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 2020.07.22 │ 코로나19 6개월 '영웅'과 '노동'사이 [Ep.11]  

코로나19로 신음 중인 지구촌이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물난리까지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물난리는 주로 인도・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됐습니다. 이번 폭우로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그럴 경우 경제 회복은 예상보다 더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반년 넘게 이어진 호주의 대형 산불과 최근 아프리카를 휩쓴 메뚜기 떼처럼 기후 변화와 직결된 재난을 잇달아 겪은 탓인데요.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이미 늦은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과거의 걱정 섞인 전망들이 하나 둘씩 눈 앞에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코로나19만 하더라도, 기후위기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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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확산 부른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감염병간 관계에 주목해 그 위험성을 훨씬 전부터 경고해 왔습니다. 인수공통 감염 호흡기질환이 4∼5년 주기로 일어나고 있고, 전염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영국 엑서터대(University of Exeter) 생태학과 오를리 라즈구르(Orly Razgour) 연구원은 국제학술지 등을 통해삼림 벌채, 도시화, 농지면적 증가 등 토지 사용의 변화가 코로나19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 zoonosis)의 출현을 야기했다.”바이러스 등 새로운 인간 병원균의 75%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의 바이러스가 전이되는 질병을 뜻하는데요. 수의학 저널(Veterinary Science)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들은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하며, 그중 약 70%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가 직접 보고 겪었던 감염병들을 볼까요?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는 박쥐, 신종플루는 돼지, 조류 인플루엔자는 새, HIV는 유인원에서 사람으로 옮겨왔습니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는 과정을 보면, 지금까지는 생태계가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해 왔습니다하지만,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살 곳을 잃은 야생동물이 산불과 가뭄 같은 기후 문제로 생존 위기에 몰리자 먹이와 서식지를 찾기 위해 사람 사는 곳까지 이동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야생동물과 인간 간 접촉 늘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의 세계 도시화 전망에 따르면 도시화율은 201453.6%(아시아는 47.5%), 2050년엔 16.7%p 상승한 64.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기후 변화는 그 자체로 감염병 확산을 더 유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 2019년 보고서에서 “오늘날 기온 상승, 해수 온도 상승, 강우 패턴 변화, 습도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의 질병을 전파하는 모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뎅기열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지난 10년 중 대부분은 2009~2019년 사이에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와 다른 병원체가 유발하는 전염병도 늘어날 전망인데요. 미생물학 및 면역학 전문가들은 기온이 상승하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병원체가 사람의 체온에 더 쉽게 적응하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1990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진행으로 세계적인 감염병의 확산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제5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심화될 경우 21세기 전반에 걸쳐 많은 지역에서 질병률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 내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IPCC 보고서 해당 부분 보러 가기-> 🗒
앞에 다가온 기후위기? “이미 진행중
의학 학술지 랜싯은 또한,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들이 바로 우리 자녀 세대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당장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30년부터는 매년 25만 명씩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현재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보다 4도나 더 높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됩니다이렇게 되면 심각한 식량 부족, 식수 안전 위협, 대기 오염 등과 같은 문제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극단적 기후, 질병 등으로 생활 비용 부담도 크게 증가됩니다.
WWF(세계자연기금, World Wide Fund for Nature)가 올해 2월 발표한지구의 미래’(Global Futures)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 변화로 매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은 최소 4,790억 달러(한화 약 575조 원)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2050년엔 총 손실액이 9 8,600억 달러(한화 약 1 2,000조 원)에 이르는데요,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최소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 GDP의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40개국 중에서도 7번째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2016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은 우리나라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4대 기후악당국가'로 선정했습니다. 한국이 기후 악당국으로 지목된 이유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지원 등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어떤 수준일까?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국립기상과학원 시절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0년 가까이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1. 최근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기후위기와 전염병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기후변화가 바이러스 확산을 부른다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고요. 기후학자로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찮아 보이는 바이러스 하나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 문명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하고 위태로운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일으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어 대유행병이 일어났습니다. 자연을 해치는 인간 활동이 결국 자연의 일부인 인간을 해치는 것입니다
대유행병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도 우리가 의도했던 결과는 아닙니다. 우리가 풍요롭게 살기 위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지구는 기후위기를 통해 우리 문명을 역습합니다. 이제 기후위기로 인류가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 빨리 더 크게 더 많이, 성장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성장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2. 우리나라는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로 거의 모든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순위로 평가받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랄지 노력같은 것이 많이 부족한 것 아닌가 자성하게 됩니다. 우리 정부, 시민사회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기후위기는 자연 재난, 미세먼지, 감염병과 금융위기 등과 같은 여러 위기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위기를 압도하는 우리 문명의 위기입니다. 지금 체계 안에서 일부를 고쳐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기후위기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와 대량 폐기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유한한 지구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 세계 77억 명에게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과잉 생산 중에 있습니다. 성장이 되어도 빈부 격차의 심화와 부의 세습으로 이 세상은 언제나결핍상태입니다. ‘결핍은 우리가 서로 돌보고 아끼고 나누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이 부조리는우리의 욕망으로 은폐되고, '체제 바깥은 죽음뿐'이라는 대안 부재로 인해 성스러운 성장은 유일하고 영원한 것으로 추앙받습니다. 이런 세상을 위해 지구를 파괴하며 더욱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희망은 이 시스템을 긍정하지 않고, 부수고 나가는 데서 열립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가 이런 세상을 끝장 낼 것입니다.
미래 기후는 자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파멸이 우리 운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우리는 기후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요즘 TV나 신문을 통해 "코로나보다 무서운 기후위기 온다.", 혹은 "코로나 때문에 기후위기는 뒷전" 같은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SDF팀은 이번 다이어리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의 시급성이 기후위기와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에나 일어날 한가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코로나19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 우리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이번 다이어리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SDF는 언제나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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