. 물이 갖는 어떤 성질과 관련해 염두에 두신 이미지가 있으셨을까요?
 
A. 캐릭터적 측면에서 은수는 나무와 흙, 예원이는 물과 바다라는 이미지적 설정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바다, 즉 물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고 유연한 느낌을 받는데, 예원이가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은수는 곧지만 물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나무나 흙 같은 이미지의 인물이라고 생각했고요. 저희 영화에 행복한 장면은 몇 개 없지만(웃음) 바다에 갔을 때만큼은 정말 가족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바다는 넓고, 제한된 공간도 아니고 뭐든 다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거기에 흙도 물도 있으니 다 어우러진 느낌이고요. 그게 저희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더라구요. 다 사랑하고 살면 되는데 이들은 왜 그렇게 살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투영하고 싶었어요.

-인디즈 14기 이보라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인터뷰 :
누구에게나 읽히고 싶은 욕망이 있다

Q.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서는 예원이 모금산의 일기장을 읽다가 모금산의 목소리로 넘어가며 챕터5가 시작됩니다. 〈윤희에게〉에서도 쥰의 편지를 새봄의 목소리로 읽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 영화 모두 무엇을 ‘읽는’ 장면이 많다고 느껴지는데요. 이런 연출에 의도가 있으신가요?
 
A. 가령 숨겨진 블로그에 자기 일기를 쓰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싶은 욕망이 있죠. 다른 이의 사적인 기록들을 읽는 것을 저도 흥미로워하고요. 나의 사적인 글들을 남이 읽을 때 되게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굉장히 감동적인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나를 타인한테 열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다 누군가에게 자기를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요. 혼자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특히 나를 좋아하는 누군가 혹은 나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나의 글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다들 조금씩 있잖아요. 제 친구가 해준 이야기인데, 그 친구는 신문을 읽으면 항상 운다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신문에는 정말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있고 그 안의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그렇게 울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게 제가 픽션을 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해요.

Q. 〈윤희에게〉에서 곱씹을수록 슬펐던 장면이 침대 장면에서 새봄이 ‘엄마한테 내가 짐이었던 것 같아’라고 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 윤희가 쓴 편지에서 윤희가 ‘새봄이에게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없을 때까지 배우게 할 것’이라고 말할 때 여러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윤희와 새봄의 관계를 그리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윤희는 자기가 멸시받아오면서 살아온 삶을 새봄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거 같아요. 그래서 새봄이 자신이 짐인 것 같다고 말한 게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왔다는 자책을 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새봄과의 여행을 결심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멸시 받는 삶의 대를 끊기를 원하는 모습을 윤희와 새봄을 통해 그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윤희가 한 그 말은, 어찌 보면 동시에 윤희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디즈 14기 정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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