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본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면 투자자들이 점점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자국 국채로 옮겨갈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 국채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갑니다.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에는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기축통화로 간주될만큼 주요 화폐인 엔화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에서도 엔화는 13.6%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유럽 유로(57.6%) 등 다른 주요 화폐들의 가치가 낮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엔화의 가치 상승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일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화 가치 상승과 더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양국은 반도체·전자기기·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한국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주로 ‘수출 호재’로 인식되곤 합니다.
3. 엔화 가치 상승... 韓 투자자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최근 들어 일본 경제에 관심갖는 독자분들이 더 느셨을 것 같습니다. 역대급 엔저에 엔화나 일본 주식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 상승은 해외 투자자들의 지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일견 긍정적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일본 주식 투자자들의 개별 종목 매수 상위권에 있는 기업들은 도쿄일렉트론・닌텐도・소니 등 수출 비중이 높은 IT 기업들입니다.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낮은 금리와 화폐가치가 유지되지 않더라도 일본 증시를 부양하는 또 다른 요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지정학적 위상 변화, 일본 기업들의 거버넌스 변화가 꼽힙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 증시 상승 배경으로 “일본 증권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상장기업에 요청하고 기업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기업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가 자산가치에도 못미치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